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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Apr 20. 2022

기왕이면 그런 며느리?

다가오는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가정의 달이 다가오고 있다.

가정의 달 하면 빼먹을 수 없는 것이 부모인 나에게는 "어린이 날"이고 자식인 나에게는 "어버이 날" 일 것이다. 나의 자녀들의 기쁨과 만족을 위한 어린이 날과 나의 부모님의 기쁨과 만족을 위한 어버이 날 중, 어느 날이 나에게 더 의미가 있을까?



솔직히 부모 된 입장에서 아직 어린 자녀들이 한참 꿈과 희망을 머금고 콩나물처럼 쑥 쑥 자라나고 있기에 "어린이 날"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긴 하다.  아이들과 어떻게 좋은 시간을 보낼까,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선물을 사줄 수 있는 적정선을 어디까지 정해볼까, 하는 식의 고민이 어버이날 선물을 무엇을 할지의 고민보다 크게 다가오고 먼저 고민해본다. 일단 어린이날의 숙제를 해결해 놓은 후에야 어버이날의 숙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 마음은 자식 된 도리로써 어버이를 먼저 생각하고 싶건만 현실은 부모 된 도리로써 자녀와 뜻 깊은 시간을 보낼 생각에 전전긍긍이다.





몇일 전, 다른 곳에 선물할 일이 있어서 단골 꽃가게에 들렀다. 여기서 너무 예쁜 화분을 보았다. 고급스러운 보자기에 담겨 예쁜 꽃망울을 틔우고 있는 화분의 포스가 범상치 않게 느껴졌다. 역시나 어버이날을 맞이해 어버이날 선물로 선보이는 처음 보는 꽃화분이다. 이름을 묻는다는게 물어보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쉽다.고급스러운 자태를 뽐내며 안방마님마냥 화려한 치마폭을 휘감고 정중앙에서 요염하게 매력을 발산하는 것이 그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자태에 눈길이 자꾸만 간다. 시선을 빼앗긴다는 것이 이런 거리라...






어버이날 선물로 준비된 화분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시어머님생각이 너무 났다. 요즘 통 전화도 못 드리고 있기 때문에 마음이 막 찔린다. 눈 딱 감고 통화하고 나면 별것 아닌 것이 후련하고 개운하고 뿌듯하고 뭉클하고 오만감정을 느끼며 자주 전화를 못 드려 죄송한 마음으로 마무리 된다. 그러면서 늘 다짐한다.

'더 자주 전화드려야지...'

하지만 늘 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그 쉬운 전화 한번 못 드린지가 또 한참이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바쁜데 전화 자주 못 하면 어떻느냐고, 아들 셋 키우느라 네가 제일 힘들겠다고 이해해주시는 부모님들께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이면서도 그 이유를 방패 삼아 자꾸 미루게 되는 것이다.







이번 어버이날 선물은 카네이션대신 이걸로 정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드리고 싶다. 그 동안 무심했던 며느리를 용서해주십사 하는 마음이 크다. 금방 시들어버리는 카네이션보다 고급스러운 꽃화분을 보시며 잠시라도 눈이 정화되고 예쁜 꽃망울을 틔우는 모습에 잠시나마 기쁨을 누리시게 되길...





요즘 싱크족, 딩크족 등 다양한 가족의 신조어가 있다. 그 중에 통크족이라는 말이 있다. 자녀에게 부양받기를 거부하고 부부끼리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노인세대를 말한다. 통크족이라는 신조어를 듣고 있으니 우리 시부모님 생각이 난다.



완벽한 통크족이시기 때문이다. 아버님이 소소한 사회생활을 하고 계시긴 하지만 벌이가 그리 크진 않으실텐데 자식들이 따로 용돈을 챙겨드리지 않아도 두 분이서 생활하시며 가끔 찾아뵐때마다 세 아이들 손에 용돈으로 만원 한장씩을 척척 쥐어주시니 어디서 그렇게 생활하시는 돈이 나오시는지 신기하기도 하고, 자식들에게 손 벌이지 않으시고 생활하시는 두 분의 노후가 멋있게도 느껴지는 것이 딱 통크족이시다.







인천에 있는 아파트에 거주하시며 강원도에 세컨하우스가 으신 것도 참 감사한 일이다. 수시로 왔다갔다 하시며 소소한 농사일을 벌이시고 거두시면서 도심과 자연을 오가며 건강하게 지내고 계신다. 아이들에게 시골의 정서를 만끽할  있는 할아버지 시골집이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행운이다. 아이들은 아무것도 없지만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강원도 할아버지 집을 너무나 좋아한다.








아버님께서 손수 지으신 그네와 해먹을 보며 손주들을 위해서 고심하고 애쓰신 흔적이 느껴져 볼 때마다 마음이 말랑말랑해진다.








우리 부부도 시부모님 같은 멋진 통크족이 되어야 한다. 자식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멋지게 살아갈 수 있는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 그저 결혼해서 너희들끼리 잘 살 수만 있다면 부모로써 그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전화를 자주 못 드려도 내가 그렇게 잘 살아내고 있기에 이해하시리라....훗




우리 아들 셋은 어떤 여자를 만나서 결혼하고 나는 어떤 시어머니가 되어 있을까...난 세 명의 며느리를 보게 될텐데, 그 중에 전화를 자주 하지 않는 나 같은 괘씸한 며느리도 있을 거고, 나긋나긋 자주 전화하는 모습이 처음엔 예쁘지만 나중에는 왠지 귀찮을 거 같기도 한 며느리도 있을 거다.




그래도,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전화 자주 않는 며느라기보다는 미주알고주알 종알대는 며느리가 어째 더 이쁠것 도 같다. 종알대는 며느리는 못될지언정 전화라도 자주 드리는 며느리는 되어야 하겠다.




어버이날이 다가오고 있다.

어버이의 은혜와 사랑에 대해서 쓰려고 했는데

얘기가 삼천포로 빠져버렸다. 난 지금 어버이의

은혜와 사랑보다는 전화를 자주 못 드리는 못난 며느리기로써 마음이 한 없이 찔리기 때문이다.




이제 전화 자주 드릴게요 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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