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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Jul 05. 2022

갈등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들

자신이 들어야 할 목소리를 가려낼 수 있는 성숙한 아이로 자라길....



저는 아이들이 교육관에 있어 조금은 관대한 편입니다.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소위 말하는 '쪼는 행위'도 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꼭 해야 할 학습지 공부같은건 밀리지 않습니다. 학교공부도 선행보다는 현행에 더 집중합니다. 아이들이 잘 따라가고 있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것은 없는지 체크하고 점검해줍니다. 학교에서 내주는 과제는 당연히 성실하게 해가고 준비물도 챙겨줍니다. 100점을 좋지만 80점만 맞아도 기특하게 여겨집니다. '두개나 틀렸어?' 보다는 '두 개밖에 안 틀렸네.' 라는 마인드가 제 안에 있다보니 관대한 편이지요. 가끔 아이들이 피곤해하거나, 다른 일정이 생기거나 하면 마음은 좋지 않더라도 쿨하게 학원 일정을 빼주기도 합니다. 대신 학교는 절대로 빠지게 하지 않습니다.








한달 전, 형님댁과 제주도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일요일 아침에 갔다가 돌아오는 날이 수요일 밤이여서 다음날인 목요일과 금요일, 이틀동안 아이들이 피곤하거나 힘들지 않을까 싶어서 체험학습 신청서를 낼까 고민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고민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고 '학교는 무조건 가고 학원을 빼줘야겠다.' 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저와 비슷한 또래 아이들을 키우는 형님은 학교는 체험학습신청서를 냈고 학원을 절대 빠질 수 없어서 '학교를 쉬고 학원을 보내겠다.' 라고 결론을 내렸던, 나와는 상반된 생각을 가지고 있던 형님을 보며 학원 공부를 학교 공부보다 더 당연하게 여기는 요즘 교육문화의 현상이 피부로 와닿았습니다. 어쨌든 저는 학교를 보냈고 학교에 다녀온 아이들은 학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휴식을 취하게 남은 피로를 풀게 해주었습니다.



누가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각자 상황과 가치관에 맞게 모든 것이 결정이 됩니다. 육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엄마로써 권위를 가지고 선택권과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엄마도 미성숙한 존재이기에 여전히 불완전한 선택을 하게 됩니다.









반면, 우리 남편은 철저하고 엄격합니다. 저는 아이들이 큰 문제 없이 그저 건강하게 자라는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는 편인데, 남편은 더 열심히, 더 전투적으로, 더  치열하게 이 세상을 아이들이 살아가기를 원합니다. 저와는 너무나 대조적이지요.



남편이 아이들에게 세상을 현실적으로 직시시켜주고 큰 비전과 꿈을 꿀 수 있도록 좋은 의견도 많이 제시해주는 모습은 아빠로써, 남편으로써 멋있게 보이기도 하지만 가끔은 아직 너무 어린 아이들을 어른 다루듯이 대하고 기대하는 듯한 모습에 뭔가 발란스가 안 맞는 듯 느껴지기도 합니다. 남편은 현실에 안주하는 저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하겠지요. 남편은 대기업인 s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치열한 사회속에서  스펙이 출중한 인재들과 경쟁하며 부딪히며 좌절과 성장을 반복하며 십여년을 버텼습니다. 이렇게 가치관이 다른 남편과 저는 교육관 또한 다르니 아이들이 헷갈리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갈등이 건강하고 좋은 갈등이라고, 이런 갈등이 아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완벽하지 않을 용기] 의 저자 우치다 타츠루는 말합니다.






아이들은 갈등 속에서 성장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부권제 사회에서는 아이의 진로에 대한 결정권을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데 아버지가 아이에게 내리는 지시가 항상 틀렸다는 점 입니다. 예를 들면 아이는 예술가가 되고 싶어하는 데 아버지는 법학부 진학 후 변호사가 되라고 강요하는 식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반면 아이의 욕망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쪽은 어머니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부권세 사회에서는 아이의 미래에 대한 결정권은 어머니에게 없었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였죠.  결정권을 지닌 아버지는 결정권만 지녔을  자녀의 마음도 알지 못합니다.


그 사이에 생기는 갈등의 틈에서 아이는 숨을 쉴 수 있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대립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육아전략 사이에서 아이들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 있었던 거죠.









아이러니하게도 부권제 사회에서는 아버지가 미성숙하거나 인간성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 수록 아이가 잘 성장했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미성숙하고 아이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상력이 부족한 인간일 수록 오히려 아이들은 성장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갈등 속에서 성장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는 서로 다른 성숙한 프로그램을 제공해주는 다양한 어른이 있어야 한다고 우츠다 카츠루는 말합니다. 서로 전혀 다른 육아전략을 지닌 어른들과 마주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전에는 가정에 부모 외에도 고모, 외삼촌 등 다양한 가족이 있어서 다양한 의견을 접할 수 있었는데 핵가족화 되면서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그런 기회가 사라져버렸다고 저자는 안타까워하는데 정말 공감이 됩니다.









다양한 가치관과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주고 삶을 보여주고 모방할 수 있는 좋은 어른들이 많아야 하는데 만나기도 쉽지 않은 요즘입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선생님의 역할도 참 중요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들이 가장 많이 영향을 받고 모방할 수 있고 다른 의견과 갈등 속에서 아이들이 숨을 쉴 수 있고  가장 가까이에서 배울 수 있는 어른은 부모 뿐 입니다. 그래서 저는 가치관과 교육관이 다른 남편과의 '다름'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우리의 부족함을, 불완전함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다른 가치관을 지닌 부모지만 각자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부모를 보며 아이들이 자신에게 맞는 '좋은 취하고 나쁜 것은 과감하게 버릴 수 있는 지혜' 를 지녔기를 간절히 기도해봅니다.




부모가 해주는 해주는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다양한 가치관 속에서 자신이 들어야 진짜 목소리를 가려내고 그 방향으로 걸어가는 성숙한 아이....그런 아이들로 자라났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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