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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Jun 16. 2022

12세 관람가에 관하여

아이들과 쥬라기월드 3 관람후기


아이들과 쥬라기월드 3 [도미니언] 편을 보고 왔습니다. 사실 아이들과 다 같이 보게 될 줄 몰랐습니다. 영화는 12세 관람가이고 저희 아이들은 11세,9세,7세 이기 때문에 보고 싶지만 전혀 볼 생각이 없었습니다. 관람나이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라고 늘 생각했고 [전체관람가]가 아닌 이상은 재미있다고 소문난 [12세이상관람가]는 아이들에게 보여 줄 필요도 없고 보여주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래도 잔인한 장면도 있고 무엇보다 자막이 대부분이고 2시간이 넘어가는 긴 영화를 어린 아이들이 집중해서 보기란 참 힘든 일이기에 쥬라기월드도 저는 전혀 볼 생각이 없었습니다.





사실 저희집 아이들은 쥬라기 월드 1,2 모두 보지 못한 상태였는데요 보여주지 않은 이유는 [12세관람가]이기 때문입니다. 보게되면 큰 아이나 데리고 보려고 했는데 동생들이 있다보니 어영부영 놓치게 되었죠.




막내 유치원 친구 엄마 중에 성품도 너무 좋고 아이도 참 점잖고 젠틀해보이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쥬라기월드2를 보고 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아이 동생은 5살인데도 함께 봤고 잘 보았다는 놀라운 얘기를 들었습니다. 잔인한 장면은 없는지 묻자 조금 무서운 장면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볼만 했다는 얘기를 듣자 갑자기 눈이 번쩍 떠지는 느낌이였습니다. 다른 엄마가 아닌 그 엄마의 후기라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집 아이들도 쥬라기월드를 보여주고 싶어지더라는 겁니다.



일단은 아이들이 보지 못했던 쥬라기월드 첫번째 이야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워낙 명작이였기에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바로 쥬라기월드 2를 보여주고 함께 봤습니다. 아이들도 너무 재미있어했고 저도 너무 재미있더라구요. 이런 대작을 놓칠 뻔 했다니 정말 큰일날 뻔 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쥬라기월드 2는 특히나 공룡이 멸종한 근거로 추측되는 화산폭발 장면이 하이라이트입니다. 정말 리얼하고 생생하게 담아냈고 아이들에게도 인상깊게 남았을 것 같아요. 아이들이 쥬라기월드 1,2를 무난하게 재미있게 잘 보자 당장 쥬라기월드3를 보러 가고 싶어졌고 뒤늦게 막차에 올라타 극장에서 쥬라기 월드 3까지 성공적으로 관람을 마쳤습니다. 영화관람을 마친 결론은 "이런 대작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지 못할 뻔 했다니 보길 너무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12세 관람가]의 편견이 사라졌던 순간입니다.





12세 관람가를 아이들에게 보여줄 지 말지는 엄마들의선택입니다. 부모 동반하에 상영이 가능하죠.보여주는 엄마들도 있고 반은 성공하고 반은 실패할 것입니다. 실제로 아이들을 데리고 영화를 본 후기에 공룡 좋아하는 5~7세 아이들이 결국 끝까지 못 보고 무서워서 혹은 지루해서 영화관을 뛰쳐나왔다는 얘기가 가장 많이 들렸습니다. 그러게 그 쪼끄만 애를 데리고 왜 그런 영화를 보러 갔느냐고 반문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공룡 좋아하는 아이를 둔 엄마 마음은 그런 것이라고 이해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전체관람가가 아니기에 너무 어수선한 분위기가 되어서도 안됩니다. 그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비매너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너무 떠들거나 돌아다니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한데 결국은 아이들이 집중해서 잘 보느냐 안 보느냐에 따라 12세 관람가는 봐도 된다 안된다로 나뉘는 듯 하더라는 겁니다. 그 중에도 반은 '역시 너무 잔인해. 괜히 봤어' 할 것이고 그 중에 반은 '너무 재미있다. 볼만 하네.' 로 나뉘겠지요. 저는 후자에 속했습니다.




자극적일 까봐 용기를 내지 못했는데 편견을 깨고 용기를 냈더니 우리 가족 모두에게 너무 재미있었던 인생영화로 남게 됩니다. 무엇보다 회사 일을 하고 있던 아빠도 컴퓨터를 당장 끄고 극장으로 달려왔기 때문입니다. 온 가족이 함께 입성한 극장에서 자막으로 된 2시간 40분의 영화를 우리집 삼형제는 무난하게, 매너있게, 집중하며 너무 잘 보더라구요. 9살 둘째아이도 잘 보았고 특히 7살 막내가 흐트러짐 없이 집중해서 잘 보는 모습에 괜시리 기특했습니다.




궁금한게 있으면 소근 소근 물어보기도 하고 연신 작은 손으로 팝콘을 먹어대며 영화에 집중하는 모습이 얼마나 예뻤던지요. 떠들지 않고 돌아다니지 않고 한 자리에 앉아서, 가끔 무서운 장면이 나오면 아이는 괜찮은데 제가 괜시리 끌어안고 보았습니다. 우리집 아이들은 12세 관람가에 성공했습니다. 생각보다 잔인한 장면도 레벨이 높게 느껴지지 않았고 그거에 비하면 공룡의 스케일이나 리얼한 공룡의 세계와 비주얼이 압도적인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18세이상 관람가는 아니기에 잔인한 부분도 어느정도 조절이 되어 있는 느낌이였고 소심하고 보수적인 저에게 불편함을 끼친 장면 없이 웅장하고 화려한 볼거리들만 가득했습니다.

쥬라기월드 3를 재미없게 보신 분들은 아마도 1,2를 놓치고 보지 못하신 분들 아닐까 싶더라구요. 이어지는 후속편은 이래서 전 이야기를 꼭 봐줘야 하나 봅니다.



저희 아이들은 특히나 공룡을  좋아했던 남자아이들이기에 또 진지하게 잘 보았던 것 같아요. 어려서부터 가지고 놀던 공룡들, 공룡들이 정말 살아있었을까 생각했던 동심들이 현실과 오버랩되며 아이들의 지성이나 감성이 새로운 변화를 맛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또 무엇보다 쥬라기월드가 주는 메세지는 자연과, 동물과 공존하며 살아야 한다는,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지켜주며 살아야 한다는 메세지가 있습니다.




이제 12세 관람가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습니다. 이제 앞으로도 12세 관람가 영화 중 볼만한 대작이 또 나온다면 고민 없이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집에서도 엄마표 영어를 한다고 일부러 노출시켜 자주 보여주어서 그랬는지 아이들은 자막영화도 집중해서 잘 보았습니다.무엇보다 긴 시간 앉아서 영화를 진정 즐기는 모습에 정말 놀랐던 시간이였습니다. 세 아이 다 집중력이 좋은 모습에 '이 녀석들 엉덩이 힘이 있네. 셋 다 공부도 잘 하려나' 싶은  엄마본능도 꾸물꾸물올라오며 혼자 피식 웃어도 보았습니다.




생각지 못했던 12세 관람가 쥬라기 월드 3를 통해서 아이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새로운 메세지를 배우고 집에 굴러만 다니던 장난감이였던, 관심 없었던 공룡의 세계를 상상해보며 여전히 인간의 탐욕으로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야 할 자연을 훼손시키고 그것을 이익으로 삼고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돌아보기도 합니다. 12세 관람가 영화의 편견이 깨지는 순간입니다..






#쥬라기월드 #12세관람가 #영화 #아이영화 #공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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