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쓰는핑거 Jun 18. 2022

형제싸움을 위기로 넘긴 솔로몬의 재판

서로 내것이라 우길 땐 솔로몬의 재판이 탁월하지!


모든 아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포켓몬스터.


그래도 다행히 저희집 아이들은 포켓몬빵과 띠부씰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빵을 사러 마트에 오픈런으로 달려가고 싶은 생각도, 거기에서 서서 포켓몬빵을 사려고 줄을 서 있고 싶은 생각도 전혀 없는데 참 다행이고 아이들에게 고마울 지경입니다.


포켓몬빵을 구하기 위해서 동네 모든 편의점에 포켓몬빵이 들어오는 시간을 완전정복한 동네엄마의 흥미진진한 스토리는 신선한 충격이였습니다. 근처에 포켓몬빵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마트가 있습니다. 오픈 시간에 맞춰 아무생각 없이 그 마트에 들렸는데 아이들이 탈만한 자전거가 일렬로 나란히 나란히 서 있습니다.


'아. 아이들이 포켓몬 빵을 사러 왔군...'


역시나 마트 안쪽에는 포켓몬빵을 사려고 줄을 서기도 , 돗자리를 펴고 앉기도 하고 있는 아이들의 긴 행렬이 있습니다. 그 행렬 속에는 나도 여기 줄 서있는게 싫어 죽겠다는 표정이 한 눈에 보이는 부모님들의 모습도 있습니다. 아직도 사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포켓몬빵의 인기입니다.



다행히 저희집 아이들은 포켓몬빵보단 카드를 수집하는 재미에 빠졌습니다. 문구점에서 한 팩에 1,000원 하는 걸 가끔 사주면 거기서 운 좋게 홀로그램 카드가 나오기도 하고 친한 친구들이 한 두장 주기도 하며 모은 카드가 제법 됩니다.


아무래도 5학년인 큰 아이는 이제 포켓몬 카드에도 별 관심이 없습니다. 7살 막내가 가장 열광하고 좋아합니다. 그런 막내를 가끔 큰 아이가 살살 약을 올리는데 아침에 한 카드를 가지고 서로 자기것이라고 아웅 다웅 다투고 있습니다. 다투는 소리가 살짝 듣기 싫어지는 순간 둘째아이의 말에 눈이 번쩍 떠졌습니다.



"아! 이럴 땐 솔로몬의 재판이 필요해!"


둘째아이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듣는 순간 갑자기 엔돌핀이 솟아납니다.


"그래!. 너도 이 카드가 내 것이라 하고 너도 이 카드는 내 것이라 하니 주인을 찾을 수가 없구나!! 안되겠다. 당장 가위를 가지고 와라! 이 포켓몬 카드를 똑같이 반으로 잘라 나눠가져라!!"


솔로몬처럼 연기를 시작하는 엄마를 보며 이미 솔로몬의 재판을 잘 알고 있는 아이들도 연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큰아이가 먼저 시작합니다.


"아! 아니되옵니다.

이 카드를 자르지 마시고 그냥 저 아이에게 주십시요~~~"


진짜 주인을 자칭한 큰 아이를 보며 우리 모두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러자 작은 아이도 말합니다.






"이 카드는 제 것이 맞습니다."

하고 작은 손으로 카드를 꼭 쥐어끌어안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우리 모두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어허. 이 카드를 자르면 안된다고 말하는 아이가 진짜 주인이니 이 카드를 주인에게 돌려주어라~"



라고 했더니 큰 아이가 그냥 아이에게 주어도 된다고 말합니다. 사실 그 카드는 큰 아이가 막내에게 준 카드인데 '자기가 준 거니까 다시 내놓으라' 라고 하면서 싸움이 시작된 거였는데 둘째아이의 번뜩이는 지혜와 재치로 인해서 솔로몬의 판결로 위기가 잘 지나갔습니다.



아침부터 서로의 연기를 보며 어찌나 웃어댔는지요. 포켓몬카드를 익살맞게 끌어안고 자기 것이 맞다고 우겨대는 막내 모습이 어찌나 귀여웠는지요. 몇천년이 지나도 바라지 않는 그 솔로몬의 빛나는 지혜가 더 빛이 나는 순간이였습니다.






#형제 #형제이야기 #형제다툼 #솔로몬의판결 #일상 #육아에세이 #육아일상 #소소한이야기

작가의 이전글 12세 관람가에 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