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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쓰는핑거 Jul 11. 2022

글쓰기가 어려운 당신에게 , 사실은 나에게

좀 더 진정성 있는 글쓰기로 고민하던 나에게...

글쓰기는 왜 하는 걸까요?

왜 나는 오늘도 새벽 일찍 눈을 부비고 일어나, 더 자고 싶은 유혹과,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고민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지 글을 쓰기 전 잠시 생각해보았습니다. 다시 이 끈 마저 놓치고 살게 될까봐 두려운 마음에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앉아 있거든요.

왜 나는 쓰고 싶어하는지... 나는 또 무엇을 써내려갈 것인지, 고민이 되기 시작합니다. 내 글이 사적인 글쓰기가 되지 않았으면, '자기 문제' 에만 매몰되어 듣고 있는 사람의 고역은 의식도 하지 못한체 내 이야기만 쏟아내고 있는 글쓰기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도 있습니다. 듣고 싶고, 공감할 수 있는 그런 글쓰기로 여백을 채워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일지라도 서로를 연결해주는 듯한 이해와 공감의 힘이 글쓰기를 통해 나타났으면 좋겠습니다. 서로에 대해 서서히 알아가고 이해하는 것처럼 천천히 아름답게 다가오는 말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피아니스트의 손끝을 타고 아름다운 선율이 울러퍼지듯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글씨 하나하나가 내 손끝을 타고 흘러나온다면 좋겠지만 아직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집니다. 그 아름다운 능력이 손 끝을 타고 흘러나와 나의 마음을 촉촉히 적져주는 은유작가의 [다가오는 말들] 에서 저자가 들려주는 다가오는 그 말이 오늘 위로가 되고 공감이 됩니다.

자신이 용감해지는 자리를 알기, 내가 글을 쓰는 이유도 이것이다. 글을 쓸 때 나는 그나마 용감하다. 글 바깥에선 비겁하고 부산스럽지만 글 안에서만은 일관되고 침착하려 애쓴다.

글과 삶의 (불)일치는 내 삶의 영원한 화두다.
잘 존재하는 방법은 어렵고, 글 쓰는 내가 가장 나으니까, 삶에서 그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일찍이 짰다.

[다가오는 말들] 은유

정말 그런 것 같아요.

글을 쓸 때 나는 용감해집니다.

또 나를 더 이해하고 알아가게 됩니다. 정리해야지 미뤄만 두고 수북이 쌓여가는 지저분한 책상들이 하나 둘, 자리를 찾아 버릴 건 버리고 담을 건 다시 담아 깨끗하게 정리되는 것 처럼 글을 쓰면서 내 생각과 감정이 정리가 되니 이 얼마나 좋은 것 인가요? 그 글이 조금 더 진정성 있는 글이 되어 단 한 사람이라도 나와 함께 내가 느끼고 있는 그 감정에 대해 공감받을 수 있다면 나는 가장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요.

무언가에 대해 말하고 쓰기 위해서는 우선 그것을 관찰해야 하는 시간이 먼저 필요합니다. 어느 누구도 자기 자신과 무관한 것은 관찰 할 수 없고 자신이 아닌 것에 대해서는 쓸 수 없다고 [청년, 니체를 만나다] 에서 정건화 저자는 말합니다.

내가 들여다본 모든 것들에는 내가 있고 그 모든 것들은 나를 붙들고 있기 때문에 어떤 주제에 대해서 말하건 매번의 글쓰기는 나 자신과의 만남이였다고 저자는 자신있게 피력하고 있습니다.

나 자신부터가 공허하다고 느끼는 글들이 다른 이들에게 어떤 울림도 주지 못할 것임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청년, 니체를 만나다. 정건화]

쓰면서도 공허하게 느껴지는 글 들이 있습니다. 그저 여백을 채워나가기에 바쁜 글 들이 그런 글이겠지요. 관찰과 관심 없이, 나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쓰는 글은 다른 이들에게도 울림을 주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 일본의 철학자 우치다 다쓰루도 비슷한 의견을 보입니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것' 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글을 쓰는 동안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알고 있는지 발견합니다.

글을 써보지 않으면 자신이 무엇을 쓸 수 있는지, 무엇을 알고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이미 어떤 것을 써야지 생각하고 머리 속에 준비해둔 원고를 '프린트아웃' 한다고 해서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우치다 다쓰루

일본의 철학자 우치다 다쓰루는 사람들이 글을 쓰는 동기 자체가 망가져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자기 경험과 감정은 뒷전이고 더 많은 지식과 더 인상 깊은 편협만 찾아서 전전하니 글쓰기는 점점 억지스럽고 고역인 일이 된다고 것 입니다.

결국은 글을 쓰는 용기란, 그리고 그 방법은 내 안에 있는 것이고, 그 이야기에 단서를 삼아 이야기를 밀고 나가야 글쓰기에 힘이 붙고 논의가 섬세해지면서 자기의 고유한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 입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우리 자신에 무지하고 우리 자신과 서먹하기 때문에 글을 쓰며 나를 알아가는 쾌감이 크다고 말하는 은유작가의 글을 보며, 어느새 은유 작가는 저 이상 너머의 작가가 아니라, 오늘 내 옆에서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 이야기에 아름다운 조언을 서슴 없이 건네주는 친언니 같은 존재로 가슴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이런 것이 저자와의 소통이고 공감일 것 입니다.

