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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May 24. 2023

공개수업을 지나며

잘 자라고 있어!

 

학교마다 공개수업이 한참이다.


3명의 아이들의 공개수업을 한 날에 함께 보려니 이래저래 어려움이 많았다. 큰 아이의 수업은 다른 아이들과 겹치지 않아 오롯이 아이의 공개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는데 막내와 둘째아이의 시간이 겹쳐버려 1층과 4층을 오가며 007작전을 펼쳐야 했다. 1학년인 막내가 자신의 공개수업시간에 엄마를 형아와 공유해야 하는 것을 받아들이지를 못했다. “내 반에만 있으면 안돼?“ 조르고 조르는 막내에게 ”형아 수업도 엄마가 봐야지. 잠깐만 보고 올게.“ 타일러도 끝내 수긍하지 못하고 당일 아침 울음을 터뜨렸다. 하하.




막내도 안쓰럽지만 자기는 괜찮다며 동생에게 가라는 의젓한 둘째아이의 모습도 짠하기만 하다. 자기 교실에는 안 와도 된다며 동생에게 쿨하게 엄마를 양보하던 둘째아이는 “책 읽고 발표해야 하는데, 엄마가 그것만 보면 좋겠는데?”




그 시간을 맞출 수 있으면 참 좋으련만, 결국 눈치게임에 실패했고 아이의 발표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는 큰 소리로 씩씩하게 잘 발표했고 부모님들도 박수를 쳐줬다고 아는 엄마가 전해주니 그저 몇마디 말에 의지하며 아이가 발표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면서 아쉬움을 달랠 수 밖에 없었다. 1학년 때도 큰 소리로 씩씩하게 발표해서 새삼 놀랐었다. 아이들 모두 씩씩하게 큰 소리로 발표를 했다. 아이들의 그런 모습에 왜 내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공개수업 때 바른 자세로 앉아 큰 소리로 발표도 잘 하는 모습을 봤다면 그게 최고이다. 의외로 발표할 때 자신없어하고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웅얼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많은데 우리 아이들은 큰 소리로 발표도 잘 하니 참 감사하다. 나는 발표하는 시간이 참 힘들고 어려웠는데, 심장이 두근거리고얼굴이 빨개지고 목소리도 떨려서 참 싫었는데, 아이들은 나를 닮지 않아 다행이다.




내가 공개수업때, ‘발표 잘하는 것’에 최상의 점수를 매기는 것은 내가 학창시절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엄마를 닮지 않고 씩씩하고 큰 목소리로 발표할 수 있는 자신감 넘치는 아들들이 참 고맙고 기특하다. 그런데 아이의 뒤 늦은 고백이 너무 사랑스럽다.



“엄마가 와서 너무 떨렸다.

앞에서 발표하는데 너무 떨려서 오줌이 나올 뻔 했다.”

3학년 아이의 숨겨놓은 심경이었다. 오줌이 나올 정도로 떨렸는데 그렇게 큰 소리로 발표를 잘 했다는 것이 더 놀라웠다. 내 아들이지만 참 기특하고 멋지다. 공개수업은 다 도치맘이 되는 순간이구나. 아이들만 오고 갈 수 있는 그 특별한 공간을 자유롭게 거닐고, 교실에 있는 세 아이들을 뛰어다니며 찾아다니고 눈을 마추고 격려해주며 머리를 쓰담고 안아줄 수 있었던 그 특별한 시간이 짧고 고되었지만 참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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