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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May 11. 2023

짧지만 특별하고 소중한 여행

삶이 여행이지!



오랜만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서울에 다녀왔다.

도착예정시간과 잘 맞을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전광판을 지켜보다보니 약속된 시간에 맞춰 버스가 도착했다. 사당행 버스를 타려고 줄서 있는 사람들을 신기하게 바라보곤 했던 내가 오늘은 그 대열에 서 있다. 낯선 곳으로 훌쩍 여행을 떠나는 것 처럼 무척 설레였다. 얼마나 꿈꾸었던 일이였는지 모른다. 정처없이 버스를 타고 훌쩍 떠나보는 시간. 살림과 육아에 묶여있어 그 홀가분함도 잠시 만끽하기 어려웠던 난, 늘 같은 시간 집을 지키고 집안을 정돈하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기 직전, 내게 주어진 그 시간에 말끔히 정리된 집안에서 커피 한잔을 내려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곤 했다. 크게 벗어나질 못했다. 어딘가 다녀오려고 해도 아이들이 학교에 돌아오기 전,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게만 느껴져 이런저런 핑계만 대며 훌쩍 나서질 못했다. 그런데 오늘 그 발걸음을 용감하게 내딛어본 것 이다.



작은 신도시 마을을 떠나 복잡한 사당역에 내려 지하철을 타러 갔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가는 그 길, 내 곁을 스쳐지나가는 무수한 사람들, 전에 없던 생기가 솟아나기 시작한다. 처녀적 나도 부지런히 그 곳에 내 몸을 실어 강남으로 출퇴근 하던  시절 그 모습이 생각난다. 나도 그렇게 바쁘게  움직여 온전히 나를 위해 살던 시간이 있었는데 어느덧 엄마가 되어 가정안에 꽁꽁 묶여있었다.  처녀티를 내보려고 해도 중련의 그 색을 감출 수 없는 40대 중반의 내 모습은  아이들 없이 서울 한 복판에서  훌훌 자유를 만끽하고 있지만, 아이들과 한번 지하철을 타고 서울나들이를 계획하는 코스를 짜느라 머리속이 분주해진다.









지하철 두 번을 환승해 광화문에 있는 교보문고에 도착했다. 탁 트이고 세련된 공간에 책 냄새 가득 찬 서울의 대형서점. 이 얼마만인지... 9시에 서둘러 왔는데도 2시간이 훌쩍 지나 11시가 다 되어간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하교하기 전 넉넉하게 돌아가려면 12시에는 떠나야한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 시간 뿐이다. 이 좋은 곳에 한 시간 밖에 머무를 수 없다니 너무 아쉬웠다.  아무 생각없이 하루종일 머무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신고 있는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는 너무나 빨리 벗어야 하는 것이었다.





자기계발서 신간코너에 제일 먼저갔다.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두근두근 천천히 살펴보았다. 수 많은 신간서적들이 가지런하게 놓여있다. 정말 따끈따끈하다. 내 책이 보이지 않아 잠시 실망스러웠다. 광화문 교보문고 신간코너에 내 책이 전시되어 있다길래 큰 맘먹고 방문한 서울이다. 한발 늦었나 싶어 서운함이 몰려드는 순간, 내 책이 보인다. 눈에 잘 띄는 특별한 곳에 전시되어 있었다. 정말 놀라웠다. 예쁜 곳에, 특별한 곳에, 높은 곳에 전시되어 있었다. 사실 신간코너에 비치되어 있을거라 왠지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아주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빛나고 있었다. 눈물이 절로 났다. 눈치를 보다가 꼭 해보고 싶었던 인증샷을 남겼다.






광화문 교보문고 자기계발 신간코너에 비치된 내 책 .



시간이 없다.

둘러보고 싶은 책이 너무나 많다. 읽어보고 싶은 책 몇 권을 고르고 교보문고 핫트랙스에서 문구류를 구경하다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잔을 사서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다시 시골동네로 향한다. 올 때는 여유로웠지만 돌아가는 길은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교보문고의 세련된 분위기에 취해 시간을 체크했는데도 촉박하다. 30분 간격으로 배차되는 버스를 놓치면 아이들 픽업 시간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 계속 버스 시간을 확인하며 지하철안에서 발을 동동 굴렀고 1분을 남겨둔 완벽한 타이밍에 나는 꼭 타야 하는 버스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얼마나 스마트한 세상인지. 배차시간과 간격시간을 계속 체크할 수 있었다. 빨리 나갈 수 있는 통로도 안내해주었다. 버스도착시간은 정확했고 난 1분 뒤에 떠날 그 버스에 간신히 몸을 실을 수 있었다.









다시 돌아왔구나.

무사히 돌아왔구나.

아주 짧은 여행이 끝났다.

북적이고 세련된 서울과는 아주 상반되지만 정겨운 마을 풍경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다시 이 자리에서 가정을 돌보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평범한 일상을 다시 살아낸다. 여전히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똑같은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내야 한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지만 오늘 하루가 특별하다.  처음으로 5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을 이용해 서울여행을 다녀왔고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내 책은 너무 멋지게 전시되어 있고 빛나고 있었다. 내 책은 너는 거기 있고 나는 여기로 다시 돌아왔다.




나는 앞으로도 고단하고 짧지만 생동감 넘치고 활력이 넘치는 서울에 좀 자주 다녀오게 될 거 같다. 그냥 책 한권을 들고 전철에 몸도 실어볼 예정이다.오늘 이렇게 또 새로운 길이 열린다. 날마다 새로운 길은 열려있다. 그 길을 가느냐 마느냐는 언제나 나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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