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언덕에서
다시 남도의 바다에 몸 들이고 보니
허술했던 지난 시선들이 새삼 안쓰럽다.
진도에서 거제까지
이름만으로도 먹먹해지는 저 남도의 일렁임.
드디어 그 멀미의 질감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나.
육지와 섬, 섬과 섬, 섬과 바다, 다시 섬과 육지를 잇는 다리들.
다리로 눈으로 내달리는 호사를 양껏 누려보기도 한다.
가끔씩 어느 바다 한 귀퉁이에서 맞은 바람을 빌어
설레는 마음 전부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해금강에서 불어온 바람이 얕은 언덕을 쓰다듬을 때
슬며시 다가가 함께 어루만져지기도 한다.
눈물날만큼 벅차기도 하여
내몫이 아닌 듯도 하지만
모른체, 바람의 언덕에서 다시 바람에 몸 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