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요 사양할게요....
봄 햇살이 너무 좋은 요즘,
집에 있기가 너무 아깝다.
집에 있는 것도 좋아하는 아이들도 봄기운을 느끼는지 어딘가 가고 싶어한다. 캠핑생각도 스물 스물 나기 시작한다. 어제는 뒤늦게 캠핑장 예약에 꽂혀서 몇 시간을 컴퓨터 앞에 앉아있었는지 모른다.
오랜만에 주말 나들이를 다녀왔다.
화창한 날씨와 따사로운 듯 느껴지는 햇살을 살짝 눌러주는 듯한 청량한 봄바람이 어우러져 살짝 추운 듯 하지만, 겨울의 매서운 추위와는 대조되는 가벼운 봄바람에 기분이 좋다.
오랜만에 내 사진도 찍어본다.
같이 동행한 형님이 마스크를 살짝 벗어보라고 하지만 절대 벗을 수 없다. 마스크가 없는 내 얼굴이 자신이 없다. 마스크를 끼고 있어 자신감도 솟아나 자연스러운 포즈도 취해본다.
마스크 없는 내 얼굴...
분명 내 얼굴이 맞는데 어딘가 달라보인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도 마스크를 끼고 반갑게 눈만 바라보며 담소를 나누다가 커피나 식사를 하려고 마스크를 벗는 순간, 왜 그런지 모르게 살짝 당황스러운 기분이 든다. ' 원래 저렇게 생겼었나?'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이 들면 나도 얼른 마스크를 끼고 싶어지는이상한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사실 , 지인과의 만남은 별거 아니다.
자주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이나 별로 친분이 없는 사람들과 마스크를 벗고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은 늘 두려워진다. 마스크 위로 눈빛만 교환하며 나누던 감정들이 이상하게 퇴색할 것 같은같은 기분이 든다. 마스크를 벗은 생소한 얼굴을 얼핏 바라볼 때 뭔가 못 볼걸 본 거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든다.
마기꾼...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아줌마인 나는 얼마전에야 알았다.
마스크를 낀 얼굴과 안 낀 얼굴이 너무 다를 때, 마스크를 꼈을 땐 미남형, 미인형의 호감형인데 마스크를 벗으면 완전 다른 사람이 되는 케이스를 마기꾼이라고 한단다.
순간 생각해봤다.
나는 마기꾼일까...
43살의 전업주부 아줌마인 엄마가 마기꾼이면 어떠랴....생각이 들다가도 '나도 이 정도면 마기꾼인가' 마스크를 낀 내 얼굴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이제 다행히도 오미크론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모든 방역조치도 완화되어 가고 있다. 2주 후에는 마스크만 빼고 모든 방역조치가 다 풀릴 수도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마스크를 벗고 일상생활을 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나 또한 그랬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예쁘고 사랑스러운 얼굴에서 마스크를 벗어던져버리고 싶다. 아이들은 마스크 없이 집앞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는 순간에도 큰 일 나는 것 처럼 입을 꼭 꼭 틀어막는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의 맞이할 때, 먼저 꼭 안아준 다음, 아이들의 얼굴에서 마스크를 벗어 던져준다. 마스크로 다 가린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 이렇게 사랑스럽고 예쁜 아이들의 얼굴을 다 가리고 있는 마스크'가 너무 밉다.
그런데 나는 마스크를 안 벗고 싶다.
내 얼굴은 마스크를 끼고 있는 게 더 예쁘고 자연스러운게 좋다.
가만 있어보자...
그런 말을 들었을 땐, 그냥 오랜만에 봐서 인사치레하는거라 생각했는데 요즘 부쩍 많이 듣는 말이 있었다.
"왜 이렇게 예뻐졌어?"
"점점 더 예뻐지네~~~~"
아무래도 이런 말을 듣는 건 마스크 때문이였었나보다. 마스크를 끼고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 자주 얘기하길래 "정말 내가 예뻐진 줄" 알았다.
오해였다.
난 ...마기꾼이 맞나보다...
#마스크 #일상에세이 #마기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