모든 것이 그렇듯 글쓰기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엄마라는 존재가 아이를 임신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열달 동안 아이를 배 속에 품고 출산의 고통을 겪고 밤을 새워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아이가 기고 앉고 서는 과정을 지켜보며 하나씩 육아용품을 정리해나가고 어느덧 문제집을 사들이며 독립된 인격체로 커 나가고 있는 한 아이가 성장해나가는 과정과도 똑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를 진정성 있게 담은 정성가득한 글을 보며 많은 사람이 공감해주는 글을 단 하루 아침에 쓴다는 것은 욕심이라는 것을 고전을 통해서 다시 한번 배우게 됩니다.

다산 정약용은 문장학을 배우려고 찾아온 이인영이라는 젊은이에게 진정한 배움의 의미와 그 순서에 대해 말해줍니다. 이인영이라는 청년은 많은 지식과 탁월한 글의 능력을 갖춘 영민한 청년이였지만 진정한 뜻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겠다는 뜻 보다는 오직 좋은 글만 슬 수 있다면 세상을 버려도 좋다고까지 피력하며 다산에게 쓰는 법을 배우고 싶어하는데 그런 청년에게 다산은 충고합니다.

문장이란 무엇일까?
학식이 안으로 쌓여 그 아름다움과 멋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기름진 음식을 배불리 먹으면 몸에 윤기가 흐르고, 술을 마시면 얼굴에 홍조가 피어나는 것과다름이 없는데 어찌 갑자기 이룰 수 있겠는가?

중화의 덕으로 마음을 기르고, 효우의 행실로 성품을 닦아, 공경함으로 지니고, 성실로 일관하되, 변함없이 노력해야 한다.

사서로 몸을 채우고, 육경으로 식견을 넓히며 사사로 고금의 변화에 통찰해야 한다.

[다산의 마지막 습관] 다산 정약용

계속 하고 있는 이야기들과 일맥상통하지요? 사서와 육경, 그리고 역사서를 공부하는 것은 지식의 근본을 세우는 일이고 얻은 배움을 삶에서 실천함으로써 진정한 자신의 것을 만들 수 있다고 [다산의 마지막 습관] 의 저자는 정약용의 충고를 해석해줍니다.

학식이 안으로 쌓여 아름다움과 멋이 겉으로드러나는 문장이란 갑자기 이룰 수 없는 것이고 사서로 몸을 채우고, 식견을 넓히며 사사로 변화를 통찰하며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다산 정약용] 이 오늘 이 아침, 나에게 친밀히 다가와 조용히 어깨를 투닥여주는 듯 합니다. 문장은 바로 이러한 바탕 위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날 때 그 의미와 가치를 지닐 수 있다고 말입니다.

진부해 새로울 것 없느 이야기나 지루하고 쓸데 없는 주장 따위는 한갓 종이와 먹을 낭비하는 것이다.

[다산의 마지막 습관] 다산 정약용

이 얼마나 섬뜩한 말인가요. 이 말은 현재에 적용해도 손색없을 듯 합니다. 출판시장의 진입이 쉬워졌고 누구나 마음 먹으면 전자책을 출간하기도 합니다. 몇일 전, 인스타에서 책리뷰를 보다가 이런 제목의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제발 이런 원고는 초판하지 말아주세요]

아... 얼마나 무분별한 글들이 담긴 원고를 출판하려고 초판을 시도하는 지 왠지 짐작이 되는 책제목에 나도 모르게 놀랐고 또 부끄러워졌습니다. 그 중에 나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아서 말이죠...그런 저에게 또 은유작가가 살며시 말을 건네주며 위로해주고 갈 길을 제시해줍니다.

무언가를 즉각적으로 수행하려는 욕심을 무너뜨리고, 하지 않을 수도 있는 힘을 다스리라는 글쓰기의 이정표 앞에서 나는 또 가던 길 멈추고 숨을 고른다.

글이 불이 되는 글쓰기를 해낼 재주는 없지만 쓰면서 알아가고 싶다. 전업 작가가 되고 싶으면, 혹은 되었다면 하루에 이삼십 장식 쓰라는 말보다 이쪽이 더 윤리적이고 매혹적이고 현실적이다.

이미 글이 범람하는 시대에 제면기에서 면발 나오듯 줄줄 써대는 게 능사는 아니며 그렇게 능력을 행위로 소모하다간 4대 보험 적용도 안되는 무명 작가로 과로사하기 딱 좋다는 자각이 아주 세게 드는 조언이다.

고마워요. 아감벤 씨

*조르조 아감벤 (불과 글) 을 읽은 은유 작가가 (불과 글)을 쓴 아감벤 저자에게 말한다.

[다가오는 말들]을 읽은 내가 [다가오는 말들] 을 쓴 은유작가에 말하고, 몇 천년 전에도 빛나는 지식을 전해주는 다산 정약용에게 말한다.

고마워요 은유 작가.

고마워요. 정약용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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