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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Aug 06. 2022

여전히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찾아가는 여행

과학관에서 있었던 일



몇일 전, 국립과천과학관에서 들린 미래상상SF관은 4차산업혁명으로 변화될 미래세상과 우주시대를 과학기술 바탕의 상상력을 통해서 체험해볼 수 있는 상설전시관이다.  우리 삶에 깊숙이 침투해있고 앞으로도 그 반경을 넓혀갈 인공지능AI의 종류와 기능들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보고 체험할 수 있다. 그 중에서 AI가 얼굴을 분석하여 적성과 그에 어울리는 직업에 대해서 제시해주는 데 어찌보면 관상 비슷한 것이고 나는 그런걸 절대 믿지 않지만, 아이들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한 AI의 능력에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막내아이가 먼저 호기심에 해보았다.

계획적이고 원칙적인 성격으로 끈기 있게 밀고 나가는 지구력과 추진력과 그것을 완성해나가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나왔다. 뭐 좋은 말만 섞어 놓은 것이기는 하지만 내가 막내아이에게 좋은 강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끈기 있게 밀고 나가는 지구력' 이라는 말 앞에서 흠칫 놀랐다. 그런 막내에게 어울리는 직업은 화학공학, 컴퓨터공학, 경제학, 회계학이라고 제시해주었는데 아직 알 수 없는 막내의 미래가 새로운 모습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막내의 결과가 좀 놀라와서 둘째아이를 시켜보았는데 둘째아이의 결과는 정말 놀라웠다.









둘째아이를 정말 꿰뚫어보고 있는 듯 정확하게 AI가 판단했기 때문이다. 친절하고 온순하여 감각과 감수성이 발달하여 있고, 통찰력과 기억력이 뛰어나고 재치가 있고 순수하여 사리분별이 밝고 인간적인 성품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며 감수성이나 감각이 발달하여 섬세하고 감성적인 업무에 역량을 발휘한다. 우리 둘째아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다 정확하게 짚어냈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순수하고 인간적인 성품으로 평소에도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나 슬퍼하는 동생을, 힘들어하는 엄마를 못 견뎌하는 둘째아이이다. 섬세하고 감성적이여서 자주 토라지기도 하지만 그 만큼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살피고 감싸주는 따뜻한 아이이기에 엄마인 내가 생각하는 모든 강점을 AI가 다 말하고 있었다. 그런 우리 둘째아이는 연예,예술, 작가, 교육인 또는 상담가가 적성에 맞는다고 제시해주었다. 둘째아이 직업을 연예쪽도 생각해보았고 상담가도 어울리겠다 생각해보았던 엄마는 또 한번 흠칫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둘째아이 결과가 많이 놀라워서 첫째아이를 다급하게 불러서 테스트를 해보았다. 첫째아이 분석결과를 보는 순간 난 ai 얼굴분석 시스템을 완전히 신뢰할 수 밖에 없었고 어떻게 얼굴만 보고 이렇게 정확하게 파악하는지 신기할 따름이였다.



둘째아이와 완전 다른 첫째아이의 그 성향을 그대로, 조목조목 짚어냈다. 생각이 많고 지성미가 있으며 섬세하고 규칙적이다. 총명하여 계산적 연구창작에 재주가 많고 냉철한 분석력비판력으로 논리적인 언어능력이 뛰어나다. 다양한 정보수집을 통해 안전하여 계산적이고 수리적인 업무에 역량을 발휘한다.


