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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Mar 30. 2022

팝콘을 대하는 너희들의 자세

찐한 팝콘만 골라먹지 말라고~~


코로나 이후로 오랜만에 찾은 영화관.

영화를 보는 재미의 요소 중, 빠질 수 없고 빠지면 서운한 것은 바로 팝콘과 콜라일 것이다. 가끔 혼자서 영화를 즐길 땐,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이면 충분하긴 했다. 하지만 여전히 팝콘은 땡긴다.





아이들도  크디 큰 스크린 화면에 몰입하며 영화를 즐길 때 팝콘이 주는 재미를 안다. 영화를 볼 때마다 팝콘을 늘 사줬던 애미 잘못은 아닐 것이다. 언제나 늘 먹을 수 있는 팝콘이 아니기에 늘 영화를 볼땐 고민없이 팝콘을 사주었다.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를 가득 풍기며 영화를 보러 왔다는 설레임을 더욱 만끽하며 팝콘을 주문하고, 넘칠 듯 가득 담긴 따끈하고 바삭한 팝콘을 한 받아들고 한 주먹씩 털어넣으며 아이들과 덩달아 행복했던 시간이였다.




그렇게 영화와 팝콘을 즐기던 시간이 코로나로 인해서 확 줄어들게 되었다. 코로나 기간동안 극장을 직접 찾아가서 봐줘야 할 만한 대작도 없었고, 볼만한 영화도 딱히 없었고 굳이 안 가게 되었던 영화관에 2년만에 방문했다.



팝콘취식이 가능한지의 여부가 아주 중요해졌다. 아이들은 심지어 팝콘을 먹을 수 없다면 영화를 보러 가지 않겠다고 말하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역시나 코로나로 인해서 극장내에서 팝콘취식이 금지되었다. 상영관내에서는 음료와 물만 섭취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렇다고 팝콘을 아예 판매하지 않는가? 하면 그렇진 않았다. 팝콘은 판매되고 있었고 상영관내에서만 취식이 되지 않을 뿐, 대기실에서는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일찍 가서 대기실에서 조금 먹다가 영화보고 나와서 집에서 또 먹자며 아이들을 살살 구슬려 영화관에 도착했다. 팝콘을 먹기 위한 것인지 영화를 보기 위한 것인지 좀 헷갈려지기 시작하기도 했지만 영화하면 팝콘을 떠올리며 팝콘을 찾는 아이들에게 이렇게라도 만족함을 주고 싶었다.


대기실에서 갓 나온 따끈한 팝콘을 먹으며 "이제 상영관내에서는 팝콘을 먹을 수 없다"라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한번 더 설명해주고 상영관에 들어갔다. 팝콘을 먹진 못했지만 음료는 가능했다. 연신 음료수를 훌쩍 거리느라 마스크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아이들을 보며 [상영관 내 팝콘만 취식 금지] 라는 이상한 방침에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어쨌든 팝콘 없는 아쉬움을 달래며 영화를 관람한 아이들과 함께 극장을 나오며 내가 더 아쉬웠다.




그래!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관람할 수 없다면 팝콘을 사와서 집에서 먹자!


별거 아닌 아이디어에 눈을 번뜩이며 말하자 아이들도 환호했다. 주말에 보고 싶었던 영화 한편을 고르고 영화를 보면서 먹을 팝콘을 포장해가지고 왔다. 코로나가 가져온 많고 많은 아쉬움 중 하나이지만 어쩌겠나. 아쉬운 사람이 우물을 파야 한다.





영화를 다 보고 반쯤 남은 남겨 놓은 팝콘을 다시 찾기 시작하는 형제들...

카라멜 팝콘에 카라멜이 듬뿍 묻혀진 진한 갈색 팝콘만 골라먹으며 치열한 손가락 전쟁이 시작됐으니...


둘째랑 진하고 달콤한 팝콘만 골라먹는 경쟁을 하던 큰 아이가 꼼수를 부리기 시작한다.

"야. 우리 밑에 보지 말고 그냥 먹자.'

형아의 꼼수에 토도 달지 않고 밑에 보지 않고 그냥 먹기 시작하는 둘째.

얼마 뒤, 그렇게 먹는데도 동생이 달콤하고 진한 팝콘을 더 많이 먹는 것 같이 느껴졌는지 또 다른 꼼수를 내놓는 큰 아이..

"야. 우리 앞만 보면서 먹자.'

두번째 꼼수에도 착하게 순종하는 둘째아이.

앞만 보며 팝콘을 먹는 두 아이의 뒷모습에 웃음이 빵 터졌다.


앞만 보며 먹는  같이 보였던  아이의 눈은 어쩌면 둘다, 달콤하고 진한 팝콘에 꽂혀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육아에세이 #주부일상 #코로나변화 #아쉬움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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