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비열함과 무지를 보게 된 ...
몇일 전, 동네합창단을 모집한다기에 지인과 다녀왔다. 음치들도 끌고 가야 할 정도로 지원하는 사람이 너무 적다는 관계자의 말을 듣고 정말 아무런 부담감 없이, 마치 자선하듯이 오디션을 보러 갔다.
오디션을 보고 못하면 떨어지나요?
그럴 일은 없다고 하니 더 부담이 없다.
그렇게 할 거면 오디션은 왜 보나 싶지만 그래도 명색이 합창단이지... 그래도 오디션이라는 것이 필요하겠지.
이런 오디션은 나도 난생처음인지라, 실력은 없고 무식한 용감함으로만 참여한 오디션인지라 크게 떨리지도 않았다. 연습 시간이 저녁 시간이여서 난 포기했던 합창단이였다. 그런데 지원하는 사람들이 주부가 많고 여성분들이 많아서 연습시간이 오전 시간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희소식에 참여했던 오디션이였다. 당당하게 참여했고 당당하게 입장했다.
작은 강당에서 피아노 하나를 두고, 세 명의 심사위원 앞에서 준비해간 곡을 불러야 한다.
웁스!
그들 앞에서 서니 진작 콩닥거렸어야 할 심장이 그제서야 뛰기 시작한다. 명색이 합창단이기에 당연히 지휘자님이 심사위원으로 계셨다. 내 목소리가 너무 작다고 했다. 합창단에서 지휘자가 원하는 목소리가 나와야 할텐데 그렇게 부를 수 있겠느냐고, 가곡 같은 것도 부를 수 있느냐고 물었다.
목소리가 작다는 나의 아킬레스건이 찔리자 어쩐지 기분이 나빠지고 그런 지적이 달갑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분위기에 압도되어 완전 쫄았다. 요즘 아이들 말로 너무 쫄렸다.
다시 한번, 아까보다 더 큰 소리로 한 소절 더 불러보고 퇴장하는 나에게 연습 시간이 오전이 편한지, 오후가 편한지 물어보셨다.
난 당연히 오전이 편하고, 오전 시간에 연습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왔던 것이다. 정원미달의 합창단 오디션에 선심 쓰듯이 참여했던 내 입에서 겨우 나온 한 마디...
"최대한 맞춰보겠습니다...."
나는 정말 비겁하고 나는 정말 비열했다.
그날 함께 오디션에 참여한 몇 몇 분들의 예사롭지 않은 성량과 음성을 들었다. 성악전공이나 풍성한 성량을 지닌 사람들이 몇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사람들을 지휘자는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아무렴..
명색이 합창단에 지휘자분도 계신데...
평범한 지역주민의 참새 같이 짹짹거림을 아름다운 소리로 변화시켜주고 성장할 수 있는 경험이 될거라 기대하며 내 소중한 시간을 투자해보자! 찾아갔던 오디션이지만 그 자리는 잊고 있었던 숨겨진 재능을, 묵혀두었던 꿈을 다시 찾고자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주인공을 찾는 자리였나보다.
나에겐 그런 능력도 없을 뿐더러 나는 오디션에 임하는 자세부터 틀렸다.
떨어져도 할 말이 없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