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쓰는핑거 May 29. 2023

편견에 깨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거야

주부에세이 (못생긴게 아니라 조금 색다를 뿐이야!)


인어공주가 개봉했다.

그 예쁜 금발의 인어공주를 흑인으로 캐스팅했다는 이유로 개봉 전부터 논란이 되고 있는 기사를 보았다. 여기저기 떠다니는  영상만 보자니 정말 구미가 당기진 않더라. 하지만 맏고보는 디즈니 스케일이 있으니 바다속 풍경과 ‘언더더 씨’의 주제가를 어떻게 표현했을지 나름 기대가 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깊고 푸른 바다속 아름다운 세계를 탐험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자극할 수 있겠다 싶었다.



지하주차장에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는데 연휴라 그런지 많은 아이들이 영화를 보러 극장을 찾았다. 아는 얼굴을 만난 아이들끼리 신이 나자 자기들끼리 떠들기 시작한다. “무슨 영화보러 왔지? 인어공주 보러왔나?” 그러자 곁에 있던 엄마가 단호하게 말한다. “아니야. 인어공주 재미없대. 아마 짱구보러 왔을거야.”




인어공주가 재미없다고?

인어공주를 보려고 아이들과 극장을 찾은 내 귀에 그 말이 들리는 순간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나 혼자야 재미없으면 팝콘이나 씹어대며 딴 생각좀 떨다 오면 그만이지만 세 아이들을 데리고 재미없는 영화를 봐야 하는 건 좀 슬퍼졌다. 그제서야 검색을 해보니 혹평중에 혹평을 받은 비참한 인어공주가 인터넷상에 이미 떠돌아다니고 있다. 혹평을 받은 이유의 대부분은 흑인의 인어공주의 모습이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았다는 것. 그 외에도 다양한 이유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여러가지 요소를 기대하고 봤음에도 역시나 실망했다는 평가들만 수두룩빽빽했다. 모르고 봤으면 몰라도 알고 나니 보는 것이 망설여졌다. 조금 후에 “극장판 짱구”로 갈아탈 수도 있다. 아니면 그냥 집에 갈 수도 있다. 선택의 기로에서 잠시 망설이다가 ‘못먹어도 고’를 외쳤다. 못생긴 인어공주를 만나기로!




뭐 그리 나쁘지 않다.

생각했던 것 보다 볼만했다. 못생긴 인어공주도 러블리했고 예뻐보일때가 더 많았다. 바다속 풍경도 근사했고 인어공주의 살랑이는 지느러미와 출렁이는 머릿결도 러블리했다. ‘언더더씨’의 주제곡은 화려했고 경쾌했다. 미녀와 야수는 사실, “엠마 왓슨”이 아름다운 미녀 “벨”의 이미지와 잘 맞아 떨어져서 흥행에 성공했던 거지, 사실 볼거리 딱히 없이 굉장히 노멀했다. 그에 반해 인어공주가 스토리도 전개도 훨씬 재미있었다. 나름 반전도 있었고. 적응 안되는 흑인 미녀의 모습이 조금 낯설고 색달랐을 뿐, 그렇게까지 혹평을 받을 정도는 아닌데 사람들이 너무했다. 최대한 편견을 깨고 보려 고 노력하니 “할리 베일리“가 참 귀엽고 예뻐보였다. 흑인 치고는 참 예뻤다. 사실 이것도 편견 아닌 편견이 편견이다. 이것을 깨는 것이 이렇게나 어렵다. 만족스럽게 보고 나오면서 세 아이들에게 물었더니 다 재미있었다고 했다. 볼까말까 망설였던 혹평 쏟아지는 영화에 넷 다 만족했으니 살았다. 그리고 인어공주가 재미있었다는 큰 아이가 나에게 말한다.


“영화 재미있는데 왜 사람들이 재미없다고 한거야?

인어공주가 못생겨서?“


음.... 영화가 재미없다는 혹평을 받았다는 이야기만 해주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온 아이가 말하는 걸 보니 그런 편견은 가르쳐주지 않아도 터득하는 본능적인 것이라서 고치기가 더 어려운 것인가보다.


그리고 나는 더 말하고 싶다.

못생긴 인어공주가 아니라 색다른 인어공주라고!

아. ’색다른‘ 이라는 표현마저도 왜 자꾸 편견에 갇혀있는 느낌이지!  어쨌든 인어공주는 재미있다. 이 기회를 통해 너,나, 우리는 틀에 박힌 편견을 깨고 다양함을 받아들이는 사고를 더 확장시켜나가게 되길 바란다.


그리고 부모들이여!

자녀를 억압하지 말자.

인어공주처럼 결국은 도망간다.

자녀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자.

그게 불보듯 뻔한 불행을 초래하는 일이라도.

못하게 하면 더 하고 싶은 인간의 본성이 잘 담겨있다.

그걸로 건졌다.

작가의 이전글 이런 사랑스러운 아줌마들 같으리니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