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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Aug 04. 2022

박물관은 절대로 우리끼리만

우루루 몰려다니던 그 시절



요즘 한참 아이들 방학중입니다.

방학마다 아이들과 뭐할까 고민하며 이것 저것 계획해봅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박물관이나 전시관에 많이 다니는 것이 좋다고들 말합니다. 저도 그 말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여느 엄마들처럼 아이들이 체험하기 좋은 박물관이나 꼭 가봐야 하는 박물관에 아이들을 데리고 많이도 다녔습니다.








하지만 박물관은 실상 우리가족에게는, 저에게는, 저희집 아이들에게는 유익함이 없는 재미없는 곳으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아이들의 흥미가 떨어지자 어느샌가 점점 발길이 뜸해지는  되어버렸습니다.

주말에 아빠를 동원해 세 아이를 데리고 야심차게 계획하고 준비해서 길을 나서면 차가 막히는 것에 이미 지친 남편에게 사람 많은 박물관에 있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어버리고, 그런 남편의 비위와 눈치를 보며 하는 박물관 주말 나들이는 나 또한 편하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사람 많아 북적거리는 박물관을 누비며 세 아이들의 연령별로 다른 체험을 다 만족시켜주려고 애 쓰다보니 박물관 주말 나들이는 점점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박물관 관람을 포기할 수는 없고 아쉬운 마음에 시작한 것이 평일관람이였습니다. 평일을 이용한 한산함에 눈을 뜨고 그 고요함과 평화로운 평일의 한산한 맛에 푹 빠지게 되자 나는 더이상 남편과 힘들게 하는 주말박물관 나들이에 집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대신 평일을 이용해서 박물관을 관람했고 가끔 학원을 빼 먹더라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전시나 체험활동을 하며 평일을 주로 공략해서 계획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아직 어린 아이들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어울리던 친한 엄마들이 있었고 친한 엄마들과 아이들을 데리고 우루루 박물관을 누비고 다녔다는 사실입니다.










친한 엄마들 3~4명이서 각자 2~3명 정도 되는 아이들을 데리고 박물관이나 전시행사에 갑니다. 이미 10명 가까운 아이들을 데리고 체험이나 전시를 하기에는 역부족인데 왜 그땐 그걸 몰랐는지 아쉽기만 합니다. 친한 친구들끼리 하는 나들이가 신난 아이들은 이미 up이 되어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버립니다. 얌전하다고 생각했던 우리집 아이들도 친구와 함께 있으면 개구쟁이 모드로 변신하게 되고 그렇게 우루루 몰려 다니며 시작하는 관람은 아이들에게 그다지 유익하지 못 합니다.


아이들은 그저 빠른 속도로 지나갈 뿐입니다. 눈에 담고 체험을 하며 새로운 간접경험을   있는 좋은 기회들을 친구들과 함께 신이 나서 떠들며 그냥 지나쳐버립니다.  불러서 보여주고 알려주고 싶은 것들은 엄마 눈에 아쉽게 스쳐지나가는데 다른 일행들이 함께 있기에 내 아이만 데리고 설명을 해주거나 관심을 보이도록 유도하는 일은 쉽지가 않습니다.








모든 아이들의 관심은  다릅니다. 아이마다 관심이 다 다른데 친구들과 함께 다니는 박물관 관람은 내 아이가 무엇에 관심이 있어하는지, 그 관심과 궁금증을 어떻게 해소시켜줘야 하는 작업이 전혀 되지 않더라구요. 친구들고 함께 우르르 다니며 자기들끼리 가볍게 얘기하며 웃고 떠들며 그저 스쳐지나가는 지식들이 되어버립니다. 저는 그 시간에 안타깝게도 엄마들과 웃고 떠들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구요...






