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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Jan 04. 2023

처음 만나본 중환자실이라는 차갑고 두려운 무거움이란..

(있을 때 잘해#2)어느날 갑자기...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

차가운 밤기온과 무거운 공기가 병원입구에서부터 가득 에워싸고 알수 없는 긴장감이 점점 커져간다. 엄마를 만나러 가고 있다. 의식이 없다는 엄마를 만나러 가고 있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응급실 사이사이로 생사를 오고가는 사람들의 모습. 그나마 양호해보이는 사람들의 모습. 어린 아기를 끌어안고 초조하지만 지친 모습으로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들이지만 동병상련의 아픔이 느껴진다. 그렇게 의식이 없이 누워있는 엄마의 침상과 점점 가까워져가고 있다. 드디어 엄마를 만났다. 산소 호흡기를 끼고 가뿐 숨을 몰아쉬며 엄마가 눈을 감고 누워있다.


"엄마!!!~~~~~~"

막내와 나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엄마를 발견하자마 동시에 엄마의 가슴에 얼굴을 참았던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소리내어 울지 못하고 병원으로 달려오는 차 안에서 엄마와의 마지막 추억을 곱씹으며 하염없이 뚝뚝 떨어지던 눈물과 다른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오열이였다. 답답하고 먹먹했던 감정을 다 쏟아내며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아무리 불러도, 흔들어봐도 엄마는 눈을 뜨지 못하고 숨만 내쉬고 있다. 린넨냄새, 소독약냄새, 엄마 냄새가 절묘하게 섞여 낯설지만 왠지 편안하고, 포근한듯 하지만 차갑고 무거운 냄새가 엄마의 품에서 났다. 엄마의 손을 잡아보았다. 손이 퉁퉁 부어있었다. 우리가 아무리 불러보아도, 눈물을 흘리며 손을 잡고 흔들어보아도 눈만 감고 의식없이 누워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이건 어디서 많이 보던 모습인데...

아 엄마가 보던 아침드라마에서나 나오던 그런 모습인데... 이건 꿈일거야...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



텔레비전 너머로만 바라보며 심드렁하게 안타까움을 느꼈던 그 장면이 바로 내 앞에 펼쳐져있었다. 내가 그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어 있다. 우리 엄마가 그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어 있다. 정말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 하염없이 엄마의 손을 잡고 엄마의 볼을 쓰다듬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자 갑자기 엄마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가뿐 숨을 몰아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뭔가 놀란듯이 가뿐숨과 함께 눈이 동그랗게 떠진 엄마의 모습은  의식이 돌아온 듯 했다. 딸들의 목소리를 듣고, 딸들이 온 걸 알아채고 엄마가 힘을 내서 정신을 차렸나보다 ! 짧은 순간 희망이 솟아났다.


"엄마!!!!"

우리 왔어!! 우리 보여??"


말과 동시에 엄마는 가뿐숨을 다시 몰아내쉬며 눈을 감고 말았다.



"어!! 안돼!!!!!

엄마 눈 떠봐! 눈 떠봐 엄마!!"



아무리 불러보아도 엄마는 다시 감은 눈을 뜨지 않았다. 의식이 잠깐 돌아온게 아니라 뭔가 놀란듯 일시적인, 아무 의미없는 반응이였다.  동그랗게 놀란 눈과 스르르 감기던 눈동자가 잊혀지지 않는다. 태어나서 그렇게 많이 오열하며 울어본 건 아마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다. 꼭 임종의 모습을 지켜보는 듯 했지만 엄마는 아직 숨이 붙어 있다.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엄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엄마의 머리속이 어떻게 된 걸까... 엄마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난 걸까...




