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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Jun 02. 2023

동생 봐준 대가가 너무 비싸잖아!

(주부에세이) 이제 엄카 다신 없다


“성운아~ 일루 와.

성운이 이쪽으로 와. “

밖에 나가면 동생을 알뜰살뜰 챙기는 둘째 아이.


“성운아. 울지 마. 괜찮아. 괜찮아.”

동생이 잘못한 일이 있어서 나한테 혼이 나서 울기 일보직전인 동생을 감싸 안으며 다독이는 둘째 아이.


“엄마. 친구들하고 놀다 올게!”

“형아. 나도 같이 가~”

“성운이도 같이 가도 돼?”

“응. 난 상관없어. 가자. 성운아 “


친구들하고 노느라 바쁠 텐데 어린 동생까지 챙겨서 친구들과 야무지게 놀다 오는 둘째 아이.






“엄마. 나 오늘 친구들이랑 노느라고 성운이 데리고 집에 못 와.”

“알았어. 엄마가 성운이 데리러 갈게.”


그렇게 말하고 등교한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학교에서 하교하며 동생을 만난 모양이다.

“엄마. 나 현준이.

성운이 만났는데 성운이가 나랑 놀고 싶대.”

“성운이 같이 놀아도 괜찮겠어? “

“응. 괜찮은데 엄마가 가방 좀 가지고 가주면 좋을 거 같은데.”

“응 알았어. 엄마가 나갈게.”


나에게 가방을 주고 막내 성운이를 데리고 친구들과 유유히 떠나는 둘째 아이는 연신 뒤돌아보며 나에게 손을 흔든다. 마치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친구들 무리 속에서 밝은 모습으로 어울려 놀면서 어린 동생까지 챙겨 놀다 오는 아이의 모습이 너무 대견하고 멋있었다.  아이 친구들에게 맛있는 간식이라도 사줄걸. 지갑을 못 챙겨 와서 그냥 보낸 아이들이 자꾸 생각난다. 다음에 만나면 꼭 간식을 좀 사줘야지...





“엄마!

중간에 성운이가 목마르다고 해서 친구가 물 줬어.”


잘 놀고 온 아이가 하는 말이다.

초등학교 3학년인 아이는 핸드폰도 아직 안 해줬고 용돈도 따로 주지 않고 있었더니 가끔은 이렇게 안타까운 일 들이  생겨난다. 그래도 학원에 다니느라 바쁜 아이들이기에 오래 놀지도 못한다.  30~40분 놀다 오는 게 고작이다.



“엄마.  나 오늘도 친구들하고 놀다 올게. “

“나도 형아 친구들이랑 놀래.”

“성운이 가도 돼?”

“나는 상관없어.”

또 멋지게 막내를 데리고 가는 둘째 아이.

둘째 아이한테 현금을 쥐어줄까 고민하다가 카드를 쥐어주었다. 동네 분식집에서 1000원짜리 슬러쉬나 다 같이 사 먹으라고 아이에게 잔액이 조금 남아있는 체크카드를 쥐어주었다. 사실 카드를 쥐어주면서 카드를 잃어버릴까 봐 걱정이었지, 많이 쓸까 봐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온 아이 손에 봉지주머니가 들려있다. 봉지 주머니 속에는 음료수와 웃돈을 얹어서 파는 포켓몬빵. 평소 비싸서 사주지 않는 편의점에서 파는 고가의 사탕이 담겨있다.

아뿔싸!




“현준아. 슬러쉬나 사 먹으라고 돈 줬더니 편의점을 갔어???? 혹시 친구들도 같이 갔어?”

“어.”

“친구들도 혹시 이만큼 다 사줬어?”

“아니 그건 아니고.”


하하하.

처음 있는 일이니 화낼 수가 없다. 나도 언제 한번 맛있는 거 사주려고 생각했던 일이니 괜찮다고 여겼다. 그래도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잘 지내고 거기에 어린 동생까지 데리고 가서 두 어시간 잘 놀다 왔으니 얼마나 기특하고 대견한지. 그냥 잘했다고 말해주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잔액조회를 하려고 수화기를 들었다. 자주 쓰지 않는 카드라 문자로 구매내역이 발송되지 않고, 아이는 영수증을 챙기지도 않았다. 설마 3만 원 이상 쓰진 않았겠지. 왠지 떨리는 마음으로 잔액조회를 해 보니 딱 3만 원을 썼다.

더 많이 쓰지 않아 다행인 듯하면서도 아. 깝. 다.

동생 데리고 놀아준 대가가 3만 원이면 너무 센 것 아닌가! 에라.이.




괜찮다고 말하던 나는 결국은 말해버렸다.

“너 이제 엄카 다신 안 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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