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쓰는핑거 Apr 19. 2022

다자녀 중 막내의 삶이란

(아들 셋 키우는 동안 이런 일 처음입니다만 ) 후속편



막내 신발을 사주러 아울렛에 다녀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큰 아이 간절기 바람막이 점퍼를 사러 갔던 것이다. 큰아이 옷을 고르다보니 여기저기 물려받아 잘 신으며 버텼던 신발이 더이상 신을 수 없게 작아졌고 더이상 버틸 수 없이 낡아진 막내의 신발을 사야 한다는 사실이 불현듯 떠올라 뒤늦게 막내의 사러 나선 것 이다.  



아직 7살인 우리 막내는 삼형제 중 막내로써 그 삶을 톡톡히 살아냈다. 막내신발을 한 번도 새 걸로 사준 적이 없다는 사실에, 그땐 당연하게 여겼지만 새삼 미안하게 느껴졌다.  옷도 마찬가지만 신발도 한때 잠깐 신는 것이고, 물려 받은 깨끗하고 멀쩡한 신발이 천지였기에 굳이 사줄 필요가 없는 일이였다.

    



7년동안 물려받은 신발들로 잘 버틴 우리 막내의 작아진 신발의 뒤를 이어줄 다음 타자가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선택의 여지 없이 막내의 신발을 사줘야 되는 타이밍이다. 알아보고 눈품 팔아보자면야 당근마켓 같은 곳에서  저렴하게 구매할 수도 있다. 하지만 7년동안 단 한번도 새신발을 신어본 막내가 어쩐지 짠했고 새 신발을 한번 쯤은 사줘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고민하지 않았다.



막내의 신발을 사주려고 여기저기 다니다보니 여전히 내 눈엔 귀여운 디자인의 신발만 눈에 들어온다. 귀여운 우리 막내에게 어울리는 귀여운 디자인의 운동화들 몇 가지 중에서 골라왔고 그렇게 사온 새 운동화를 기분좋게 내밀자 어쩐지 막내의 표정이 심드렁하다.

새 운동화를 받으면 디자인을 불문하고 너무 좋아할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워낙 잘 안 사주고 물려받아 쓰는 게 많다보니 본능적으로 갖고 싶은게 늘 너무 많고, 새 거라면 뭐든 눈을 반짝이며 꼭 끌어안고 자는 우리 막내가 자신 앞에 놓여진 처음 받아보는 새로운 운동화에 앞에서 심드렁한 표정을 지어내다니!!



"마음에 안 들어??"

"어. 마음에 안 들어."

단호하다 이 녀석.

" 왜 귀엽고 예쁜데. 여기 찍찍이 부분도 이렇게 되어 있어서 편하고 좋을 것 같은데??"

"이건 좀...."

"왜? 너무 유치해? 애기 신발 같아?"

"어!!"


음... 귀여운 디자인이 별로였나보다.

이 녀석 언제 이렇게 컸나...귀여운 디자인을 이제 거부하다니!! 새 거라면 무조건 눈에 쌍심지를 켜고 좋아할 줄 알았더니 귀여운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든다며 단호하게 새 신발을 거부할 줄도 알다니...







막내를 데리고 직접 고르러 다시 매장에 방문했다.

난 또 잊어버리고 여전히 귀여운 디자인의 운동화를 들이민다. 공룡 모양의 너무 귀엽고 편해보이는 운동화였다.그런데 이것도 단호하게 거부한다.



그러더니 위 쪽에 있는, 이 녀석 눈 높이에 잘 띄지도 않는 운동화 하나를 콕 집으며 "이게 마음에 들어" 라고 확고히 말한다.



끈으로 되어 있다.

끈 운동화!?

형아들도 잘 안 사주는 ??


디자인과 칼라감은 산뜻하니 예쁜데 , 7살인데 끈 운동화라니... 끈 보다는 찍찍이가 아직은 편하고 더 좋을텐데 싶어 타일러 보았다. 설득도 해보았다.  이건 나만 아는 비밀이지만 가격도 2만원이나 더 비싸졌다. 7만원짜리 끈으로 된 운동화를 단 번에 고르고 이거 말고는 마음에 드는 게 없다는 7살 우리 막내...






많이 컸구나...싶은 대견한 마음에 끈으로 된 운동화가 내심 마음에 걸렸지만... 막내가 처음으로 고르고 가지고 싶은  새 운동화를 기분좋게 사주었다.



그러고 보니 보면 볼수록 막내가 고른 운동화가 너무 예쁘다. 나도 커플화로 신고 싶어진다.

이 녀석의 센스도 대견스럽고 사랑스럽다.

엄마 눈에 너무나 귀여운 우리 막내에게 어울리는 운동화는 여전히 귀여운 디자인의 운동화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는 귀여운 디자인의 운동화를 거부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칼라풀하고 멋지고 세련되고 비싼 운동화를 단 번에 고르는 이 녀석... 보는 눈이 좀 있다. 비싸서 그런가 보면 볼수록 고급스럽고 예쁘다. 눈이너무 높으면 안되는데... 훗!



 그냥 대충 신으라고 겁박을 주어 신길 수도 있었다. 끈으로 된 운동화가 내심 마음에 걸려 벨로크가 부착된 편한 디자인으로 된 운동화로 살살 꼬득일 수도 있었다.  ₩70,000원짜리, 운동화 코너에서 가장 비싼 운동화를 고른 막내에게 좀 더 저렴한 가격 안에서 고를 수 있도록 한정된 디자인으로 제한해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아이가 직접 고르고 아이가 한 눈에 마음에 들어했던 운동화를 이유를  묻지도 따지도 않고 사주고 싶었던 마음이 유독 컸던 건, 삼형제 중 막내인 아이에게 처음으로 사준 새운동화이기 때문일 것 이다.




처음으로 7년만에  운동화가 생긴 삼형제 중의 막내의 운명이란 매장에서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을 직접 골라  운동화를 사는 경험을  7 인생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것이다. 비록 새운동화는 처음 받아보았지만 형아들하고는 비교할  없는  사랑을 받았고 현재도 진행중이다.


아마도 새 운동화를 또 사줄 일은 당분간은 없을 것 같다. 이번에 산 새운동화로 잘 버티고 나면 막내의 발에 꼭 맞을 만한 물려받은 깨끗한 운동화가 다음타자로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막내야, 그 대신 소소한 장난감, 간식은 네가 제일 많이 사는 것 같다)



#다자녀맘 #육아에세이 #육아일기




작가의 이전글 부활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