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쓰는핑거 Dec 09. 2022

엄마의 꿈은 거실에서 이루어진다

주부에세이 (북카페ceo를 꿈꾸며)




“여보, 너무 잘 될거 같은데...

나만 믿고 나에게 한번 투자해줘 봐!“





북카페를 차리고 싶다는 나에게 사업계획서를 내라는 남편 투자자님.

그래, 남편에게 투자를 받아 북카페 사업을 하려면 사업계획서 정도는 드려야지 싶으면서도 나는 도무지 사업계획서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 임대차계약부터 인테리어 비용, 테이블을 몇 개를 놓고 하루에 몇 잔을 팔 건지 등등의 총 비용과 예산과 리스크를 뽑아오라는데 벌써 머리가 아프다.








아니 이건, 정말 하게 되었을 때에 발로 뛰고 현장을 돌아보며 알아보고 부딪혀야 되는 문제 아닌가? 이미 다 차린 것과 다름 없게 알아보기만 한다고 북카페가 차려지나? 예상은 늘 빗나가기 마련이다. 리스크를 감안하고자 최저의 수익을 계산해보자면 남는 게 없을 것이고 하루에 얼마나 어떻게 잘 팔 릴지는 마케팅에 달려 있고 나는 그것에 자신이 있고 구상계획도 다 가지고 있는데...






현실적인 남편은 자꾸만 눈으로 보이는 뭔가를 가져오라고 하니 답답하다. 남편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꿈꾸고 있는 나를 보며 답답해했다.










내가 꿈꾸던 북카페는요...


엄마들과 아이들이 편안하게 책읽고 잠시 쉴 수 있는 그런 따뜻하고 아늑한 공간이었다. 잠시 학원 스케줄이 비어 있는 아이들은 놀이터 여기저기에서 불량식품을 먹으며 시간을 떼운다. 놀이터에 온통 아이들이 먹다 흘린 이물질이 가득하다. 엄마들은 벤치에, 카페에 자리를 잡고 삼삼오오 수다삼매경이다.



도무지 책을 읽는 엄마들은 찾아볼 수가 없다. 놀이터에서 책이라도 꺼내 읽고 싶을 땐 굉장히 큰 용기가 필요하다. 도무지 책과는 거리가 먼 환경이다.







이런 환경속에 아늑하고 따뜻한 북카페가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엄마들이 할일 없이, 반복되는 일상을 수다 떨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엄마들이 먼저 책을 읽고, 아이들이 잠시 들어와 책을 읽으며 학원 가기 전 가벼운 간식을 먹고, 엄마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아이 스스로 책을 읽는 모습이 연출되는 북카페의 사장님이 되고 싶었다.





아이들이 다음 학원 스케줄 까지 넉넉하게 감당할 수 있는 든든한 간식과 음료를 팔아 북카페의 수익을 남기고 싶었고, 오전 시간에는 내가 이끌 수 있는 [글쓰기 모임] [독서모임] [블로그마케팅 모임] [인스타소통모임] [브런치작가도전기모임] 등등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요일별로 강좌를 개설하듯이 꾸려나가고 싶었다.













그러면 이곳에 책 읽고 글을 쓰며 같은 꿈을 꾸는 엄마들이 좀더 많아질 것이고 그런 엄마들 아래,책을 보는 자녀들도 많아질 것이다. 나는 그런 명분과 비전을 가지고 북카페ceo가 되고 싶었다. 나도 엄마니까, 아직 이 값진 경험을 알지 못하는 그녀들에게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고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들에게서 더 배우며 함께 성장하고 싶었다. 엄마가 성장해야 아이도 성장하는 법이니까...





이 모든 것은 내면의 성장과 동시에 수익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북카페에서 파는 음료와 디저트로 인해서, 그리고 오전에 내가 이끄는 다양한 책모임과 글쓰기 강좌로 인해서...





그림은 그려지지만 예상되지 않는 숫자로 표현하는 건 아직도 잘 안된다. 높은 금리도 부담이다.  금전적인 한계와 사업계획서라는 막막함앞에 북카페 ceo의 꿈은 또 다시 마음 한켠으로 좇겨난다.










오래전 부터 방에 처박혀 있던 책과 책장을 거실로 다시 끄집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내키고 몸이 가벼울 때 그 일을 했다. 책을 하나하나 다 옮기고 큰 책장을 옮기고 장식했더니 우리집이 그럴 듯한 북카페가 되어버렸다.











북카페를 꾸밀 작정은 아니었는데, 북카페의 꿈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는지 북카페처럼 꾸며진 공간이 아늑하고 좋다. 이렇게 나는 북카페의 이루지 못한 꿈을 우리집 거실에서 이루었다고 위로했다. 당장 북카페를 할 수 없으니 여기가 북카페라 생각하고 더 계획하고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과정을 sns에 가볍게 기록해두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반응이 너무 좋은 것이 아닌가...‘이게 집이냐’ ‘너무 아늑하고 예쁘다’ ‘언젠가는 북카페ceo가 되실 거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응원과 칭찬의 댓글이 가득 하다.





하.

sns시작 이래로 가장 많은 댓글이 달렸고, 가장 많이 응원 받았고 가장 많이 칭찬받았다.

사람은 참 간사하고 나약하다. 이런 것에 또 마음이 쉬이 풀어지고 즐거워지니 말이다.






아이들이 거실에서 책을 더 많이 보고, 나도 전처럼 더 많이 읽어주려고 책을 거실로 의도적으로 뺐는데 내 안에 북카페의 꿈이 가득해서 인지 북카페처럼 꾸며졌고 아이들보다 내가 더 만족스러운 공간이 되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도 보자마자 “엄마. 우리집 북카페 같아.”라며 좋아한다. 그래 . 우리집이 북카페다. 어디 멀리 북카페 갈 필요도 없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공간이 되었다. 너무 만족스럽고 아늑한 공간...



무엇을 계획하든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대박이 날 수도 있다. 혹은 잘 될거 같아도 막상 부딪히고 뛰어들어가보면 변수와 어려움이 가득한, 한치 앞도 예상하거나 예측할 수 없는 세상이다.




남편처럼 안정적으로 현실적으로 생각하며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때때로 나처럼 무모한 열정과 비전을 가지고 앞뒤 따지지 않고 노를 저어 배를 띄울 수 있는 결단력과 추진력과 용기도 필요하다.

남편과 나는 줄다리기를 하며 , 서로 조절해주고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며 살아간다.





계속 꿈을 꾸고 비전을 꿈꾸며 열심히 살다보면 나는 어느새 북카페ceo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 꿈의 시작은 우리집 거실에서 이루어졌다.













작가의 이전글 전공자도 어려운 걸 내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