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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Jul 26. 2022

갓 지은 따뜻한 밥이 있는 아침 풍경

아이들 밥 위에 생선 살 하나 하나 얹어주는 사랑은 어디서 나오는건지요?


전기밥솥 대신에 압력밥솥을 사용한지 꽤 오래 되었습니다. 조금 번거롭긴 해도 찰지고 맛있는 갓 지은 따뜻한 밥은 거창한 반찬이 없어도 참 달콤하게 맛있게 느껴집니다. 밥만 퍼 먹어도 너무 맛있더라구요. 가끔 밥그릇에 밥을 덜어내며 그 유혹을 참지 못해 입 안에 가득 담긴 뜨거운 밥을 후후 불어대며 먹는 재미가 쏠쏠하죠. 다른 특별한 반찬이 없어도 갓 지어낸 찰진 밥만 있으면 특별한 아침식사가 완성되는 것 같아서 아침에도 압력밥솥에 부지런히 밥을 지어냅니다.


가끔 빵도 먹고 떡도 먹기도 합니다. 하지만 왠지 밥을 먹었을 ,  지은 따뜻한 아침밥을  먹였을  어미로써 아이들에게 뭔가 해준  같은 보상심리가 발동하는 것은 나의 소소한 노동의 댓가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니 가능한  입니다. 새벽에 일어나 나만의 시간을 충분히 갖고 나서 조금  여유있게 아이들에게 아침식사를 차려줄  있고 바쁜 아침에 생선도 구워내고 발라줄 수도 있습니다.


오랜만에 생선을 구워보았어요.

아이들이 참 좋아하는 생선인데 아이들 세 명에게 생선 살을 발라 부지런히 먹이려니 큰 맘 먹고 구워내야 하는 생선입니다. 전에는 아이들이 어려서 생선 한 마리씩, 세 마리면 충분했는데 이제는 다섯마리는 구워야 살만 골라서 아이들에게 맛있게 먹일 수 있습니다.








살만 발라주고 처참하게 남은 가시들과 뒤엉킨 생선살은 모른  그냥 두고 싶은, 그냥 버려버리고 싶은, 인간 잔반처리기가 되고 싶지 않은 엄마인데도 엄마의 젓가락은 어김 없이 생선 부스러기들 속에서 남아 있는 생선살을 발라 엄마 입에   넣어봅니다. 그나마도 두툼한 살코기를 발견하면 어김 없이 아이들  위에 얹어주게 되는 엄마들의 사랑과 희생정신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겪고 있으면서도  신기한 감정입니다.



부지런히 생선 가시를 발라내어 살만 얹어주는데도 불구하고 먹을 때 마다 입에 생선 가시가 박힐까봐 걱정하며 온전한 생선의 참 맛을 즐기지 못하는 둘째아이가 오늘도 걱정과 의심의 눈초리를 바쁘게 보냅니다. 엄마가 발라준 생선에 가시가 있을까봐 의심하고 걱정하던 아이는 기어이 입에 걸린 생선 가시를 뱉어내며 '내 이럴 줄 알았다' 는 듯 요란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큰 가시가 있었어!" 라고 놀라며, 큰일 날 뻔 했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아이를 보며 엄마가 발라준 생선에는 가시가 없다고 큰 소리를 빵빵 쳐댔는데... 살짝 미안한 마음과 함께 엄마가 완벽할 수 없음을, 그 와중에도 두손 바쁘게, 최대한 가시가 없도록 가시를 발라내고 있는 엄마의 분주함을 알아주지 못하는 아이에게 순간 서운한 마음이 발동했습니다. 엄마가 비록 완벽하게 생선가시를 발라내주지 못할 지라도 걱정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거라는 내 안에 참았던 잔소리를 아이에게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현준아! 생선 가시가 목에 걸리는 일은 흔하지 않은 일이야. 보통 밥이랑 같이 부드럽게 목구멍으로 넘어가는데 정말 운이 좋지 않으면 가시가 박힐 수도 있어. 하지만 입 안에서 걸러지는 가시만 잘 뱉어내면 가시가 목에 박힐 일은 거의 없어!!!


엄마는 43년동안 그렇게 많은 생선을 먹었는데 가시가 박힌 적이 단 한번도 없어!!"





아이에게 있는 대로 잔소리를 늘어놓고 나자 속이 시원해졌고 아이도 그제야 안심하는 듯 (안심하는 척 했을 수도) 의심하지 않고 맛있게 생선을 먹기 시작합니다.






그러고 보니,

나는 한 번도 엄마가 정성스럽게 가시를 발라낸 하얀 속살이 두툼한 생선을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 내가 아이들에게 정성껏 가시를 골라내 밥 위에 얹어줍니다. 내가 받지 못한 사랑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엄마는 비록 따뜻한 밥상에 생선가시를 발라 얹어주는 다정한 엄마는 아니였지만 다른 장점으로 우리를 키우냈고 여전히 엄마의 그 영향력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잘 분간이 되지는 않지만 어쨌든 그 속에서 나는 자라났습니다.


하필이면 비 오는 날 아침,

그저 '오늘 아침 뭐 먹지?' 생각하다가 냉장고에 있는 생선이 생각나서 맛있게 구웠을 뿐, 굽고 난 후에 집안 가득한 생선비린내를 환기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은 밥상에 생선을 올려놓고 나서야 생각이 났습니다. 나의 미약함이 담긴 오늘 아침밥상의 에피소드를 SNS에 올렸습니다.








따뜻한 댓글이 나를 감동시킵니다.

그 바쁜 아침, 비 오는 날 생선을 구워내 아침밥을 차려주는 엄마는 흔하지 않다며, 그런 엄마에게 아이들이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며, 갑자기 자신의 자녀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는 지인의 따뜻한 댓글에 갑자기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비 오는 아침 갓 지은 따뜻한 밥 한공기에 부지런히 손을 놀려 가시를 발라낸 나의 분주했던 손과 마음이 따뜻한 말 한 마디로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아지랑이처럼 따뜻함이 피어나 모든 세포를 자극시키며 내 안에 따뜻함이 퍼져나갑니다.



아이들에게 매일 아침 따뜻한 밥상을 차려낸 것은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따뜻한 감성과 사랑이 있기에 가능합니다. 그 따뜻한 감성과 사랑이 다른 누군가에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 또한 여전히 나에게는 없는 다른 사람에게 주신 감성과 지혜와 사랑을 갈구합니다.



하나님께서는 각자 다른 감성과 방법으로 자녀를 키울  있는 힘과 능력과 은혜를 주셨습니다. 오늘 나는 나에게 주신 감성과 사랑으로 , 하나님이 주신 지혜로 아이들을 키우고, 아이들을 키운다는 명목 안에 가끔 우월해지기도 하고 권위를 세우기도 하지만 여전히 미성숙한 어른임을 기억하며 어쩌면 나보다  온전하고 흠이 없는 귀한 나의  아이들과 함께 오늘도 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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