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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Jul 06. 2023

나도 책 썼다!

(주부에세이) 책 쓰는 아이



미니북을 조그맣게 접어낸 막내아이.

사실 8살 막내가 온전히 접진 못했고 10살 형아의 도움을 받았다. 종이북을 접고 싶다니 기꺼이 도와준 착한 형아의 도움으로 미니북을 완성한 아이. 그 작은 종이 속에 ‘이렇게 적어달라’며 연필을 가지고 나를 찾아왔다. 다른 것에 분주했지만  아이가 불러주는 대로 일단 받아적어주었다.

’대충 얼른 써주고 끝내자.‘

 그런데 생각지 못한 아이의 이야기 속에  다른 것에 분주했던 잡념들이 잠시 사라지고 절로 집중하게 되었다.







돼지는 너무 크다.

사람들은 돼지를 너무너무 좋아한다.

돼지는 즐거워보인다.

돼지는 먹이를 아주 좋아한다.

사람들은 돼지가 먹이가 몇개인지 모른다.



오!

모든 페이지마다 아이는 서슴없이 불러주었고 나는 킥킥 웃으며 받아적었다. 페이지마다 ’돼지‘라는 키워드를 주제를 가지고 일관성 있게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아이의 생각과 진지한 표정과 목소리가 너무나 귀여웠다. 무엇보다 서슴없이, 막힘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아이의 모습에 놀랐다. 나름 철학적인 느낌도 난다.







사람들은 동서남북을 싫어할수도 있고

좋아할 수도 있다.



그런데 갑자기 ’동서남북‘

일단 끊지 않고 받아적었다.

그래도 놀랐다. 싫어할 수도 있고 좋아할 수도 있다니. 8살 아이의 머리속에 나온 표현 치곤 멋진 표현이다. 다음이 궁금해진다.




사람들은 캐리비안 베이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른다.



아니, 동서남북도 뜬금없는데 캐리비안베이는 왜애~ 참지 못하고 아이가 달리고 있는 창의적인 여정 속, 고속도로를 거침없이 달리는 자동차에 잠시 브레이크를 걸어보았다.



“아니 성운아. 돼지에서 왜 갑자기 캐리비안베이야.?”

“그야 캐리비안베이는 재미있으니까.”



몇일 전 다녀온 캐리비안베이가 아이의 머리속에 인상깊게 남았나보다. 아이가 자주 보는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이 모방의 대상이였나보다.

그리하여 책 제목은 [돼지와 캐리비안베이]



너무 귀여운 아이의 생각주머니.

그래도 ’돼지‘ 주제로 펼쳐낸 이야기는 꽤 흥미로웠다. 연신 키득거렸다.

그리고는 아이는 외쳤다.




“나도 책 썼다!”

“난 이제 작가다!”


아. 배운게 도둑질이라더니 ...ㅎㅎㅎ

작가는 엄마 하나로만 족하면 안될까 싶다.


귀여운 녀석.

또 보고싶어지네,

이따가 꼭 안아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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