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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Jun 06. 2023

지금까지 불멍은 다 짝퉁이었다

(주부에세이)찐 불멍의 세계


“아니, 아버님 장작 나무가 어떤 게 있다시는거야?? 불이 잘 붙을까?”

“글쎄, 나도 아빠를 믿을 수 없지만 ... 아빠가 다 준비해놨다니 가 보자.”


인터넷에서 구매한 캠핑용 장작을 끝내 집에 두고 가면서 마음이 계속 무거웠다.  짧은 연휴기간동안 강원도 아버님댁으로 캠핑을 가려고 짐을 챙기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마시멜로우와 캠핑용 장작을 구매해두었는데 아버님께서 장작을 다 마련해놓았으니 ‘사오지 말고 그냥 오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손주들 위해서 캠프파이어를 준비하셨고 나무도 다 있으니 그냥 오라고 하시는데 나는 어쩐지 불안해졌다.

그래도 불멍용 장작은 뭔가 달라도 다를텐데... 아버님은 어떤 나무를 준비해놓으신거지? 불이 잘 안붙어서 아이들이 기대하는 마시멜로우 불멍 타임을 못하게 되면 어떡하지? ’ 이유없는 불안감에 휩싸여 구매해둔 캠핑용 장작을 두고가는 것이 끝내 아쉬웠다






시골  감성 충만해지는 강원도 아버님댁에는  없는 게 없다. 아버님께서 손주들 위해 나무에 튼튼하게 매어 달아놓은 그네. 두 세 명 함께 누워있어도 끄덕없는 해먹. 직접 만드신 농구골대.  가지를 잘라내어 계단식으로 만들어 아이들이 안전하게 나무를 타고 놀 수 있는 큰 나무. 손주들이 왔을 때 즐거운 추억을 한 가득 새겨주시기 위해 한적한 날, 손수 다듬고 깎고 묶어매어 만들어놓으신 아버님표 놀이터가 있어서 아이들은 이곳 강원도를 무척 좋아한다. 바로 앞에는 냇가도 있어 손을 뻗어 잡으려고 하면 도망치기 바쁜 다슬기를 잡는 재미도 쏠쏠하다. 여름마다 아버님은 큰 튜브를 띄워서 아이들에게 보트를 태워주시며 건강하고 행복한 정서를 한 아름 안겨주셨다.





그런데  불멍은 한 번도 해본적이 없다.

아버님께서는 불멍을 할 나무까지 다 있다고 하시지만 그 나무의 정체가 어떤 것일지 가늠도 하지 못한체 나는 무작정 불안하기만 한 것이다.

‘그냥 오라’ 하시는 아버님 말씀에 순종하여 결국 사놓은 캠핑용 장작을 두고 가기는 어쩐지 못하게 될 불멍타임이 벌써부터 아쉬워졌다.





아버님은 캠프파이어를 준비하셨다며 날이 어스름해져 해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리셨다. 장작도 그럴 듯 하게 쌓아두셨다. 드디어 아버님께서 고대하시던 캠프파이어가 시작되었고 아버님만의 특별한 불멍이 시작되었다. 아버님께서는 언제 기름도 부어놓으셨는지 멋진 점화식까지 연출해주셨다. 활활 타오르는 장작더미속 거대한 불길에 아이들과 나는 환호성을 질러댔다. 불길이 꺼져갈 때쯤 아버님은 준비해두신 장작을 두어개 집어넣으시며 불이 꺼지지 않게 해주셨다. 아이들은 마시멜로우를 맛있게 구워먹었다. 못미더웠던 아버님표 캠프파이어는 대 성공이었다.




꺼져가는 장작더미위에 장작을 하나 둘 포갤때마다 살아나는 불꽃을 바라보며 가족들은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었다. 담소를 나누는 우리의 눈은 자연스레 장작더미에 머물러었었다.

그런데 아버님께서 준비하신 장작더미 속에서 나는 전에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불꽃불을 보았다. 불꽃은 장작 사이사이를 가로지르고, 넘나들고, 부드럽게 감싸고 휘감으며 넘실거렸다. 그야말로 불꽃이 장작더미 속에서 춤을 추고 있었고 나는 전에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모습에 넋이 나갔다 .

그랬다.

찐 불멍이었다.







지금까지 캠핑을 다니며 밤마다 바라보았던 불멍속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불꽃이 장작 더미를 넘실거리고 있었다. 아버님께서 준비하신 장작은 캠핑장에서 보던 장작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불꽃이 장작을 휘감고  넘실거리며 나무결 사이사이로 스며들어  아름다운 모양을 연출했다. 아무생각없이 멍 하니 바라보게 되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캠핑장에서 나름  즐겼던 불멍은 가짜 불멍이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나는 그렇게 많은 불멍을 즐겼지만 장작 위에서 넘실넘실 춤을 추는 불길을 본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그냥 나무를 태우기만 하는 불길이었다.



못미더웠던 아버님의 장작은 그 어떤 장작과도 비교할 수 없는 훌륭한 장작이었다. 잘 말려둔 장작이 주는 불멍의 세계는 고차원적인 불멍이었다. 지금까지 즐겼던 불멍은 짝퉁이었고 못미더웠던 아버님 불멍은 찐 불멍이었다.



나는 틀렸고 아버님은 옳았다.

언제나 아버님은 옳았다.

아버님이 축적하신 연륜과 삶의 지혜는 감히 무시해서는 안 되는것이다.


...

알았지.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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