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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Jan 27. 2023

작가는 장비빨. 아이패드 갖고 싶어진 날...

난생처음키즈카페에서 글을 쓰고는...



오늘 마지막으로 이비인후과 진료를 보고 왔다. 이제 안와도 된다는 선생님의 말에 얼마나 기쁘던지. 몇주 전 내가 그랬던 그 모습대로 아직도 출혈이 있는 코 밑에 거즈를 대고 통증을 느끼며 회복중인 사람들, 환복을 입고 수술 전 대기하는 사람들을 보자 그때 그 통증이 떠올라 코 끝이 아려졌다. 지나간 추억이 된 것이 새삼 감사하고 ‘다신 오지 말자.’ 하며 나올 수 있어서 감사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근처에 대형 키즈카페로 바로 향했다.  한번 방문했다가 너무 좋아서 ‘다음 방학 때 또 와야지,’ 해놓고는 2년만에 방문하는 키즈카페다. 올 겨울방학 때 아이들과 가려고 벼르던 곳이었다. 마지막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는 날 개운한 마음으로 자축하는 기분으로 다녀오려고 계획했던 일정이었다.









할인수단이 전혀 없어 거금을 내고 입장했지만 아이들은 모처럼 신나게 뛰어놀 수 있어서 좋았고 나는 아이들이 노는 동안 부모대기실에서 노트북을 꺼내 신나게 글을 휘갈겨 썼다. 멋지게 노트북을 꺼내려는데, 순간  오래된 구식컴퓨터라는 사실이 조금 마음에 걸렸다. 살짝 부끄럽기도 했다. 멋지게 아이패드를 꺼낸 내 모습이 조금 더 있어보일  것 같은 아이폰이 주는 이 몹쓸 감성을 나는 버리지 못한다. 언젠가는 아이패드를 꺼내 글을 쓰는 내 모습, 기분 좋은 상상만으로 끝내본다.




아이들이 노는 소리, 북적이는 소음, 엄마들의 잡다한 수다소리를 뒤로하고 몰입하며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고 있자 묘한 기분이 들었다. 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기분이었다. 나는 키즈카페에 와서 한 번도 글이라는 걸 써본 적도 없었고 겨우 읽었던 것이 책이었다. 책 읽다가 지루해지면 핸드폰을 뒤적이며 쇼핑몰을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누군가와 동행하며 잡다한 수다를 늘어놓고 아이들의 꽁무니를 따라다녔다. 그랬던 내가 이제는 부모대기실에서 다른 엄마들의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고 글을 쓰고 있다. 어디서나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글을 쓸 수 있고 그 모습이 행복해지는 나의 변화를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까.








전 같았으면 구석진 곳에서 은밀하게 했을지도 모른다. 글을 쓰는 내 모습이 낯설고 어색해서 자신감을 잃고 구석진 곳으로 숨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본의 아니게 모두의 눈에 잘 띄는 가장 가운데 자리에 자신있게 자리를 잡고 아랑곳 하지 않고 글을 쓰며 가끔 나에게 달려오는 아이들의 필요를 채워줬다.




나는 이제 조금 더 당당하게 글을 쓸 수 있게 되었구나. 그 자신감은 행동 뿐 아니라 글에서도 나타난다. 전에는 인스타에 장문의 글을 썼다가 누를까 말까 얼마나 많이 고민했는지 모른다. 올리고 나서 삭제한 글도 많다. 결국 못 올리고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른적도 많다. 하지만 이제 나는 내가 쓰고 싶을 글을 주저없이 쓰고 고민없이 발행한다. 사람들 반응에 마음을 두지 않는다. 오늘도 그저 쓰는 나의 하루에 마음을 둔다.




몇일 전 간증 비슷한 믿음의 고백을 인스타에 올렸다. 내 간증을 듣고 눈물이 나서 펑펑 울었다며 마음을 표현해주었다. 어떻게 내 글을 읽고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걸까. 마음을 만져주신 건 하나님이신 것을 알지만 신기하다. 나는 늘 연약한 나의 고백을 통해서 하나님을 몰랐던 사람들이 하나님을 궁금해하고, 하나님을 멀리 했던 사람들이 다시 하나님께 소망을 두고 찾게 되기를 바라는 비전과 기도제목이 있다. 그 사실이 떠올랐다. 그래. 나는 여전히 연약하고 부족하다. 그 부족함을 드러내며 나를 낮추고 연약함을 드러낼 때 하나님께서 일하심을 새삼 알게 된다.



그리고 또 덧붙여 말했다.

지금처럼 따듯한 글을 많이 써달라고 나에게 부탁한다. 나는 그 말에 용기를 내어 더 많이 써보겠다고 웃으며 다짐해본다.

나는 이미 작가이다.

쓰고 있는 우리 모두는 이미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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