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만난 지게꾼

by 뜬풀

삼성산 정상에서 삼막사로 내려가는 계단길.


나무를 한 짐 지고 내려가는 지게꾼. 나무꾼이라고 해야 하나.


지게 자체를 보기도 어려운 세상에 거기 실린 짐이 나무라니...


삭발한 두상으로 보아서는 스님 같은데, 승복을 입지 않았으니 불목하니인가 싶다가, 가까이서 뵌 얼굴은 연세가 지극하니 행자도 아닐 테고, 대도시 아랫마을 사는 시주가 겨울날 땔감을 해가는 것도 아닐진대,,,

도대체 정체를 알 길이 없습니다.


가파르고 좁은 산길에 잠시라도 집중을 놓으면 지게가 넘어가 크게 다칠 수도 있어 위태로워 보입니다.


조심히 내려가시라는 한 마디 건네고 얼른 지나치려는데 뜬금없이 반갑다며 악수를 청하십니다.

얼떨결에 잡은 손은 뜻밖에도 아주 작고 보들거렸습니다.


잡은 손 놓으며 한 말씀 던지셨는데 상황과 문맥과 내용이 어울리지 않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지금 이 순간, 그 말씀 자체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인연 닿은 중생에게 던진 화두였을까요.

찰나의 짧은 설법이었을까요.

별 뜻 없는 인사말이었을까요.


그리고 지게의 종착지는 어디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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