와우! 엄마가 지금까지 키우며 파악하고 있는 큰 아들의 모든 것을 ai가 얼굴인식만으로 정확하게 파악했다. 그런 큰 아이에게 어울리는 직업은 수학, 회계학, 금융학,약학, 연구 등이라고 제시해주었다. 수학쪽에 타고난 학식이 있는 아이라고 생각했고 연구하는 직업도 잘 맞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아이였기에 그 결과가 참 놀라웠다.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아이들의 정확한 결과가 놀라워서 나도 해 보았다. 나는 대범하고 모범적이며 완고하고 적극적인 성격이라고 했다. 완벽주의와 자기주도성으로 무리의 리더가 되는 경우가 많고 매우 활동적이라고 했다. 맡은 바에 책임감 있게 완성해나가는 능력과 계획성이 강해서 매사에 신중하다고 했다. 그런 나에게 어울리는 직업은 ceo나 공장장 등 총괄하고 지휘하는 자리였다. 아이들은 정확하게 파악한 듯 했는데 나의 결과는 내가 알고 있는 나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단어들이 많이 보여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맞는 모습들도 , 내가 알고 있는 모습들도 있지만 반은 안 맞는 듯 왠지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아이들의 결과는 너무나 놀라운 것이여서, 아이들의 결과를 신뢰하며 나의 결과도 믿어보자며 생각의 전환을 일으켜보자, 내가 알지 못했던 내 안의 잠재력들이 살아나는 듯 했다. 난 적극적이기도 하고 무언가 이끌고 싶어하고 잘 이끌어가기도 하는 적극적인 모습이 있다. 대범한 모습도 내 안에 확실히 있다. 매우 활동적이기도 하다. 내 안에 나도 알지 못했던,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리더라는 내 모습을 떠올려보니, 갑자기 엄마가 생각이 났다.





엄마는 굉장히 모험적이고 (너무 모험적이여서 가끔 뒷감당이 잘 되지 않기도 했던 ) 대범하고 사람을 잘 이끌고 늘 사람 위에 있었으며 사교적이고 활발한 여장부였다. 사업수단이 있었고 구멍가게 슈퍼를 시작으로 피아노 학원을 세워 원장이 되고, 300평이 넘는 대형식당을 인수해 거침없이 큰 식당의 사모님이 되었고 교회를 세우기도 했던 대범한 여장부였다. 나에게 제시된 CEO, 공장장이라는 낯설게 느껴진 제시어에서 잊고 있었던 엄마의 모습이, 엄마의 유전자가 떠올랐다.





그에 반해 아빠는 조선시대 선비 같은 분이셨다. 앉아서 조용히 공부하며 끊임 없이 자기개발을 하셨고 무언가를 늘 읽고 쓰고 계셨다.  밥상머리교육을  실천하시며 밥상머리에서 우리를 앉혀놓고  사자성어를 설명해주셨고  우리를 산으로, 바다로 데리고 다니며 자연을 품으라고 어린 당시에는 귀찮고 재미없었지만 크고 나니 가장 귀하고 소중했던 가르침을 가르쳐 주셨고  따뜻하고 감성적인 아빠였다. 아빠는 가정적이였고 엄마는 사교적이여서 밖에 있는 시간이 많아 가정에서 따뜻한 엄마의 손길보다는 묵묵힌 아빠의 손길이 더 많을 수 밖에 없었던 어린 시절 내 눈에 비친  내성적이기도 하고 소극적인 아빠의 모습과 쾌활하고 사교적이고 적극적인 엄마의 모습 속에서 어쩐지 우리집은 엄마 아빠가 바뀐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도 했었다.




나는 왠지 아빠를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고 그런 생각은 아빠 같이 살게 되었던 것도 같다. 엄마에게 받은 상처가 있고 그 상처를 아빠의 감수성과 넉넉한 사랑으로 케어받았다고 느꼈기에 엄마의 모습은 버리고 아빠의 좋은 점만 취하여 택했다고나 할까....







하지만 여전히 내가 함부로 버리고 취할 수 없는 엄마의 강점과 약점이, 아빠의 강점과 약점이 내 안에도 공존하며 나는 그 안에서 내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이 아직 끝나지 않은 느낌이다.




우리 아이들도 그럴 것이다.

너무 다른 남편과 나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며 나에게 없는 남편의 모습을, 남편에게 없는 나의 모습을 버리기도 하고 취하기도 하고, 닮고 싶지만 어느새 똑 닮아있기도 한 무서운 유전자의 흐름 속에서 자신들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몇일 전, 아이들과 과학관에서 했던 AI 얼굴분석 시스템은 호기심 삼아 재미로 해보았지만, 재미치고는 왠지 모르게 정확하게 느껴졌고 진위여부를 떠나서  아이들의 새로운 미래를, 나의 다른 모습을 보게 되고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이들에게도 대입시켜 유전자의 힘과 영향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하고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여전히 엄마아빠에게서 물려받은 선택할 수 없는 유전자사이에서 줄다리기하며 나를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 아이들도 나와 남편에게서도 물려받은 유전자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다리기를 하며 수 없이 많은 자신의 정체성 버리고 취하고 찾아가며 자신을 만들어 나갈 아이들의 삶을 더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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