그땐 몰랐습니다. 이게 그리 좋은 나들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저 아이들과 새로운 관람을 성공했고 평일의 한산함 매력을 이용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것에 그저 만족했습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쌓여있던 내 안에 불만은 최근 어떤 한 전시관에서 그 실체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굉장히 기대하고 보고 싶었던 전시였는데 그 전시도 아이들과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과 보게 되었습니다. 보여주고 알려주고 싶었던, 함께 아이들과 여유롭게 감상하고 싶었던 전시는 천방지축 뛰어다니며 통제가 어려운 아이들과 번개불에 콩 볶아 먹듯이 허무하게 끝나버렸습니다.



그때 확실히 깨닫고 결심하게 됩니다.





"박물관이나 전시는 절대로 지인과 친한 친구들과 오지 말자. 우리 아이들만 데리고 다니며 아이들이 관심 있는 것에 오래 머무르고, 새로운 지식을 넣어주고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우리 아이에게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자!"






그렇게 다짐하고 만난 시간이 지금, 아이들의 여름방학입니다. 이번 여름방학은 박물관투어와 도서관 나들이로 계획하고 하나씩 일정을 채워나갔습니다. 온전히 내 아이들과만 즐기고 누릴 수 있는 즐거움입니다. 사전예약제가 많아서 예약하려고 알아보다보니 박물관에 위치나 정보, 전시내용, 전시를 통해 알리고자 하는 의도 등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내가 정확히 알고 가야 아이들을 잘 인솔할 수 있기에 미리 정보를 파악하고 동선을 계획하며 예약된 프로그램 일정에 맞춰 아이들과 방학을 이용한 박물관 나들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들이과 함께 하는 박물관 나들이가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서 참 여유롭고 좋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아이들과 함께 아침밥을 든든하게 챙겨먹고 오전 9시에 집을 나섭니다. 집에서 한 시간 이내에 있는 박물관들을 예약하고 개관시간인 10시에 도착해서 여유롭게 관람을 시작합니다.







초등학교 5학년, 초등학교 2학년, 7살 인 세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박물관 나들이는 큰 아이에게는 유치하기도 하고, 어린 막내에게는 너무 이른 선행이 되어버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과 온전히 함께 보내는 시간은 아이들이 무엇에 관심을 보이는지 더 알게 되고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곳에는 더 오래 머무르며 호기심을 온전히 충족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여유도 생겨납니다.






큰 아이에게는 전시해설을 꼭 읽어보게 하고 어린 동생들에게는 말로 간단하게 풀어 설명해주기도 합니다.직접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는 전시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지식과 경험을 쌓아갑니다.



우리 아이들이 배가 고프다면 바로 식당으로 향할 수 있고 우리 아이들이 목이 마르다면 바로 음료수를 사줄 수 있습니다. 일행이 많으면 각자 원하는 것이 달라 우왕좌왕하는 시간들이 더 지치게 합니다.





친한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박물관이나 전시행사는 친한 친구들과 함께 우르르 몰려다니는 것 보다는 내 아이들만 데리고 조용히, 여유롭게 다니는 것이 훨씬 더 이익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전에도 조용히 아이들을 데리고 박물관을 즐기는 엄마들이 많다고 듣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주로 혼보다는 늘 지인들과 친한 친구들을 데리고 동행하며 박물관 나들이를 했습니다. 그런 시간을 보내놓고  이제야 조용히 아이들을 데리고 박물관을 즐기는 시간의 참된 매력을 깨닫습니다. 아이들이 어렸던 시절, 더 빨리 그런 시간을 아이들과 보내지 못한 것이 참 아쉽게만 느껴집니다. 시간을 다시 돌릴 수 있다면 내 아이들만 데리고 박물관에 더 많이 다니고 싶습니다. 조용히, 평화롭게 말입니다.




늦었다고 느껴지긴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은 것 같아 다행입니다. 세 아이들을 데리고 여유롭게, 조용히. 평화롭게 박물관 나들이를 즐기고 있고 계속 계획하며 실행하고 있습니다. 어떤 방학보다도 더 의미있고 뜻 깊은 시간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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