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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Apr 27. 2022

아이들만 데리고 훌쩍 떠나는 여행

시간이 주는 변화와 선물


여행은 언제나 좋다.



떠나기 전에는 설레임과 함께 두려움과 이상한 귀차니즘이 함께 동반된다. 낯선 곳에서의 색다른 쉼을 찾는 설레임일 것이고, 여행 가기 전 변수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일 것이고, 이것저것 신경써서 짐을 챙겨야 하는 짐을 싸기 귀찮아지는 귀차니즘이 함께 몰려온다. 이 모든 감정 싸움을 이겨내고 드디어 떠나게 되는 여행은 언제나 늘 좋다. 왜 오기 전 고민했을까 고민했던 시간이 무색하게 늘 좋은 것이 여행이다.




엄마라면, 전업주부라면 


누구나  번쯤 꿈꾸는 여행이란 아이들 없이 홀홀단신으로 훌쩍 떠나는 여행일 것이다. 남편도 없이, 아이들도 없이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  있는 그런 여행 말이다. 요즘은 흔히 '자부타임'이라며 주말에도 소소하게 혼자 시간을 보내는 엄마들이 많다.  가끔은 친한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훌쩍 여행을 떠나기도 하는 엄마들도 많이 봤다. 아이들은 남편이나 친정식구에게 맡기고 말이다.


나도   꿈꿔보긴 했지만 그런 시간이 하루라도  주어진다면  망설임 없이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고 남편과 함께하고 싶다.





우리 가족은 여행을 자주 다니는 편이다.


바쁜 남편도 일년에 한 번쯤은 꼭 시간을 내어서 아이들과 여유로운 여행을 즐긴다. 남편은 깨끗하고 쾌적한 리조트나 호텔에서 쉬면서 근처에 보고 즐길만한 곳을 찾아 아이들과 가볍게 체험하고 관광하는 여행을 즐긴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 남편은  바빴다.


그땐 그게  불만이였다. 아이들이 어렸을  아빠와  많은 시간을 보내게 해주고 싶고 나도 육아의 수고를 덜고 싶은 욕망이 가득한데 남편은 주말도 없이 바빴고 나는  독박육아였다.


그렇게 주말도 없이 바쁘게 일하던 남편에게도 미안함이 있었던지 남편은 일년에 한번   제대로  여행을 계획하고 실천해주었다. 덕분에 나는  아이들과 함께  호사스러운 시설에서 여행을 즐길  있었으니 새삼 남편에게 고맙고 그땐 그런 남편의 마음을 몰라주었기에 미안해진다. 거기에 작년부터 시작한 캠핑까지 더해져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즐길  있어서  좋다.






생각해보니  시절의 남편은 한참 진가를 올리며 멈추지 않고 달려야  촉망받는  마리의 경주마였던  같다. 자신의 성취를 위해서, 직장에서 인정받고 승진받기 위해서, 갑작스럽게 지워진 어깨의 무게를 홀로 감당하기 위해서 남편은 열심히 달릴  밖에 없었던 시기였던  같다. 그런 남편에게 나도 육아로 힘들다고 지친다고 땡깡부리며 아이들과 평소에 많이 놀아주지 한다고 불평불만도 많았다.



자연스럽게 흘러간 시간의 순리에 따라 남편은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시기가 되었나 보다. 남편에게도 자연스럽게 그런 시간들이 찾아오자 남편은 가족을 위해서, 아이들을 위해서, 그리고 나와 많은 시간을 보내길 원하고 계획하고 있다.




어제 만난 젊은 아기 엄마가 바쁜 남편을 향한 원망과 불평을 늘어놓는다.  예전  모습이다.



 "그땐 남편이 그렇게 바쁠  밖에 없는 시기이다.  시간을 보내고 나니 남편도 자연스럽게 여유 시간이 많아지고 그제서야 가족을 돌보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알아서 챙기더라"


 경험을 바탕으로 어줍잖은 위로와 훈수를 둔다.


하지만 안다.

아무리 말해도 그녀는 이해하지 못하고, 기다려주지 못하고 여전히 바쁜 남편의 뒤통수를 향해 투정부리고 불평불만을 쏟아놓으며 바가지를 긁어댈 것이다.


"회사  적당히 하고 아이들을  신경써라!" 


예전에 내가 그랬던  처럼 말이다. 그녀도 그녀의 남편도 각자 주어진 나름대로 삶과 과업을 이루어나가며 깨닫게  것이다. 지금의 나처럼 말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는 너무 많다.


최근이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1 2 여행을 다녀왔다. 아이들이 부쩍 많이 컸고  아이가 막내를  챙기고 도와줄 것을 알았기에 해볼만 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막상 겁나고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들만 데리고 혼자 훌쩍 떠난 일박 이일의 여행은 너무나 수월했고 너무나 즐거웠고 너무나 평화로웠다. 물론 곳곳에서 남편의 손길이 필요했고 아이들도 아빠도 함께였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만 빼면 완벽했다.


남편이 잡아준 깨끗하고 쾌적한 리조트에서 아이들과 수영을 즐기고 쉼을 즐기고 근처 명소를 돌아보고 왔다. 아직도 그런 여행을 다녀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이것 또한 아이들이 어느정도 컸기에 가능한 일이다. 자연스러운 시간의 변화에 따른 일이다. 어린 아이들을 셋이나 데리고 나 혼자 1박 2일의 여행을 떠난다는 건 말도 안된다.



하지만 지금은 가능해졌다. 처음으로 도전했고 성공했고  앞으로도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어질 때면 아이들만 데리고 망설이지 않고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바쁜 남편이 자연스럽게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찾고 즐길  있게 되고, 그럼에도 여전히 바쁜 남편을 붙잡고 투덜거리지 않고 떠나고 싶다면 아이들만 데리고 훌쩍 여행을 떠날  있게 되었다.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흘러간 시간의 변화이고  시간을 묵묵히  이겨낸 시간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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