덴마크에서도 계속한 일
내가 무인도에 떨어져 혼자 지내게 된다면, 들고 가고 싶은 세 가지는?
만년필과 노트, 읽고 싶은 책이 잔뜩 저장된 전자책 단말기
러닝화
그리고 좋아하는 로스터리에서 만든 드립백 커피.
너무 흔해서 취향이라고 얘기해도 될까 싶지만, 이것들이 몇 년 전부터 놓을 수 없는 나의 삶 속에 들어온 것들이다. 새벽에 커피 한 잔 내려서 작은 전등 하나 켜진 책상에 앉아 좋아하는 노트에 기도문과 이것저것 필사하는 시간. 새벽의 고요 속에 만년필로 적으면, 종이 위에서 잉크가 자국을 남기며 들리는 사각거리는 소리가 고막을 울린다. 그 소리가 참 좋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때로는 새벽 공기를 마시며, 오전의 햇살을 느끼며, 저녁 석양을 보며, 하루 중 언제라도 시간이 나면 달릴 수 있게 러닝화를 준비한다. 바닥이 닳고 쿠션감이 떨어질 듯하면, 새로운 러닝화를 찾아본다. 덴마크는 달리기 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 이제 우리나라도 러닝이 대세인 듯한데, 이곳은 원래 그랬던 것 같다. 이곳에서는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든, 걷고 있는 사람이든 눈이 마주치면 인사를 하며 활짝 웃어준다. 처음에는 어색해서 눈길을 피했지만, 이제는 나도 달리며, 사람들을 만나기를 기다린다. 멋진 미소를 준비하고, Hej라고 얘기해 주려고. 기분 좋은 땀방울이 흐르며, 자연을 느끼고 사람들과 미소를 주고받는 시간이 참 좋아서 이곳에서의 달리기를 계속할 수 있었다.
덴마크에 오자마자 아마존에서 네스프레소 캡슐 머신을 샀다. 내가 좋아하는 일리 호환 캡슐은 파는 곳이 없어, 마트에서 주로 라바짜 캡슐을 종류별로 사서 하루에 한두 잔 내려 마셨다. 그렇지만 커피가 유명한 나라를 여행할 때는 그곳의 로스팅된 원두를 사 와서 핸드밀로 갈아 드립커피를 마시기도 했다. 이제는 카페인에 예민해져서 오후에 마시면 잠을 설치는 나이가 된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새벽과 오전의 커피 한 잔을 포기할 정도는 아니라 다행이다.
그렇게 나의 취향을 지켜가며 이곳에서의 시간들을 통과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가도 이 취향들은 고스란히 가져갈 수 있어서 참 좋다.
한국에 돌아가서 달린다면, 그곳에서도 마주 오는 사람들을 보며, 미소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