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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Jul 26. 2023

안 그래도 여기저기 옮겨다닌다~

(주부에세이) 바이러스 슬기롭게 이기기


밤새 코가 막혀 잠을 못 자던 둘째아이.

다음날 아침, 너무 힘들다며 울음을 터뜨린다. 뜨끈해서 체온을 재보니 고열이 찍혔다. 쌔하다. 전부터 목구멍이 따끔따끔하다고는 했는데, 콧물이나 기침 등 별다른 증상은 없길래 괜찮나보다 했는데 열이 난다. 열이 났으니 독감과 코로나 검사를 권유하는 의사선생님의 조언대로 독감과 코로나 했다. 한 쪽 콧구멍을 후비는 것도 두렵고 짜증나는데  양쪽 콧구멍을 체념한듯 맡겨본다. 나도 열이 있고 몸살기가 있어서 함께 검사를 했다.


나는 코로나도 , 독감도 아니고 아이만 독감판정이 났다. 둘째 아이는 방학식을 이틀 앞두고 미리 조기방학이 시작되었다. 학교를 쉬게 된 형아를 부러워하는 막내.


“엄마. 오늘 형아 학교 안가?”

“응, 열 나고 독감이니까 가면 안되지. 푹 쉬면 잘 나을거야.”

“아 부럽다. 나도 학교 안 가고 집에 있을래.”

“성운이는 건강하니까 학교에 가야지. 독감도 아닌데!”

“아 그럼 나도 독감 걸릴래~”

“뭐어~~~? 안 걸리고 잘 지나가길 바래야지~”

“나도 독감 걸리래. 나한테도 옮기게 해줘!. 얼른 나한테도 옮겨줘!”







자기한테도 독감 바이러스를 옮겨달라니.

순간 입술에 뽀뽀를 쪽쪽 해대고 싶었다. 너무 귀여워서. 학교에 가기 싫다고 자기한테도 독감 바이러스를 옮겨주라는 말이 너무 귀엽잖아.




그나저나 이 독감 바이러스가 어디서 유포된건지 궁금해졌다. 아이들이 아프면 늘 동선과 만났던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큰 의미도 없지만 버릇처럼 머리를 굴려본다. 둘째아이 주변에는 아프거나 독감걸렸던 아이들이 없었는데... 그런데 막내가 요 며칠 계속 기침을 했었다. 그리고 최근에 막내랑 학교에서 붙어다니는 절친이 아파서 울었다고 했고, 몇일 학교에 안 나오고 있다고 했고, 독감이라고 했다. 다행히 막내는 독감걸린 친구와 하루종일 붙어서 놀면서도 독감에 걸리지는 않은 듯 하다. 열도 없었고 기침만 조금 했다.열이 없어서 그렇지 독감이었을지도 모른다. 열이 있었으면 아이도 독감검사를 해봤을텐데 열이 없어서 그냥 감기약만 먹고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집의 최초의 유포자는 요 녀석인게다. 그 귀여운 녀석이 바이러스를 온 집에 다 옮긴것이 분명해졌다.









나한테도 바이러스를 옮기게 해달라고 애원하던 이 녀석이 온 집에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다녔구나. 잡았다. 이 녀석. 야옹~


크게 달라지는 건 없지만 속은 후련하다. 그나저나 우리 아이들이 만나고 다닌 아이들에게 본의아니게 전염시키게 된 바이러스들은 연기처럼 사라져 아프게 하지 않고 잘 지나가길 바래본다. 독감은 겨울감기인데 오뉴월 감기가 되어버렸다는 뉴스가 떴다. 주변에 몰라서 그렇지 독감으로 아픈 아이들이 상당히 많았다. 독감아닌데도 이유없는 열감기로 많은 아이들이 병치레를 하고 있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이미 실감나게 체감하긴 했지만, 계속해서 치르게 될, 돌고 도는 바이러스와의 끝 없을 전쟁. 마음을 단단히 먹어보자.


일단은 아이들이 크게 아프지 않고 수월하게 잘 지나가는 듯 해서 그저 감사할 뿐이다. 코로나와 독감이 유행하던 작년 겨울은 의외로 무탈하게 잘 지나갔다. 아주 오랜만에 아픈 것도 감사하다. 어렸을 때는 아이들이 자주 아프고 돌아가며 아프고 참 힘들었는데 아이들이 조금 크고 나니 아픈 것도 조금씩 수월해진다. 그리고 아플 때도 됐다는 전에 없던 배짱도 부려본다. 그렇게 저렇게 잘 이겨내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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