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쓰는핑거 Aug 25. 2022

장난감을 사고 금방 싫증내는 우리 막내 그만 미워할게요

이제야 막내의 마음을 이해했다.




또 장난감을 사주었다.

막내에게 큰 돈은 잘 안 쓰긴 하는데 자잘하게 사주는 것이 확실히 많다. 집앞 문구점인 모닝글로리를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원할때 마다 장난감을 사줄수 없고 그러진 않았다. 10번 얘기하면 3번정도 사주는 것 같다. 그나마 비싼게 아니라 몇 천원이면 살 수 있는 장난감들이 가득한 모닝글로리에서 부담스럽지 않은 한도내에서 장난감을 잘도 고르기에 막내는 늘 형아들보다 손에 쥐는 장난감이 훨씬 많다.





장난감을 사준 하루 이틀은 장난감을 아주 소중히 다루며 세상 행복해한다. 하루종일 손에서 놓지도 않고 잘도 가지고 논다. 심지어 잘 때도 꼭 끌어안고 이불 속에 함께 들어오는 영광을 차지하는 장난감들이 있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 비싸지도 않은 장난감 하나 사준 것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다. 문제는 그게 오래가 지 않는 다는 것이다. 하루 이틀 놀고 난 장난감은 그대로 창고행이다. 손이 타질 않는다.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두어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요물이 되어버리니 안 되겠다 싶어 아이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렇게 한 두번 가지고 놀면 끝이지? 이렇게 가지고 놀면 다시는 장난감 안 사줄거야!"




육아서에서 절대 하지 말라는 위협감과 협박이 들어간 단어란 단어는 모조리 다 써가며 아이를 혼내고 말았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책을 읽다가 눈에 쏙 들어오는 구절에 나는 또 다시 막내에게 미안해졌다.





인생은 고통과 권태 사이에서 오락가락 하는 시계추와 같다.

-쇼펜하우어-



이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아이들의 모습을 가만히 살펴보면 이 말이 바로 이해가 될 수 있다며 예시를 드는 저자의 이야기를 옮겨본다.





아이들의 모습을 가만히 살펴보면 이 말이 바로 이해가 될 것입니다. 아이가 갖고 싶은 장난감이 있는데 부모님이 안 사주면 아이는 애가 닳습니다. 그 물건을 갖고 싶은 욕망에 시달리는 거지요.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부모님을 계속 졸라 대면 부모님이 마지못해 장난감을 사 줍니다. 아이는 처음에는 그것을 손에 놓지 않을 정도로 행복해합니다. 그런데 이 행복감은 오래 가지 않습니다. 아이는 금세 심드렁해지고 권태에 사로잡힙니다. 마침 그 때 아이는 다른 아이들이 더 좋은 장난감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그것을 갖고 싶은 욕망에 새롭게 시달리게 되겠지요.. 그러다가 얼마 안 있어서 다시 권태에 사로잡힙니다.


[차라투스트라, 그에게 삶의 의미를 묻다.

by 박찬국







아...

우리 막내를 꿰뚫어본 듯 했다. 우리 막내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다 그렇다는 어쩌면 당연한 그 사실이 새롭게 다가왔다. 한번 놀고 금새 싫증내는 아이가 내심 미웠는데 당연한 인간의 욕구의 본능이고 권태로움의 본능이라니... 그것이 아직 어린 아이들의 모습에서도 보이다니...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그런 본능과 욕구를 가지고 자라나니 어른이 되면 오죽할까 싶어진다.







어른의 욕구와 본능은 아이와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저자도 아이의 욕구는 장난감이지만 욕망과 권태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어른의 욕구는 장난감이 아닌 이성이나 아파트, 승진 등으로 바뀔 뿐이라고 말한다



 승진하면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다가 이내 권태로워지고 새로운 자리에 곁눈질하기 시작한다. 정말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도 한 순간 불타오로는 사랑으로 금방 사그라들고 알면 알수록, 만나면 만날수록 처음 느낀 감정 그대로 발전해나가지 못하는 것만 봐도 알수 있다. 처음 내집 장만을 하고는 너무나 가슴 벅차게 행복했던 깨끗한 새아파트를 보며 '잘 가꾸고 살아야지' 다짐해보지만 5년이 지나간 아파트는 이미 낡은 아파트가 되어가고 새 아파트로 이사간 지인 집에 초대를 받아 갔다오면 다시 새 아파트의 로망의 앓이가 시작되는 것이다.






어른이든 아이든 삶의 구조는 근본적으로 동일하다. 모든 인간이 욕망과 권태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다가 죽게 된다는 쇼펜하우어의 말이 일리가 있다. 미성숙해보이지만 어쩔 수 없다. 인간의 한계이다. 미성숙함...


그렇다고 해서 아이가 갖고 싶은 장난감을 모두 다 가질 수는 없다. 부모도 아이가 원하는 장난감을 모두 다 사줄 수는 없다. 적당한 조건과 규칙이 필요하다.



나는 이제 막내가 장난감을 가지고 싶어하는 욕망과 손에 쥐면 금방 사그러들고 마는 권태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그만 미워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장난감 #욕망 #권태 #책속의한줄 #틈새독서 #아이 #엄마 #육아 #육아이야기 #일상



작가의 이전글 우리 아들 사춘기인가봐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