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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Mar 28. 2022

꽃샘추위와 아이스커피

유난히 매서운 마흔 세살의 꽃샘추위


얼죽아...

얼어죽어도 아이스커피라는 건 알았다.

얼죽코...

이건 또 뭔가?

얼어죽어도 코트란다...



매서운 겨울이 지나가고 봄 기운이 완연하다.

아침일찍부터 내리쬐는 햇살도 겨울의 햇살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뭔가  밝고 따뜻한 느낌이다. 앙상했던 나뭇가지마다 꽃봉우리가 이슬방울처럼 송글송글 맺혀있다. 금새 꽃봉오리를 터뜨리고 예쁜 꽃을 활짝 피우겠지..그러면 봄의 완연한 기운을 만끽할  있겠지,...


따뜻한 햇살과 마음은 봄인데 날씨는 아직도 겨울이다. 매서운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다. 누가 지었는지 잘 어울리는 말이다. 꽃이 예쁜 잎을 터뜨리는 걸 시샘하는 추위라 하여 꽃샘추위라고 말한다. 봄이 와서 물러가던 추위가 화창한 봄날에 꽃이 피는 것이 왠지 아쉽고 샘이 나서 한바탕 추위를 몰고 온다고 생각해서 꽃을 시샘하는 추위라 불린다. 막바지 겨울과 봄의 입구에서 만나는 꽃샘추위...



꽃샘추위는 생각보다 매섭다.




따스한 햇살에 속아 겨울내내 추워서 찾지 못했던 아이스커피를 샀다. 이제 아이스커피를 먹어도 되는 계절이 왔음에 내심 반가웠다. 커피는 아이스커피가 좋은데 이제 얼죽아를 즐길 나이가 아닌가보다.


얼어죽어도 아이스커피를 즐길 청춘이 아니라는 사실이 슬펐지만 아이스커피를 먹기엔 정말 얼어죽을 것 같았다.


얼죽코도 포기한지 오래이다. 젊은 사람들은 따뜻한 봄햇살에 맞게 가벼운 코트나 점퍼하나를 잘만 걸치고 다닌다. 사람들의 가벼운 옷차림을 따라입었다가 으슬으슬 감기기운이 몰려와서 혼났다.



아직도 패딩을 벗지 못했다.

아직도 따뜻한 커피를 버리지 못했다.


따뜻한 봄햇살에 속아 아이스커피를 사보았다가 매서운 꽃샘추위에 패딩깃을 여민다.


속았다...

아이스커피는 무리이다.

이미 산 아이스커피를 먹기 위해 패딩을 꺼내입는다.


마음은 청춘인데 몸이 안 따라주는, 꽃샘추위가 더 매섭게 느껴지는 마흔 세살의 봄이 야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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