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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Apr 11. 2022

어떤 꽃보다도 예쁜 김밥?

맛깔나는 글이란...



김밥은 언제 먹어도 늘 맛있다.

김밥은 모든 아이들이 그렇겠지만 우리집 아이들 모두가 특히 좋아하는 메뉴이다. 평소에 잘 먹지 않는 갖은 야채를 듬뿍 담고 덤으로 엄마의 사랑도 듬뿍 담아 시중에 판매하는 김밥집과는 비교도 할수 없이 참기름, 통깨 팍팍 넣어 비벼낸 고소한 밥과 어우러진 김밥은 정말 별미이다.




밥과 야채가 들어간 양을 생각하면 꽤 많은 양인데도 불구하고 하나 둘, 주섬주섬 먹기 시작하면 김밥 2~3줄 먹는 건 우습다. 바로 싸먹어도 맛있고 조금 두었다가 하나 둘 주워먹어도 맛있는 김밥이다.






내 생애 처음 싸본 김밥은 아마 모든 엄마들이 그렇겠지만 큰 아이 유치원 소풍날이였다. 갖은 재료를 사놓고 이른 아침 일어나 밥을 지어 정성을 가득 담아 김밥을 싸냈다. 맛이 없을 수 없는 맛보장 김밥이기에 다행스러웠지만 모양이 영 마음에 차지 않았다. 꼭꼭 잘 말았다고 생각했는데 김밥속이 왜 이리 부실하지 알차게 꽉 차지 않았다.



색도 예뻐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과일과 간식을 같이 도시락통에 담아내니 다행히 덜 초라해보였다. 생애 첫 김밥싸기에는 성공했지만 무엇보다 쉽다는 김밥은 나에게 너무 어려운 요리가 되어버렸다. 손 놓고 영원히 싸고 싶지 않은 김밥이 되어버렸다. 그냥 소풍날마다 예쁘고 맛있는 김밥을 미리 사서 도시락통에 넣어줄까 싶은 유혹이 밀려왔다. 그땐 아이들도 어렸고 남편도 김밥을 잘 먹지 않기에 보통 재료를 사 놓으면 10줄 이상은 쌀 수 있는 김밥재료를 먹어치우는 일도 큰 숙제처럼 느껴졌다.



2박 3일은 김밥을 먹어야 했고 김밥이 맛이 없으니 손이 잘 가질 않는 것이다. 하지만 나에겐 아직도 소풍을 한참 더 다녀야 할 아이들이 두명이나 더 있었다. 포기할 수 없는 김밥이 되어버렸다.





무엇보다 어린 시절, 바빴던 엄마가 손수 정성스럽게 싸준 김밥을 들고 한번도 소풍을 간적이 없었던 나였기에 아이들에게 엄마가 정성껏 만든 김밥맛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엄마가 전날 장을 봐와서 새벽에 부지런히 일어나 김밥을 말아 도시락통에 예쁘게 담긴 김밥과 음료수를 가방에 챙겨주고 아이들을 소풍보내는 일은 나에게 큰 로망이자 꼭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였다.


그래서 더 포기할 수 없는 김밥이 되어버렸고 뭐든지 하면 잘 하게 되어있는 세상이치에 따라 나도 이제 맛있고 모양도 예쁜 김밥을 능숙하게 말아나내는 주부 9단이 되었다. 번거롭고 손도 많이 가지만 엄마가 만든 김밥을 엄지 척 하며 먹는 아이들을 위해 소풍날만이 아닌 평소에도 자주 해 먹게 되었고 꽤 많이 큰 아이들과 먹는 김밥은 이제 한 두끼면 김밥재료 탕진이 가능해졌으니 더할 나위 없는 별미메뉴가 되었다.






김밥은 야외에서 먹기 간편하고 맛있어서 보통 나들이 소풍하면 김밥을 빼놓을 수 없는데 권여선의 음식 산문집은 [오늘 뭐 먹지?]에서 김밥에 대한 작가의 색다른 시선이 왠지 가슴을 촉촉하게 적신다.





김밥은 너그러운 음식이다.
김밥과 밥만 있으면 나머지 재료는 무엇이어도 상관없다.
김밥은 아름다운 음식이다.
재료의 색깔만 잘 맞추면 이보다 어여쁜 먹거리가 없다. 그래서 김밥에는 꽃놀이와 나들이의 유혹이 배어있는지 모른다. 지참하기 간단해서가 아니라 그 자체가 꽃밭을 닮아서.

-오늘 뭐 먹지?
(권여선 음식 산문집)


아니!

김밥이 어느 꽃처럼 예쁘다니!

나는 그저 김밥을 볼때 "맛있겠다" 라는 생각만 했을 뿐, 한 번도 "꽃처럼 어여쁘다"라는 생각을 못 해봤을까. 글귀를 가만 읽고 나니 초록,주황, 노랑, 형형 색의 조합이 일품인 것이 꽃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어여쁜 김밥이다.


여기저기 예쁜 꽃들이 꽃몽우리를 터뜨리며 피어나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벚꽃이 절정이였나 보다. 인스타에 벚꽃피드가 가득하다. 벚꽃여행 안 다녀온 사람은 인스타에 발도 못 내밀 정도이다.






예쁜 꽃을 보니 나들이가 생각나고 나들이를 생각하니 김밥이 생각나는 고정관념은 아마도 계속 될 것 같다.


하지만 꽃놀이와 나들이의 유혹이 배어져있는 김밥의 모양이 어느 꽃과 비교해도 보아도 손색없이 아름답다는 사실에 김밥의 존재가 갑자기 도드라진다. 이것이 글로 표현하는 참맛일 것이다.


맛있지만 싸기는 어렵고 그마저도 자주 싸다 보니 엄마의 정성이 가득 담긴 맛있는 김밥하면 떠올랐던 건 소풍뿐 이였던 나에게 예쁜 꽃을 대치해 김밥에 대한 색다른 시선을 준  작가의 맛깔스런 글솜씨가 부러웠다. 나도 언젠간 김밥이라는 소스 하나 가지고 맛깔스러운 글을 써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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