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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Jan 23. 2023

현실적인 아들의 조언

기대하게 하는 소소한 행복을 만나러...


“우진아. 엄마는 철저히 노력형 아침형 인간이야.”


(고민도 없이)

“다시 돌아가고 있네.”


“응. 다시 돌아가고 있어. 엄마 너무 싫은데. 예전처럼 일찍 일어나고 싶은데 못 일어나겠어. 왜 이렇게 눈이 안 떠지지?”


“원래 새벽에 일어날 때 뭐했는데?”


“음. 먼저 성경읽고, 성경필사하고 글쓰기 했지.“


“그럼 재미있는 책을 하나 사봐. 읽고 싶은 책을 사서 ‘내일 새벽에 읽어야지.’ 하면 기대하는 마음이 있어서 일찍 일어나게 되지 않을까?“



...엄마는 동공확장 되는 중...







몇일 전 아들과 나눈 대화가 계속 머리속에 맴돌았다. 철저히 노력형 아침형 인간으로 노력과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며 이제 아침형 인간에 정착되었다고 생각했다.이제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는 게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들 방학이 시작되면서 다시 무너지기 시작했다. 도무지 눈이 떠지질 않았다. 알람소리도 다 듣고 깨어있는데 눈꺼풀이 무거워서 눈이 떠지지 않고 참고 억누르고 있던 밀린 겨울잠을 자는 곰 같이 다시 아침잠을 즐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일어나 큰 아이를 끌어안고 잠결에 ‘엄마는 철저히 노력형 아침형 인간’임‘을 고백하자 아이는 고민도 없이 ’다시 옛날로 돌아가고 있는 엄마‘를 지적했다. 현실적인 아이가 참 재미있기도 하고 가끔 이 녀석은 너무 정곡을 찔러서 두렵기도 하다.



그런 아이가 내놓은 해결책이 너무 좋았다. 한편으로는 요즘 나는 새벽에 꼭 일어나야만 하는 절박함을 잃어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새벽에 꼭 일어나야만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사라졌다. 감사하게도 모든 일상 가운데에서 틈틈히 조금씩 다 해나갈 수 있었다. 새벽의 힘과 에너지를 온전히 살려서 해야만 하는 간절함이 사라졌다. 새벽에 꼭 일어나야할 이유가 사라지자 나는 다시 포근한 아침잠을 선택한 것이구나.







그런 나에게 ‘기대되도록 읽고 싶은 책’ 한 권이 주는 설레임과 즐거움이 얼마나 소소하고 값진 것인지 새삼 크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이 말대로 읽고 싶은 책 한권을 사오는 게 좋겠다. 도서관에서 계속 대여해서 독서는 하고 있다. 일주일에 2권은 거뜬히 읽는 것 같다. 하지만 대여해온 책은 뭔가 루즈해진다. 대하는 자세도 읽는 자세도. 처음엔 내 것이 아니라서 씹어 먹을 기세로 열정적 독서를 소비했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가기 식상해지는 모양이다. 따뜻하고 기대되는 신간 서적 하나 모셔와야겠다. 너무 읽고 싶고 기대가 되는 책 한 권을 품에 안고 와야겠다. 그리고 그 책은 꼭 새벽에 일어나서 읽어야겠다고 다짐해봐야겠다. 그러면 아이 말대로 나는 ‘ 그 책이 어떤 내용일지 너무 궁금해서 기대하는 마음’으로 새벽을 기쁘게 깨울 수 있을까?





그나저나 이 아이는 그런 기대하는 마음을 경험해본 모양인데 내 배에서 나왔지만 기특하고 멋진 녀석이다. 나와는 다른 이성과 현실적인 아이는 감성적인 나의 무지를 일깨워준다. 나는 오늘도 너에게서 한 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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