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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May 26. 2023

이런 사랑스러운 아줌마들 같으리니그!

(주부에세이) 먹어치우기



만나면 늘 즐거운 지인들과 점심을 먹었다.

메뉴는 김밥에 컵라면.

일주일에 한번, 아이들과 함께 먹던 컵라면을 오늘은 아이들 없이 먹는다. 아이들 없이 좋아하는 지인들과 함께 먹으니 어찌나 맛있든지. 사랑스러운 그녀들과 연싱 “하! 너무 맛있어”를 외쳐댔다. 하기야 라면은 언제나 늘 맛있다.



 





세 아이들 물을 골고루 부어주며 정신없이 컵라면을 먹어치워야했던 내 앞에, 지인이 친히 물까지 부어 대령해준 컵라면이 떡 하니 놓여있다. 이게 왠 횡재냐. 그러니까 남이 해준 밥이 맛있는거다. 그런데 아이들 없이 나 혼자 오롯이 먹는 컵라면이라 더 맛있으면서도 컵라면을 바라보며 컵라면 앞에서 환호성을 외치는 아이들 왜 눈 앞에 아른거리는 것이냐.







우리는 수다를 나누며 본의 아니게 침도 함께 발사하면서 애정섞인 즐거운 식사를 마쳤다. 라면도 김밥도 게눈 감추듯 감추었는데 미처 못 먹은 국물이 처치곤란이다. 라면과 함께 퍽퍽한 김밥을 목구멍으로 넘기며 후룩후룩 마셔버렸어야 했는데 그 맛있는 작업을 건너뛰고 나니 짜디 짠 국물만 덩그러니 남아버렸다. 우리가 라면을 먹은 장소는 음식물을 처리할 수 없는 장소였다. 쓰레기도 다 싸들고 집으로 가져가야 할 판이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눈빛을 반짝였다.



“자. 빨리 국물까지 배 속에다 얼른 해치워버려.”




아줌마들인 우리는 깔깔거렸다. 일상적인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늘 아이들이 먹다 남은 음식을 해치워버린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어느새 손으로, 입으로 가져간다. 애매하게 남아있는 짜디 짠 국물까지도 배 속에 먹어치워버릴 수 있는 어쩐지 짠한 것이 매력인 우리는 위풍당당 아줌마이고 허당 엄마이고 자랑스런 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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