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쓰는핑거 Dec 08. 2022

전공자도 어려운 걸 내가!?

주부 에세이) 비전공 허당엄마의 작가도전기


‘에이,  전공자 맞네.’




문예창작과를 전공했고 기자와 카피라이터, 기획자 등 늘 쓸 수 밖에 없는 시간 속에 있었던 그녀는 ‘자신은 글쓰기에 재능이 없었다,‘ 고 연신 고백한다.  



책을 다 읽고 덮었다. 머리 속을 번뜩 스치고 지나가는 한 가지...  자연스러운 문맥과 흐름과 문장체들..




‘역시 전공자 답네...’





작고 시시한 글감도 글이 될 수 있는지 호기심에 시작해서 비정규직 직장생활 이야기를 에세이로 담아내 제 4회 브런치 프로젝트에서 상을 받아 그녀는 당당하게 작가의 대열에 올라서게 된다. 같은 브런치 작가로서  부럽고 멋있다.






한 편으로는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그녀가 늘 글을 쓰는 삶의 현장에 있을 수 있었던 특별한 환경들은 어쩌면 당연한 절차이진 않았을까? 당연히 많이 써야 했고 잘 쓸 수 밖에 없을거라는 결과는 이미 그녀의 이름으로 발간된 책 한권이 증명해 주듯, 예정되어 있었을지 몰라도 과거에 그녀의 전공은 빛나지 못했고 그녀의 글쓰기는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했다고 한다.





‘전공자에게도 이렇게 어려운 것 인데 이걸 지금 내가 하겠다는거야?’ 라고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글쓰기를 때려치고 싶어진다.



나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아무런 일상의 변화도 없는, 특별한 이야기거리나 화제거리도 없는, 반복되는 일상에 그저 감사하고 만족하는 전업주부다.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아이들 뒤치닥거리며 반복되는 무료한 일상 속에서 허우적 대고 있다. 무엇을 글감으로 삼고 펜이라는 무기를 쥐고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 가끔  막막해진다.   



누가 쓰라고 등 떠미는 것도 아니고, 책을 계약하고 원고 날짜에 맞춰 머리를 쥐어짜며 원고를 작성하는 중도 아니다. (어서 그날이 오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그저 내가 좋아서 쓴다. 그저 일상을 기록하고 싶고 나만의 이야기를 끄적이고 싶다.






‘ 전공하다고 해서 꼭 잘하는 법은 없긴 하지. 재능 있는 사람이란 게 생각지 못한 평범한 사람 들일 수도 있지.‘  이렇게 생각하면 어렴풋한 희망이 내 손 끝을 미세하게 터치해주는 듯 설레인다.




그래.

내 글은 라이킷 수도 적고, 구독자는 몇년 째 100을 넘지도 못하고 인기도 없고 재미도 없지만 누가 알겠어? 나도 브런치 프로젝트에서 당당하게 입상하고 꿈에 그리던 작가의 길로 레드카펫을 깔고 풍악을 울리며 감격의 눈물을 흘릴 그 날이 올지 아무도 모르지.




그녀가 그랬던 것 처럼...

작가가 된 누구나 느끼는 것 처럼...





내가 느낀 그녀의 글은 간결했고 정결했고 신선했고 세련됐고 기승전결이 있었고 반전이 있었고 머리속으로 그려지는 세밀하고 풍성한 묘사가 있었고 잔잔한 교훈을 남기는 생각할 거리들이 가득했다. 그런 그녀도 과거에는 인정받지 못했고 “네 글은 쓰레기”라는 쓴 소리까지 들었다고 했다.






겨우 시작한지 3년이다.

1년 만에 작가 제의를 받고 출판계약까지 성대하게 치르며 빠르게 그 길로 접어든 그녀들이 가끔 많이 부럽다. 그래도 이내, 나와 같은 주부이지만 나와는 다른 재능과 글감이 넘쳐나는 그녀들과 비교하지 말자며 나를 달래본다. 3년이 지나도, 5년이 지나도, 10년이 지날 때까지,그 레드카펫이 펼쳐지는 순간이 나에게 오지 않아도 실망하지 않고 계속 써보기로 했다.





에세이의 새로운 매력을 알게 되었다.

 아주 평범한 나의 가든에 작가라는 작은 희망의 씨앗에 다시 물을 흠뻑 뿌려본다.





나는 그냥 쓰는 게 좋아서, 책을 읽는 게 좋아서,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했을 뿐이었는데 이제는 작가를 꿈꾸는 아주 평범한 전업주부이다.

나의 평범한 주부에세이도 책 한권이 될 수 있을까?






결국 작가가 되지 못하는 슬픈 세드엔딩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지금 내 삶의 이야기를, 내 생각을 글로 남기는, 쓸 만한 인생을 살고 있는 나 자신이 아름답지 않은가?









고로 쓸 만한 인생을 사는 사람이란

거울에 비친 내 얼굴으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 처럼

자신의 삶을 정성껏 써 내려가는

모든 사람을 뜻 한다





작가의 이전글 내 감성 건드리지 마시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