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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Oct 24. 2022

도대체 인스타 왜 하는거야?

주부에세이 (5)




나는 인스타를 하고 있다.

나는 원래 인스타를 좋아하지 않았다. 절대 하지 않을리라 다짐했던 것이 인스타였다. 쓸데 없이 다른 사람의 일상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비교하게 되고 비교하다 보면 부러워하기 십상이라는 인스타의 폐해는 누구나 잘 알고 있고 절대 그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내 일상을 노출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자랑 아닌 자랑을 늘어놓게 될 것이고, 좋아요 수에 연연하게 될 것 이고, 누가 다녀갔나 신경쓰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런 나도 결국은 인스타를 하고 있다.





블로그를 시작으로 디지털노마드를 화려하게 꿈꾸며 자연스럽게 인스타에도 입성하긴 했지만 여전히 인스타를 계속 운영할지 안 할지에 대한 고민이 생겨나고 인스타를 들여다보고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 것 들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을 때가 많다.




무엇보다  나를 노출하고 싶지 않은데 인스타는 나를 노출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 순간의 생각을 남기고 싶고 그 순간의 기록을 남기고 싶어 눈길과 마음이 가는 순간의 찰나를 부지런히 사진에 담아 내 생각을 녹여낸다. 내 생각에 공감해주는 한 두 사람을 만나면 그 댓글과 소통이 어찌나 따뜻하고 감동적인지 모른다.






인스타를 할 때마다 이 사진을 올릴지, 이 글을 올릴지 말지를 끊임 없이 고민한다. 처음 인스타를 할 때에는 장문의 글이 달린 게시물들을 몇 차례나 삭제하기도 했다. 내 생각이 담긴 글이 , 내가 드러난 글이, 내가 생각하고 있는 찰나들이 부끄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봤을 때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을지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하면 나는 인스타에 올려놓은 게시물 하나를 두고 마음이 불편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였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 나는 결심했다. 내 생각을 나타내고 나를 드러내는 것을 두려하지 않기로 말이다. 글이라는 것이 결국은 내가 드러나는 것이다.










사람들이 글을 쓰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써서 보여줄 용기가 없어서' 라고 한다는데 그 말이 맞는 듯 하다. 일상에서 나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용기있는 태도는 용기 있게 쓰는 삶을 완성해나간다고 했다.





모나고 부족해도 이게 나이고, 지금 이 순간 내가 생각하고 느끼고 바라보는 모든 것들을 기록하고 남겨두고 싶었다. 이렇게 하나 하나 쌓이다 보니 이것은 나만의 히스토리가 되고 나만의 컨텐츠가 되기 시작한다.





디지털노마드를 꿈꾸며 인스타와 블로그를 시작할 때 '나만의 컨텐츠'가 있어야 한다는데 도무지 '나만의 컨텐츠' 를 찾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꾸준히 나를 드러내고 나의 일상을 기록하며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놓치지 않을 결과 나만의 컨텐츠가 어느새 그려지기 시작했고 여러가지 길들을 가지 쳐 내가며 시행착오를 겪는 시간들은  어느새 좀더 넓고 올곧은 큰 길로 좁혀져 좀더 견고하게 만들어져 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그렇게 쌓인 나만의 컨텐츠가 블로그에 , 인스타에, 브런치에 만들어져 가고 있다. 나는 이제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해야 할 시간이 주어진다면 인스타를 명함처럼 내밀 수 있고, 블로그와 브런치를 명함처럼 내밀 수 있다. 이것이 가장 큰 무기이고 매력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를 잘 아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것

 글쓰기 뿐이다.

인스타의 폐허를 들여다보면 유익이 하나도 없는 것 같지만 나를 드러내고 나를 보여주며 어느새 나도 몰랐던 나를 찾게 되고 만나게 되며 그렇게 나만의 이야기가 그 공간에서 쌓여나가기 시작하는 것 이다.



 



나에겐 인스타가 그런 곳이다.

나를 어디까지 보여줄지, 나를 어디까지 나타낼지 늘 걱정이 앞서는 건 사실이지만 나는 나를 나타내고 두려워하는 것을, 내 삶을 살아가는 방법과 이야기들을 공개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나를 아는 사람들, 나를 잘 모르지만 인스타 안에서 친숙한 사람들 앞에 내 삶과 내 이야기를 글로 공개하기 시작하자 나는 나는 내 삶을 좀 더 적극적으로 살아낼 수 있었다.

내 삶의 진짜 무대에서 더 용기를 내며 나는 더이상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는 엑스트라가 아닌 주인공이 되어 더 능동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인스타를 혐오하며 피하는 누군가여.

인스타를 안하면서 인스타를 하는 누군가에게  인스타를 왜 하며 쓸데 없이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고 시간을 낭비하느냐며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  그 안에 내 삶의 철학과 이야기가 녹아 있고 나는 온라인상에 내 삶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들어내고 나타내기 시작하며 진짜 본무대인 삶에서 좀더 적극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시작은 글을 쓰고 나를 나타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그렇게 나를 드러내고 공개하면서 나는 나의 무지를 보게 되고 쓰디  패배의 아픔도 조용히 삭히고 받아들이며 나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나의 컨텐츠는 #책읽는엄마 #글쓰는엄마 #성장하는엄마 이다.



내 삶을 굳이 드러내야 하는가?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하지만 글 안에 내가 있고 글 안에 내 생각이 담겨 있다. 굳이 나를 드러내고 인스타를 해야만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인스타를 하고 그 안에 글을 쓰며 성장하고 있는 사람이기에 내 기준으로 합당하고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고 주장하고 싶었던 것 뿐이다.

가끔은 인스타에 드러내지 않고도 더 아름답고 정갈하게 삶을 그리고 쓰고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아주 많이 부럽고 아주 많이 아름다워 보이기도 한다.



나는 나고

너는 너다.

나는 그냥 이 길을 가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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