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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Jan 03. 2023

진정한 글쓰기란 나를 까발리는 것?

수술을 마치고 마취약에 취해 장문을 쓴 나를 보며 발견한 진실...


“ 긴장되지 않으세요?“


“엄청 긴장되요..”


“어?

그런데 하나도 긴장하지 않는 것 처럼 보이는데요?

심장박동수가 아주 평온해요.

이렇게 긴장 안 하시는 분 처음 보는데요...

굉장히 차분하신데요?”





 전신마취를 하고 부러진 코뼈를 맞추는 시술을 받으려고 차가운 수술대 위에 누워있는 나에게 수술 직전, 의사선생님께서 건네신 말씀이다. 비록 간단한 비골골절 수술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상황 중에서도 긴장하지 않고 차분하게 수술대에 누워 평온한 숨을 고르고 있다며  칭찬 아닌 칭찬을 건네신다.





순간, 나는 하나님이 주시는 평강이 떠올랐다.

하나님이 주시는 평강이 아니면, 내가 어떻게 이런 평온함을 누릴 수 있단 말인가. 나를 위해 기도해주는 많은 입술과 비록 간단한 수술이라도 그 분의 도우심을 구하며 간절히 찾는 나의 부르짖음 앞에 그 분은 오늘도 외면하지 않고 계심을 느끼며 더 마음에 평온함을 느끼고는 나는 전신마취 주사를 맞고 잠이 들었다.





20분 정도 시행된 간단한 수술이지만 날카로운 의료기구들이 내 코를 후벼팠을 거고, 전신마취를 해서 통증을 느끼진 못하지만 독한 약을 견디기에 전혀 준비되지 못한 상태였을 가련한 내 몸은 간호사의 팔에 더듬더듬 기대어 부축을 받으며 회복실 침대에 눕혀졌다.








차창 너머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너무나 긴장되었던 ‘수술’이라는 큰 강을 건넌 모든 상황이 그저 감사했다. 이제 마취가 풀리면 극심한 고통이 나를 괴롭히겠지만 그 마저도 곧 지나갈 것이고 아직 다가온 고통은 아니다. 몽롱하게 약 기운에 취해서 나는 sns에 장문의 글을 남겼다. 어쩌다보니 비골골절 수술을 받게 되었고 나는 지금 수술을 받았고 긴장되는 순간은 모두 지나갔고 이제 찾아올 진통을 맞닥뜨릴 준비를 한다며 내가 그간 느끼고 생각한 모든 것을 글로 남겼다.







많은 사람들이 댓글로 나를 위로해주었고 걱정해주어었다. 리얼한 내 후기에 ‘글만 읽어도  코 끝이 아프다’며 함께 공감해주었고 누군가는 이런 힘들고 어려운 순간을 초긍정으로 이겨내고 있는 나를 대단하게 여겼고, 누군가는 이 와중에 그런 장문의 글을 쓰고 있는 나를 존경해 마지 않았다.






나도 도무지 나를 이해할 수가 없다.

그 순간에 어떻게 그런 장문의 문장을 써 내려갔는지.. 마치 신들린 듯이, 미친 듯이 글을 써 내려갔다. 하지만 그 글은 한 순간에 짠 하고 탄생한 글이 아니다. 몇날 몇일 내 머리속을 스치고 오가며 내 머리 속에서 다듬어지고 정리되어 왔던 문장들이었다.








수술을 앞두고  이 글을 쓸까 말까 많이 고민했다.




‘넘어져서 코뼈가 다친 것이 무슨 자랑이라고, 관종도 아니고 무슨 이목을 끌고 싶어서 그런 글을 남기니? 너에게 오점이 될거야.’ 라는 생각 너머에는 ‘ 내가 느끼고 생각한 모든 것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쓰고 싶어. 내 글에 한 명이라도 공감해준다면 그건 오점이 아니라 유익이 아닐까. 그렇게 글쓰기는 여전히 용기가 필요한 거야.’ 라는 생각이 교차되었다.






나는 그렇게 글을 쓴다.

그냥 그렇게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



책을 읽다가 머리속에 스쳐 지나가는 문장들이나 쓸 거리가 생각나면 글을 써야 직성이 풀린다. 육아와 살림에 치여 글을 쓸 시간이 도무지 나지 않으면 나는 조바심이 나고 초조해진다. 나는 그저 한낱 주부에 불과한 내가 일상에 치여 원하는 글을 마음껏 쓸 수 없는 상황의 한계에 부딪히면 마치 원고독촉을 받는 작가처럼 스트레스를 받는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는 사실을 입 밖으로 내지 못해서 가슴 앓이를 하며 병이 났던 신하처럼 나는 내가 생각하고 느끼고 머리 속에 떠오른 것을 글로 남기지 않으면 가슴 앓이를 하듯 답답해지고, 답답한 그 마음을 손 끝을 휘갈겨 글로 쏟아내고 나면 후련해진다.






나에게 글쓰기란 그런 것이다.

나는 내 꿈을 작가로 정했기 때문이다.



정하고 나니 글쓰기가 더 명확해지고 힘이 실리는 듯 하다. 작가 된다는 것은 나를 이 세상에 당당히 보여주는 것 이다. 용기와 배짱이 있어야 하고, 내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세상에 당당히 보여주어야 하고, 그런 것들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이  좀더 필요할 것 이다. 나는 이 시간을 통해서 그런 기술을 좀더 늘려가야 할 것이다.






특별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지 않은 평범한 나에게 지금 최적의 글쓰기란 그저 나의 스토리를 세상에 당당히 보여주는 것 뿐 이다.





sns에 굳이 까발려도 되지 않는 나 자신을 까발려놓고 밤새 후회가 되어 ‘왜 그랬어. 왜 그런 글을 썼어.’ 라고 자책했던 나를 위로해주는 책 속의 한 문장이 오늘도 나에게 용기를 건네준다.






글쓰기 제 3법칙!

정직하게 쓰라.
알몸을 드러내라.
독창적인 것에는 직통이 따르게 마련이다.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고개를 내밀고 틈만 노리고 있다가 기꺼이 바보가 되어 자신을 송두리째 까발려야 한다.


[로버타 진 브라이언트가 제시하는 글쓰기 제 3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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