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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Nov 28. 2022

큰 아이의 이상형

귀엽고 노래도 잘하고 자신감 넘치는 여자!


초등학교 5학년인 큰 아이가 자신의 이상형에 대해서  솔직하고 당당하게 처음으로 표현했다.


성탄찬양연습을 준비하면서 보내주신 영상에서 귀여운 여자아이가 맑고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데 그 아이를 보더니 단 번에 "내 이상형이야!" 라며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당당하게 여러차례 선언한다.




영상을 볼 때마다

"하. 정말 너무 귀여워. 심지어 노래도 잘 불러. 완전 내 스타일이야. " 라고 연신 말하는 큰 아이의 모습에 새삼 놀라게 된다. 자신의 이상형을 밝힌 것도 처음이고, 이성에 전혀 관심없어 보이던 아이가 '귀엽다, 노래도 잘 부른다.'며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시하는 모습이 전과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제 드디어 이성에 눈을 떴나 보다.

큰 아들이 자신의 이상형의 기준을 정하고, 확고하게 밝히며 이성에 눈을 뜬 것도 기특한데, 당당한 모습이 더 사랑스럽다. 영상을 볼 때마다, 그 여자아이를 볼 때마다 한결같이 "예쁘다." 고 말하는 형아에게 막내가 말한다.





"형아.  여자애 좋아하지?"

놀리는 듯한 어투였으나 전 같으면 불 같이 화를 냈겠지만 화도 내지 않고 당당하게 말한다.

"아니, 좋아하는  아니라 그냥  이상형이야!"



정확한 표현이다.

좋아하진 않지만 그냥 자신의 이상형이라는 사실.



"우진아. 그 아이가 어디가 그렇게 좋아?"

", 일단 귀엽고, 노래도  불러서 좋아.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감이 있어서 좋아!"

"아, 자신감이 있어 보여서 더 좋았구나?"

" ! 그래서 나는 엄마가 좋아!

엄마는 자신감도 넘치고 아주 귀여워!"


('어? 이건 무슨 소리지?')


"응?

엄마가 자신감이 있어?

어떨 때 엄마가 자신감 있는 것 처럼 보였어?"

"엄마는 일단, 일요일날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찬양을 하잖아.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쉬운  아닌데 엄마는 하고 있잖아!"


('어... 사실, 엄마도 무슨 자신감으로 거기 서서 찬양하고 있는 건지 참.. 신기하긴 하다...')


"그리고 엄마는 일요날 유년부 예배에서 가끔 설교 말씀도 전하잖아! 준비한 말들을 틀리지 않고 또박또박  전하잖아!"


(' 아.. 엄마의 그런 모습까지도 다 바라보고 있었구나...')


" 엄마는  친구들을 만났을 , 부끄러워하거나 작은 목소리로 아이들을 맞이하는  아니라 씩씩하고 크고 상냥한 목소리로 장난도 치고 말도 걸어주잖아?"




아...

내가 교회에서 하고 있는 모든 봉사활동이 '엄마는 사람들 앞에 나서서 뭔가를 잘 하는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 으로 보여 아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었다.





엄마의 그런 모습이 '귀엽고 노래도 잘하고 자신감도 넘치는 ' 아이의 이상형을 만들어 낸걸까? 아이에게 이상형의 기준이 생겼다고 기특해 했는데 그 안에 엄마의 모습도 함께 녹아들었다고 생각하니.. 참 엄마가, 부모가, 아이에게 주는 영향력이란...





처음 만들어 낸 아이의 이상형의 기준이라서 앞으로 살아가면서 계속 변해가겠지만, 어쨌든 아들의 이상형의 기준이 무엇인지 알게 되어서 좋다. 또 확실하게 표현하는 아들의 당찬 모습이 좋다. 또 엄마를 그렇게 멋지고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여성으로 바라봐주니 그것도 좋다.





생각해보니... 내가 하고 있는 모든 것 들이 자신감 없으면 할 수 없는 일들이다. 가만 생각해보니 '무슨 자신감으로 내가 그 일들을 하고 있는지...' 나 자신도 신기해졌다. 결코 자신감이 있어서, 그것들을 잘 할 수 있는 은사가 있어서, 당당해서 그 일들을 감당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였는데...





가끔은 소극적이고 자신감 없는 모습들이 나를 아프게 찌르기도 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은 정말 '자신감 없이는 할 수 없는 일들' 을 내가 하고 있구나 싶어진다. 그 안에 '자신감 있는 엄마의 모습'을 아들들이 보고 긍정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니 참 감사하다.








그래!

난  자신감 있게 앞에 서고, 전할 수 있고, 싹싹하게 다가가고 관계를 맺을 수 있고 배려할 수 있는 꽤 괜찮은  엄마이다.

이성적이고 지극히 객관적인 큰 아들이 엄마를 그렇게 좋게 봐주니 인정받은 듯  고맙고, 앞으로도 더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모든 사람들에게 밝고 씩씩한 내 특유의 장점을 강점으로 취하며  살아가면 된다. 보지 않는 것 같아도 내 등 뒤에서 아이들이 다 흡수하고 있구나.





난 어제보다 좀 더 밝고 당당하고 씩씩한 모습으로 살아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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