" 지주막하뇌출혈입니다. "


젊고 풋풋해보이는 의사가 제법 진지하게 엄마의 병명에 대해서 엄마의 상태에 대해서 들려주었다. 엄마는 말 그대로 뇌출혈이였다. 뇌출혈에도 이런 다양한 이름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엄마는 고혈압에 비만이 있었던지라 혈관흐름이 원활하지 못했고 이렇게 추운 겨울에 뇌출혈 환자가 급증한다고 한다. 그날, 병원 중환자실에서 만난 무수히 많은 뇌출혈 환자들과 유족들의 울음소리는 너무나도 낯설고 놀라운 풍경이였다. 우리엄마처럼 의식없이 누워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우리처럼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눈물을 훔치며 대기실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지내는 가족들의 모습 또한 너무 많았다. 겨울에 이렇게 뇌출혈 환자들이 급증하는구나... 그래서 그렇게 어르신들이 추워지면 모자를 꼭 챙겨서 쓴 거구나...새삼 몰랐던 세상에서 눈을 뜬 기분이였다. 엄마는 추운 겨울 산에 올랐다가 숙소에 돌아와 씻으러 목욕탕에 들어갔는데 안 나오길래 들어가보니 의식없이 쓰러져 있었다고 엄마랑 함께 있었던 지인이 말해주었다. 응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이송해주었고. 엄마는 응급차안에서까지는 의식이 있었다고 한다. 소리를 지르고 울부짖으며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아프다' 고만 했다고 우리에게 전해주었다. 엄마의 모습이 또 상상이 되서 가슴이 아팠다. 머리가 얼마나 많이 아팠을까? 늘 입버릇처럼 "머리가 깨지게 아프다" 라고 말했던 엄마의 모습도 떠올랐다. 그냥 골치거리가 생기거나 신경 쓸 일이 있거나, 딸들이 엄마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거나 말을 듣지 않을 때 혼자말로 늘 중얼거리던 엄마의 말이였다. 그렇게 입에 달고 살더니만 입에 담기도 무서운 말, 진짜로 머리가 깨지게 아프게 된 엄마의 모습과 머리가 깨지게 아프다는  엄마의 마지막 모습과 말이 가슴을 또 후벼팠다.


엄마의 머리속에 피가 가득 차 있다고 한다. 피가 너무 가득 차 있고 부어있어서 손을 댈 수가 없다고 했다. 엄마는 말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하필 그날이 1월 1일 신정이였고, 전문의는 응급실에 없는 듯 했다. 풋풋하게 어린 새내기들, 막 의사 가운을 입은 듯한 사람들만 의사라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빨리 치료를 받아도 중증장애를 지니고 평생 살아야한다는 무서운 뇌출혈로 혈관이 터진 상태인데, 빠른 조치가 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의식을 잃어가고 있다.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했다. 엄마는 오늘밤을 넘기기가 힘들것 같다고 말했다. 터진 혈관이 엄마 머리속을 가득 채웠고 엄마는 그래서 의식이 없는 것이다. 그제서야 퉁퉁부어있던 엄마의 머리가 기억이 나는 듯 하다.




모든 설명을 듣고 큰 언니가 침착하게 친척들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멀리서 친척들이 삼삼오오 병원으로 모여들었고 의식없이 누워있는 엄마를 만났다. 모두 어떤 말도 서로에게 위로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안다. 그저 말 없이 서로를 안아주고 바라봐준다. 어린 우리를 안스럽게 바라본다. 혀를 차는 소리가 들리지 않지만 들리는 듯 하다. 모두 놀라고 무거운 얼굴로 그렇게 앉아있었다.




저 멀리서 다른 가족들이 울음소리가 들린다.

나이가 우리랑 비슷해보인다. 딸 셋인 것도 딸 넷인 우리집과 비슷해보인다. 그 집 딸들의 아빠가 뇌출혈로 쓰러졌는데 그집 딸들의 아빠는 결국 돌아가셨나보다. 남일 같지 않다. 울면서 장례절차를 밟기 위해 우리를 지나가는 그 가족들의 모습에 마음으로 함께 또 울었다. 우리 엄마도 저렇게 금방 돌아가시게 되는걸까...




따뜻한 온돌방 형식으로 되어있는 중환자실 보호자 대기실로 언니들이 우리를 밀어넣었다. 다른 가족들의 보호자가 잠시 눈을 붙이고 있는 틈 사이에 들어가 비좁은 대기실 바닥에 누워 또 다시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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