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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Jul 14. 2022

동네 합창단을 모집합니다. 짹짹이는 말구요...

나의 비열함과 무지를 보게 된 ...

몇일 전, 동네합창단을 모집한다기에 지인과 다녀왔다. 음치들도 끌고 가야 할 정도로 지원하는 사람이 너무 적다는 관계자의 말을 듣고 정말 아무런 부담감 없이, 마치 자선하듯이 오디션을 보러 갔다.


오디션을 보고 못하면 떨어지나요?

그럴 일은 없다고 하니 더 부담이 없다.


그렇게 할 거면 오디션은 왜 보나 싶지만 그래도 명색이 합창단이지... 그래도 오디션이라는 것이 필요하겠지.






이런 오디션은 나도 난생처음인지라, 실력은 없고 무식한 용감함으로만 참여한 오디션인지라 크게 떨리지도 않았다. 연습 시간이 저녁 시간이여서  포기했던 합창단이였다. 그런데 지원하는 사람들이 주부가 많고 여성분들이 많아서 연습시간이 오전 시간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희소식에 참여했던 오디션이였다. 당당하게 참여했고 당당하게 입장했다.




작은 강당에서 피아노 하나를 두고, 세 명의 심사위원 앞에서 준비해간 곡을 불러야 한다.





웁스!

그들 앞에서 서니 진작 콩닥거렸어야 할 심장이 그제서야 뛰기 시작한다. 명색이 합창단이기에 당연히 지휘자님이 심사위원으로 계셨다. 내 목소리가 너무 작다고 했다. 합창단에서 지휘자가 원하는 목소리가 나와야 할텐데 그렇게 부를 수 있겠느냐고, 가곡 같은 것도 부를 수 있느냐고 물었다.


목소리가 작다는 나의 아킬레스건이 찔리자 어쩐지 기분이 나빠지고 그런 지적이 달갑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분위기에 압도되어 완전 쫄았다. 요즘 아이들 말로 너무 쫄렸다.


다시 한번, 아까보다 더 큰 소리로 한 소절 더 불러보고 퇴장하는 나에게 연습 시간이 오전이 편한지, 오후가 편한지 물어보셨다.


난 당연히 오전이 편하고, 오전 시간에 연습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왔던 것이다.  정원미달의 합창단 오디션에 선심 쓰듯이 참여했던 내 입에서 겨우 나온 한 마디...




"최대한 맞춰보겠습니다...."




나는 정말 비겁하고 나는 정말 비열했다.






그날 함께 오디션에 참여한 몇 몇 분들의 예사롭지 않은 성량과 음성을 들었다. 성악전공이나 풍성한 성량을 지닌 사람들이 몇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사람들을 지휘자는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아무렴..

명색이 합창단에 지휘자분도 계신데...



평범한 지역주민의 참새 같이 짹짹거림을 아름다운 소리로 변화시켜주고 성장할 수 있는 경험이 될거라 기대하며 내 소중한 시간을 투자해보자! 찾아갔던 오디션이지만  그 자리는 잊고 있었던 숨겨진 재능을, 묵혀두었던 꿈을 다시 찾고자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주인공을 찾는 자리였나보다.


나에겐 그런 능력도 없을 뿐더러 나는 오디션에 임하는 자세부터 틀렸다.

떨어져도 할 말이 없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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