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밥 위에 생선 살 하나 하나 얹어주는 사랑은 어디서 나오는건지요?
전기밥솥 대신에 압력밥솥을 사용한지 꽤 오래 되었습니다. 조금 번거롭긴 해도 찰지고 맛있는 갓 지은 따뜻한 밥은 거창한 반찬이 없어도 참 달콤하게 맛있게 느껴집니다. 밥만 퍼 먹어도 너무 맛있더라구요. 가끔 밥그릇에 밥을 덜어내며 그 유혹을 참지 못해 입 안에 가득 담긴 뜨거운 밥을 후후 불어대며 먹는 재미가 쏠쏠하죠. 다른 특별한 반찬이 없어도 갓 지어낸 찰진 밥만 있으면 특별한 아침식사가 완성되는 것 같아서 아침에도 압력밥솥에 부지런히 밥을 지어냅니다.
가끔 빵도 먹고 떡도 먹기도 합니다. 하지만 왠지 밥을 먹었을 떄, 갓 지은 따뜻한 아침밥을 해 먹였을 때 어미로써 아이들에게 뭔가 해준 것 같은 보상심리가 발동하는 것은 나의 소소한 노동의 댓가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니 가능한 일 입니다. 새벽에 일어나 나만의 시간을 충분히 갖고 나서 조금 더 여유있게 아이들에게 아침식사를 차려줄 수 있고 바쁜 아침에 생선도 구워내고 발라줄 수도 있습니다.
오랜만에 생선을 구워보았어요.
아이들이 참 좋아하는 생선인데 아이들 세 명에게 생선 살을 발라 부지런히 먹이려니 큰 맘 먹고 구워내야 하는 생선입니다. 전에는 아이들이 어려서 생선 한 마리씩, 세 마리면 충분했는데 이제는 다섯마리는 구워야 살만 골라서 아이들에게 맛있게 먹일 수 있습니다.
살만 발라주고 처참하게 남은 가시들과 뒤엉킨 생선살은 모른 척 그냥 두고 싶은, 그냥 버려버리고 싶은, 인간 잔반처리기가 되고 싶지 않은 엄마인데도 엄마의 젓가락은 어김 없이 생선 부스러기들 속에서 남아 있는 생선살을 발라 엄마 입에 한 입 넣어봅니다. 그나마도 두툼한 살코기를 발견하면 어김 없이 아이들 밥 위에 얹어주게 되는 엄마들의 사랑과 희생정신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겪고 있으면서도 참 신기한 감정입니다.
부지런히 생선 가시를 발라내어 살만 얹어주는데도 불구하고 먹을 때 마다 입에 생선 가시가 박힐까봐 걱정하며 온전한 생선의 참 맛을 즐기지 못하는 둘째아이가 오늘도 걱정과 의심의 눈초리를 바쁘게 보냅니다. 엄마가 발라준 생선에 가시가 있을까봐 의심하고 걱정하던 아이는 기어이 입에 걸린 생선 가시를 뱉어내며 '내 이럴 줄 알았다' 는 듯 요란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큰 가시가 있었어!" 라고 놀라며, 큰일 날 뻔 했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아이를 보며 엄마가 발라준 생선에는 가시가 없다고 큰 소리를 빵빵 쳐댔는데... 살짝 미안한 마음과 함께 엄마가 완벽할 수 없음을, 그 와중에도 두손 바쁘게, 최대한 가시가 없도록 가시를 발라내고 있는 엄마의 분주함을 알아주지 못하는 아이에게 순간 서운한 마음이 발동했습니다. 엄마가 비록 완벽하게 생선가시를 발라내주지 못할 지라도 걱정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거라는 내 안에 참았던 잔소리를 아이에게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현준아! 생선 가시가 목에 걸리는 일은 흔하지 않은 일이야. 보통 밥이랑 같이 부드럽게 목구멍으로 넘어가는데 정말 운이 좋지 않으면 가시가 박힐 수도 있어. 하지만 입 안에서 걸러지는 가시만 잘 뱉어내면 가시가 목에 박힐 일은 거의 없어!!!
엄마는 43년동안 그렇게 많은 생선을 먹었는데 가시가 박힌 적이 단 한번도 없어!!"
아이에게 있는 대로 잔소리를 늘어놓고 나자 속이 시원해졌고 아이도 그제야 안심하는 듯 (안심하는 척 했을 수도) 의심하지 않고 맛있게 생선을 먹기 시작합니다.
그러고 보니,
나는 한 번도 엄마가 정성스럽게 가시를 발라낸 하얀 속살이 두툼한 생선을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 내가 아이들에게 정성껏 가시를 골라내 밥 위에 얹어줍니다. 내가 받지 못한 사랑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엄마는 비록 따뜻한 밥상에 생선가시를 발라 얹어주는 다정한 엄마는 아니였지만 다른 장점으로 우리를 키우냈고 여전히 엄마의 그 영향력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잘 분간이 되지는 않지만 어쨌든 그 속에서 나는 자라났습니다.
하필이면 비 오는 날 아침,
그저 '오늘 아침 뭐 먹지?' 생각하다가 냉장고에 있는 생선이 생각나서 맛있게 구웠을 뿐, 굽고 난 후에 집안 가득한 생선비린내를 환기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은 밥상에 생선을 올려놓고 나서야 생각이 났습니다. 나의 미약함이 담긴 오늘 아침밥상의 에피소드를 SNS에 올렸습니다.
따뜻한 댓글이 나를 감동시킵니다.
그 바쁜 아침, 비 오는 날 생선을 구워내 아침밥을 차려주는 엄마는 흔하지 않다며, 그런 엄마에게 아이들이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며, 갑자기 자신의 자녀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는 지인의 따뜻한 댓글에 갑자기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비 오는 아침 갓 지은 따뜻한 밥 한공기에 부지런히 손을 놀려 가시를 발라낸 나의 분주했던 손과 마음이 따뜻한 말 한 마디로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아지랑이처럼 따뜻함이 피어나 모든 세포를 자극시키며 내 안에 따뜻함이 퍼져나갑니다.
아이들에게 매일 아침 따뜻한 밥상을 차려낸 것은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따뜻한 감성과 사랑이 있기에 가능합니다. 그 따뜻한 감성과 사랑이 다른 누군가에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 또한 여전히 나에게는 없는 다른 사람에게 주신 감성과 지혜와 사랑을 갈구합니다.
하나님께서는 각자 다른 감성과 방법으로 자녀를 키울 수 있는 힘과 능력과 은혜를 주셨습니다. 오늘 나는 나에게 주신 감성과 사랑으로 , 하나님이 주신 지혜로 아이들을 키우고, 아이들을 키운다는 명목 안에 가끔 우월해지기도 하고 권위를 세우기도 하지만 여전히 미성숙한 어른임을 기억하며 어쩌면 나보다 더 온전하고 흠이 없는 귀한 나의 세 아이들과 함께 오늘도 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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