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쓰는핑거 Dec 10. 2022

진짜 단골이 된다는 것....

주부에세이 (우연히 들린 꽃가게 사장님에게서 배운  가치란...)



“새벽에 꽃시장 다니는 거 많이 힘드시죠?”


늘 궁금했던 질문을 드디어 던져보았다. 나름 단골인데 어쩐지 쉽게 가까워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던 꽃 가게 사장님에게 말이다.





살갑고 친절하신데도 어딘지 차가운 느낌이 든다. 나는 단골인데도 단골대접을 받지 못하는 느낌이 어딘지 불편했다. 그런데도 나는 늘 꽃을 살 일이 있거나 꽃이 그리워지면 그 꽃가게로 향했다. 언젠가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게 되면 내가 궁금했던 ‘플로리스트’의 세계에 대해서 좀더 물어보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드디어 그 질문을 본격적으로 던지게 된 것이다.





 플로리스트가 너무 되고 싶었지만 새벽에 꽃시장을 다녀와야 한다는 시간적인 한계와 꽃시장에서 꽃을 사고 지고 이고 와서 작업하는 모든 시간이  고되고 힘들다는 사실이 일찌감치 플로리스트의 꿈을 포기하게 했다.






우아하게 꽃 가게에서 꽃을 만지며 손님들의 요구에 따라 꽃을 한 아름 예쁘게 포장해주는 꽃가게 사장님의 모습은 늘 예뻤다. 그 자리에  늘 내가 있기를 동경하고 꿈꾸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 뒤에 숨겨진 육체의 고단한 노동과 한계에 나는 쉬이 내 꿈을 또 슬쩍 내려놓은 것이다.





하지만 플로리스트가 되기 위한 고단함은, 그 자리에 내가 우아하게 서 있기 전까지의 어려움은 나에게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새벽에 꽃시장에 다녀오는 육체노동‘이 아니었다.




그 사이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원래 단골이었지만 이제 막 찐 단골이 된 듯한 나에게 꽃가게 사장님은 기다렸다는 듯 어려움을 토로했다. 새벽 꽃시장이 문제가 아니라 마음에 들고 신뢰할 수 있는 거래처를 찾기까지가 참 힘들다고 했다.



아..

그래. 그렇겠다.

나는 그 부분은 생각해보지 못했다.





 꽃시장 안에도  이미 단골이 다 형성되어  있어 단골로 오는 ‘플로리스트’의 꽃을 미리 다 빼 놓고 따로 팔지 않는다고 했다. 오픈하자마자 갔는데도 꽃이 그런 식으로 다 팔려 한 송이도 사오지 못할 때도 태반이었다고 했다. 개인이 혼자 오거나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꽃이 있는데도 잘 팔지 않거나 주지 않는다고도 했다. 푸대접을 당한 적도 많다고 하셨다. 신뢰할 수 있는 거래처를 만나기까지의 과정이 고단한 것이었다.




그 고단함을 이겨내고 꽃 시장을 정복하기까지의 과정이 필요했다. 나는 그 과정을 보지 못했다. 알지도 못했다. 새롭게 알게 된 그 과정이 나에게 고단하게 느껴진 것은 고단함에는 바로 사람과 사람이 있어서다. 꽃과 사람만 있으면 괜찮을텐데 말이다.







꽃을 두고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다. 돈이 오간다. 신뢰가 필요하다. 신뢰를 얻기까지 푸대접도 부당함도 겪고 이겨내야 한다. 그렇게 신뢰가 형성된 거래처를 만날 수 있도록 매번 찾아가서 얼굴 도장을 찍고 살갑게 다가가는 그 모든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모든 거래처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상인들이 그렇게 장사를 한다는 것이다. 어떤 때는 싱싱하다고 해서 사왔는데 와서 작업을 하다 보면 시들시들한 꽃이 가득 섞여 있어 반은 버리게 되었다는 허탈한 고백에 함께 허무함이 밀려왔다.






하..

거기까지만 들었는데도 이미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일어나는 신경전에 고단함이 밀려온다. 그저 꽃을 사러 가고 꽃을 사서 오면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내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과정과 노력이 필요한 거였다. 내가 마음대로 원하는 싱싱한 꽃을 찾고 구해서 내 고객에게 다시 팔기까지 말이다.







비단 플로리스트의 세계에서만 있는 일일까?

사람이 있는 곳에는 늘 문제가 있다. 심지어 교회에서도 상처받고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주의 일을 하는 것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소소한 일과 사사로운 감정으로 상처 받는다.





우리는 모두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어디서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고가는 정이 있다. 좋은 관계도 늘 좋을 수는 없다. 사소한 말 한마디, 무심한 행동으로 상처를 주고 받고 본의 아니게 오해를 해서 그렇게 소중했던 그 사람이 불시에 미워지기도 한다.






신뢰를 쌓았다면 그 관계를 계속 형성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내가 손아귀에 꼭 쥐고 있던 관계의 끈을 느슨하게 잡는 순간  관계도 함께 느슨해진다.








나는 오늘 또 예쁜 꽃 한송이를 샀다.

그 꽃을 바라보며 꽃이 나에게 오기까지 꽃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겪었을 여러가지 소음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그저 보기에 예쁜 꽃 속에도 사람과 사람이 있다. 어딜 가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음이 있다. 그 소음이 늘 아름다운 소음이 새삼 바래본다.




나에게 이런 어려움을 들려주기까지 꽃가게 사장님과 나 사이에도 신뢰가 필요했을 것이다. 처음 보는 사람을 붙잡고 이런 이야기를 들려줄 사람은 없을 테니까. 이제 막 신뢰가 형성된 우리 사이에 그런 이야기가 오갔다. 꽃가게 사장님이 들려주었던 어려움으로 인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겨우 8,000원을 내어드리고 사온 꽃과 비교할 수 없는 큰 가치를 느꼈다.









모든 관계 속에는 신뢰가 필요하다.

신뢰가 형성되기 까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 사람이 내 사람인지 아닌지 함부로 평가할 수 없다. 그저 오고가는 시간 속에 신뢰를 쌓아간다.

그 신뢰를 잘 쌓았다면 그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 신뢰를 쌓기까지 공들인 시간을 생각하면 쉽게 무너뜨리진 못할 것이다.

혹은 쉽게 무너질지라도, 그 관계를 채워줄 다른 사람은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우리는 다시 또 찾으면 된다.

신뢰를 쌓고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그 과정이 때로는 고단할지라도 우리는 다시 만들어갈 것이다.






그러니 내 사람, 내 가족이 얼마나 좋은가?

우리는 이미 신뢰와 관계가 형성되어 있으니 말이다. 언제나 내 편이고 언제나 나를 신뢰하고 사랑해준다.






남편과 아이들의 존재가 새삼 고맙고 참 소중하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의 꿈은 거실에서 이루어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