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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Apr 07. 2022

강아지를 키우자고??

어쩌나 우리집 강아지는 너인데...


막내가 삐졌다.

삐진 막내를 아무리 어르고 달래보아도 화가 난 도끼 눈을 풀지 않는다. 저녁밥을 차려놓은지도 한참이다. 더는 화가 풀릴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화가 난 상태로 억지로 밥을 먹인다. 화가 났음을 표출하며 밥 먹을 때 필요한 "하마입~~~" 을 아무리 외쳐봐도 입을 열지 않는다.



그 모습이 귀여워 웃음을 참고 말한다.

"이제부터 성운이는 맛있는 거 하나도 안 줘야겠다~~"


그말을 듣더니 여전히 화난 도끼눈을 풀지 않고 화가 잔뜩 났다는 표시의 팔짱을 푸르지 않고 하마입을 하는 막내의 모습이 너무 귀엽다. 입으로, 몸짓으로 아직도 화가 안 풀린다는 듯이 입을 딱 딱 거리면서도 엄마의 겁박에 못 이겨 하마입을 하고 있는 막내의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빵 터졌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꺅꺅 거리며 막내를 끌어당기며 안아주었더니 아직 화가 안 풀렸다는 듯이 내 손길을 뿌리친다.




"어!! 너 지금 엄마의 사랑 안 받아주는거야?? 엄마도 그럼 나중에 엄마의 사랑 성운이한테만 안 줄거야~~~" 


웃으며 다시 한번 겁박을 했더니 이 녀석이 이번엔 아직도 화가 난 팔로 내 목을 와락 끌어 안는다. 화가 난 눈과 화가 난 팔과 화가 난 몸짓으로라도 엄마의 사랑을 놓칠 수 없다는 막내의 몸짓이 난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혼자 깔깔거렸다.




몇 일 뒤. 둘째아이가 나에게 화가 났다.

막내와 있었던 일이 기억나서 둘째에게도 똑같이 말했다.

"치, 그럼 엄마의 사랑 안 줘야지~~~"

라고 했더니 둘째아이가 쿨하게 말한다.

"그래라~~~~"



아...

9살 녀석에겐 통하지 않는구나.

새삼 느꼈다.




7살 막내에겐  통했던 모습을 보며 그때 막내의 모습이 기억이 나서 아직도 웃음이 난다. 7살 막내는 아직 나의 그런 겁박이 먹힌다. 나중에는 이 녀석도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안 쓰는 쿨한 아들이 되어버리겠지만 그래도 아직 나의 겁박이 먹히는 귀여운 막내가 있다는 사실에 새삼 막내에게 고맙게 느껴진다.


많이 큰 것 같아도 아직 어린 애교 많은 막내가 있어서 다행이고, 아직도 육아는 현재진행중이다. 부쩍 커버린 아이들을 보며 시원섭섭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시원한 건 내 손길이 덜 가는 수월함이고 섭섭한 건 내 품을 금방 떠나 자연스럽게 독립해나가는 아이들의 크는 모습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아직 나의 손길이 많이 필요하고 아직 엄마의 겁박이 먹히는 애교 많은 강아지 같은 막내녀석이 있어서 덜 서운할 것 같다..




막내를 비롯해 아이들이 자꾸 강아지를 키우자고 조른다. 형아들은 이제 잊어버린 듯 , 포기한 듯 한데 막내는 아직도 조른다.


"엄마. 우리도 강아지 한 마리 키우자~~"


"어쩌나...

엄마는 강아지를 키울 맘이 없는데...엄마에겐 아직도 더 키워야 할 우리 강아지 성운이가 있는데~~~우리 성운이가 엄마 강아지야~~~ 너무 귀여워~~"



막내야... 조금만 천천히 크자...




#막내 #육아일기 #육아일상 #강아지 #전업주부일상 #엄마의겁박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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