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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Jun 22. 2023

화가 난다! 화가 나!

(주부에세이)사춘기 아들을 맞이하는 자세


“엄마는 이럴 때, 아들만 셋인 게 참 힘들어.

사람들이 엄마한테 아들만 셋이어서 어떡하느냐고 안쓰러워하는 게 이런 건가 봐!”


“엄마. 우리가 엄마를 그렇게 힘들게 하지는 않지.

엄마는 사람들이 ’ 아들만 셋이어서 어떡하냐?‘고 물어볼 때 한 번도 괜찮다고 말한 적 없잖아. 이제부터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 있으면 “우리 아들들은 착해서 하나도 안 힘들어요!” 그렇게 얘기해 줘.”


“엄마가 그렇게 얘기하지 않아도, 너희들이 그렇게 행동해 줘. 사람들이 보기에 ‘아들만 셋이여도 힘들지 않겠구나. 멋진 아들들이구나’ 하고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사실 그런 아들인데, 어디서나 인정받고 칭찬받는 멋진 아들인데도 불구하고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다. ‘사춘기’라서 그렇다며 스스로 ‘사춘기’를 무기로 내세워 까칠하게 대들고 따박따박 말대꾸를 한다.


논리적으로 나를 몰아붙이는 큰 아들이 늘 힘들었는데,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니 다양한 지식과 사고와 가치관들이 자기 안에 들어서며 납득할 수 없는 논리를 내세워 주장한다. 그런 아들의 의견까지도 존중해 주고 맞장구쳐주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사사건건 내 말을 받아치는 아들 녀석이 너무 얄밉다. 나는 사사건건 아들의 말을 고발하기 시작한다. 이래서는 안 되는데. 알면서도 못 들은 척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 사춘기가 왔으면 혼자 방에 들어가 조용히 시간을 보낼 것이지, 동생들과 함께 있으면서 동생들에게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전 같지 않게 짓궂게 군다. 그런 큰 아이가 못 마땅해서 붙들고 늘어서기 시작하니 사사건건 부딪히는 것이다.







사춘기가 온 아이.

모른 척하는 게 약이라고 했는데, 그러기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절대로 그러지 말아야지 했는데 여전히 나는 그러고 있었다. 아들의 달라진 말과 행동에 유연하게 사고해야 하는데 날카롭게 대처하며 아들이 미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이건 시작에 불과한데.

사춘기 아들 치고는 귀엽고 순수한 모습들이 더 많은데, 아들의 모습을 낱낱이 고발하고 있으니 본격적인 사춘기가 시작되면 어쩌려고 이러는지 근심걱정이 앞선다.









세 아이에게 가지고 있는 불만을 표출하자 여우 같은 둘째 아이가 무언가를 끄적끄적 적어온다. 엄마가 고발한 내용이 그대로 담겨 있다. 둘째 아이의 깜찍한 가족규칙에 기분이 좋아지려는 찰나,  큰 아이가 종이를 북 찢어버렸고 찢긴 종이를 바라보며 열심히 적은 둘째 아이가 겁에 질린 눈빛으로 동그란 눈에 눈물방울이 동글동글 맺혔다. 장난인 줄 알면서도 나는 또 그 행동을 신랄하게 고발했다. 다시 붙여내라고 성화를 부리며 호되게 혼을 냈다.




늘 아이가 그러는 건 아닌데..

동생들이 있어서 순수한 모습이 많고 동생들도 잘 돌보고 챙겨주는 멋진 아들인데. 한 번도 사고 친척 없고 공부머리가 있어 사교육 없이도 학교공부 잘 따라가고 있고 스스로 자기주도학습을 하며 관리하고 근면성실하게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고 어디서나 칭찬받고 인정받고 있는 아들인데 한 번씩 내 속을 뒤집는다.




그러던 중, 오늘 있었던 글쓰기 모임에서 나눈 대화들이 나를 위로해 준다. 사춘기 아이들을 키우며 사춘기 아이를 대하는 방법과 가정환경 등이 자연스레 화두에 올랐는데, 오히려 ‘표출하지 않는 아이’가 더 위험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도 있지 않나. 너무 순종적인 아이가 위험할 수 있고 어떤 방법으로든 표출하는 아이가 건강한 거라고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듣는데 조금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이미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기 시작한다.


그래, 이 정도면 아주 양호한 거지.

너무 착하고 의젓하고 멋진 아들인데 내가 또 사소한 일로 아이를 품어주지 못했구나. 내가 아들을 사사건건 고발했던 건, 사실 아들이 잘못한 일보다는 내 감정이 편한 상태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또 돌아보게 된다. 감정에 치우지는 엄마가 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여전히 내 감정에 치우쳐 아이들에게 무자비하게 따발총을 날려대고 아이들은 무방비상태에서 다 받아내고 있구나.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이들에게 쏘아댄 따발총이 다 튕겨나갔을 거라 막연하게 믿어보는 사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듬뿍 담긴 사랑의 방패를 아이들에게 입혀주었으니, 엄마가 가끔 아이들에게 쏟아내는 감정의 따발총을 사랑의 방패가 그나마 걸러내 줄 거라 믿어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도 받아줘야지.

아이가 나에게 보내는 건강한 신호를.

그 신호가 비정상이라고 무시하고 고장 났다고 고발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것’ 임을 인정하며 나도 받아줘야지.


‘화가 난다. 화가 나!’

비록 내 마음은 그럴지라도.


상처를 주는 가족이 아니라 사랑으로 채워주는 가족 울타리가 되도록 오늘 내가 해야 하고, 내일도 해야 하고 평생 해야 할 일, 고단한 것이 아닌 나를 살리고 변화시킬 영원한 숙제이자 과업을 오늘도 다시 열심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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