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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Jul 20. 2022

핸드폰 좀비의 모습은 누구도 아름답지 않다.

특히 아이 엄마들은 더더욱....




길을 다니다보면 새삼스레 놀랄 일도 아닌데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보통이 아니구나' 싶게 놀라운 일이 있다. 바로 핸드폰을 보며 걸어다니는 사람들의 모습. 흔히 비약하는 말로 '핸드폰 좀비' 라고도 말하기도 한다. 핸드폰에 빠져서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마치 좀비와도 같다는 말이다. 그 모습은 내가 보기에도 반박할 수 없는 좀비의 모습과도 흡사하다.






걷고 있는 사람들도, 횡단보도나 버스 등을 기다리려고 잠시 멈춰 있는 사람들도 하나 같이 핸드폰을 손에 들고 집중해서 바라보고 있다.

급한 용무일수도 있다.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메일이나 업무일 수도 있다. 일분 일초가 아까워 시간을 쪼개어 인강을 듣고 있거나 자기계발을 위해 유튜브 강의나 전자책을 보고 있을 수도 있다.







나 또한 그런 목적으로 핸드폰을 들고 눈에 고정시킨 채 걸어다녔고, 잠시 멈춰서는 순간에도 핸드폰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도 같은 좀비의 모습으로 핸드폰을 보고 있을 때는 미처 몰랐는데 핸드폰을 잠시 넣어두고 길을 걸으며 무심코 사람들을 바라보다보니 그 모습이 새삼스레 충격적인 것이다.









그 모습이 싫어서 잠시 핸드폰을 가방이나 뒷주머니에 찔러 넣어두었다. 꺼내서 보고 싶지 않아졌다. 그리고 그날 내가 볼 수 있는 것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나무와 들풀과 들꽃들, 지나가는 사람들, 마주치는 반가운 얼굴들,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과 대화들. 오늘 내 눈에 담기는 자연스러운 풍경을 벗삼아 핸드폰을 당분간 좀 멀리하기로 했다.





핸드폰이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졌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닐정도로 모든 생활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사용해야 하는 이 작은 기계가 편리하면서도 나를 옭아맨다는 사실이 새삼 슬퍼졌기 때문이다. 핸드폰 사용을 아예 금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길거리를 다니는동안은 핸드폰을 내 손에 들려주지 않기로 했다.








이른 아침,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나는 곧장 걷기운동을 위해서 동네공원으로 향한다. 향하는 길에 많은 아이들이 등교하는 모습을 지나친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혼자 씩씩하게 가방을 메고 가는 작은 아이들의 모습이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그런데 그 중에 옥의 티 같이 안타까운 모습이 있으니 어른처럼 핸드폰을 익숙하고 편안하게 들고 유튜브시청이나 게임을 하면서 고개를 푹 숙인 체 가방을 메고 있는 초등학생의 모습이다. 문제는 그런 아이들의 비중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새삼스레 놀랄 문제는 아니지만, 내가 내 손에서 핸드폰을 내려놓으니 새삼 심각하게 느껴지는 것 이다.




기껏해야 4,5학년 정도 되어보이는 작은 아이들의 시각을 사로잡아가는 핸드폰의 현란한 편리함이 아이에게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 자명하기에...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하지만 비겁한 나의 안타까움은 그저 속으로 '엄마는 알고 있을까?' 에서만 그치게 되니 더 안타까울 뿐이다.








그렇게 심각성을 몸소 깨닫고 나자 나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내가 만나는 모든 풍경과 사람집중하기 시작했다. 어제는  보았던 들꽃이 후드러지게 예쁘게 피어있는 모습에 잠깐 발길이 멈춰섰고, 지나가는 비둘기의 몸에 그려진 그라데이션 된 화려한 깃털색에 문득 신비함이 느껴졌다. 분명히 어제와 같은 길인데 다른 것들이  눈을 가득 채우고 생각을 정화시켜준다.








공원 한바퀴를 산책하고 아파트로 진입하면 아직 어린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시간이랑 겹친다. 그때 3살 정도 되어보이는 작은 아이 손을 잡고 걷고 있는 젊은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아이는 엄마 손을 잡고 검고 해맑은 빛나는 눈동자를 이리 저리 굴리며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만나는 모든 풍경을 담고 있다. 그런데 엄마는 핸드폰에 눈과 시선이 고정되어 있다. 심지어 급하게 쓸 문구가 있었는지 아이와 잡은 손을 핸드폰을 끌고 가서 핸드폰을 놓치지 않고 두 손을 사용해서 쓸 지경에 이르자 아이가 놀란 눈으로 엄마를 바라보지만 엄마는 신경도 쓰지 않고 아이 손을 맞잡은 손까지 사용하며 양손으로 핸드폰을 두드리고 있다.











또 다시 만난 다른 모녀.

5살 정도 되어보이는 여자아이 옆에서 아이 엄마가 핸드폰을 하며 거리를 두고 걷고 있다. 뒤에서 차가 느린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아이가 "차가 온다"며 엄마를 감싸안고 옆길로 비켜세운다. 엄마는 그제야 고개를 쳐들며 민망한 웃음에 교묘하게 섞어 놓은 기특함으로 아이를 칭찬한다.





정말 급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대개 엄마들은 그 시간에 인터넷 쇼핑이나 인스타, 카톡 등의 별 볼일 없는, 나중에 해도 무방한 것들을 보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나는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에는 핸드폰을 보고 길을 걷는 행동을 절대로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아이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을 때에도 핸드폰에 고개를 쳐박고 있는 엄마들의 모습이 너무도 많았고, 지나쳐가는 그 엄마는 도대체 무엇에 그렇게 집중하고 있느라 핸드폰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는지 슬쩍 바라보면 영락없이 카톡중이더라. ......





엄마는 앞서서 핸드폰을 하면서 걷고, 작은 아이는 그 뒤를 따라 종종 걸음을 하며 풀도 보고 개미도 보며 거리 격차가 슬슬 벌어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는 가끔 두려워지기도 한다. '


저 아이 누가 뒤에서 휙 안아가도 엄마는 모르겠다....'


모든 엄마가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다는 것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핸드폰을 보지 않고 아이랑 걷고 아이가 바라보는 것을 함께 공감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엄마를 우연히 보게 되면  난 마치 숨은 진주를 찾은 것 같이 그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워 보일 수가 없다.









제발,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아이 손을 잡고 걷고 있을 때는 특별히 더... 핸드폰은 자제했으면 좋겠다. 핸드폰이 없던 그 시절이 나는 가끔은 너무 그립다. 온전히 자연과 사람에 집중하여 건강한 정서로 가득 채울 수 있었던 그 시절을 살았던 나는 행운아였고 그 시절을 살고 싶어도 혼자만의 의지로는 살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내 아이들이 너무 가엾고 안됐다.





스티브잡스는 위대하지만 난 가끔 스티브잡스가 야속하고 발빠르게 시대를 좇는 모든 기술이 너무 싫다. 아이들조차도 너무나도 쉽게 핸드폰 좀비가 되어버리도로 방치하는 어른들이 참 나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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