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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Mar 24. 2023

마늘냄새 나는 내손...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참 미안하네요...


태어난 지 15일 밖에 되지 않은 아기가

중환자실에 숱한 주사바늘을 꽂고 누워있대요.

심장이 약한 아이는

기억하기도 어려운 병명을 많이도 가지고

약하게 태어났나봅니다...


10달동안 배 속에 품고

태어날 날 만을 기다렸을 엄마는

그 어린 것에게 젖 한번 물려보지 못하고,

안아보지도 못하고,

그저 모유를 유축해서 중환자실에 전해주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대요.


믿음이 있는 나도,

감당하기 어려울 그 슬픔 앞에서

믿음이 없는 그 아이의 엄마는

어떻게 이 시간을 이겨내고 있을지..

너무 가슴이 아프네요..


가슴이 아파

두 손으로 얼굴을 덮고

하염없이 울며 기도하고 있는데,

제 손에서 마늘 냄새가 진동을 하네요.


어제,

마늘을 열심히 다져서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준 여운이

아무리 손을 깨끗이 씻어보아도

남아있네요.


전에는

손에서 마늘 냄새가 나는 게 너무 싫었는데요,

그 순간

내 손에서 나는 마늘냄새는

얼마나 귀하고 값진 것인지를

새삼 느껴봅니다.




아이들이 그저 건강하게 자라고 있음에,

그런 아이들에게

맛있는 밥을 차려줄 수 있는

건강이 나에게 있음에,

참 감사해지며,

그 건강이 허락되지 않아서

품에 안아보지 못할 갓난쟁이를 그리워하며

눈물로 모유를 모축하고 있을

알 지도 못하는 그녀를 위해서

그저

기도하는 것 밖에는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너무 미안하고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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