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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국 Oct 01. 2024

가을 냄새

갑자기 찾아온 가을

오늘, 그러니까 글을 쓰는 당일, 카페를 가려고 집을 나섰다.


공동현관 문이 열리자마자 나를 반기는 것은 1년 동안 잊고 있었던 가을 냄새였다. 그 향기는 마치 길고 긴 여름을 제치고 가을이 왔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했다.

     

드높은 하늘, 오후 5시인데도 넘어갈 듯 말듯한 해, 피부를 타고 전해져 오는 약간은 차가운 온도와 하늘에 점점이 보이는 구름들까지 모두 본인들이 가을을 데리고 왔다고 의기양양하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가을 냄새로 나를 흔드는 아이들을 보며 고맙다고, 잘했다고 칭찬해 주고 싶었다.

     

올여름이 너무나도 더웠기 때문일까, 늦게나마 찾아온 가을이 최대한 오래, 또 너무 춥지 않게 곁에 머물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출간한 책에서 이런 글귀를 쓴 적이 있다.

     

'어쩌면 가을은 겨울을 나기 위한 일종의 적응 기간이 아닐까.

앞으로 찾아올 고통과 시련에 대한 유예가 아닐까.

그렇다면, 가을이 점점 짧아지는 것은 세상이 쓸쓸함으로 뒤덮이는 과정이다.

또한, 겨울이 점점 추워지는 것에 대한 반증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어쩌면 우리의 전부들, ‘가을의 의미’ 중-     


가을이 점점 짧아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 기억을 끄집어내 보면 과거에는 분명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이 확실하게 있었던 것 같다. 학교에서도 우리나라의 장점 중 하나가 ‘사계절이 뚜렷하다.’라고 가르쳤으니 말이다.

     

그렇게 나뉜 계절은 개개인으로 하여금 각자의 근원을 알 수 없는 감정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지금의 가을은 그저 여름과 겨울을 잇는, 아주 얇디얇은, 그래서 손만 대도 끊어질 것 같은 위태로운 선일뿐이다.

     

그 선은 아주 조금만 차가운 바람이 불어도 그 온도를 버티지 못하고 끊어져 버린다. 그렇게 겨울이 온다.




친구와 이런 대화를 했다.

     

“갑자기 깜빡이 없이 가을이 와버림.”

“겨울 좀만 늦게 오면 안 되냐?”

     

여름보다는 겨울을 더 선호하는 나이지만, 그래도 가을이 주는 알 수 없는 감정과 바람을 맞으며 느끼는 기분 좋은 온도를 아직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런 말이 있다.

     

‘패션을 잘 아는 사람들은 여름에 덥게 입고 겨울에 춥게 입는다.’

    

이 말은 그저 여름에도 봄이고 싶고, 겨울에도 가을이고 싶은 사람들의 의지가 투영된 말이 아닐까?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당신의 계절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 그리고 그 이유도, 그 계절에서 찾을 수 있고, 이미 찾아서 당신의 일부가 되어버린 의미도.

     

계절의 변화란 우리가 피할 수 없는 것, 그렇기에 나의, 당신의 계절이 지나가더라도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찾아올 계절을 그리며 살아가야 하는 게 아닐까?

     

푸르른 가을의 하늘 밑에서.


2024. 10.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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