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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Aug 23. 2023

모든 것이 끝난 순간 느낄 수 있는 해방감

(주부에세이) 나는 겁쟁이야!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야



출처: 히즈쇼 성경 [사사이야기]


“저는 극히 약하고, 지극히 작은 자입니다.

제가 어떻게...”



미디안 나라로부터 이스라엘을 구원하라며 사사로 세우시는 하나님 앞에, 소심한 모습으로 대답하며 두려워떨고 있는 사사 기드온. 그 모습을 본 8살 막내 아이가 정말 공감하는 목소리로, 가여워하는 목소리로, 마치 자신의 연약함을 보는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 정말 나 같애.

나는 저렇게 겁쟁이에 목소리도 작아.....“



“어머, 성운아. 무슨 소리야? 우리 성운이는 목소리도 크고 얼마나 씩씩한데~~”



“아니야... 나는 저렇게 겁쟁이야. 기드온처럼 겁도 많고 두려움도 많아...”




아이의 대답을 듣고는 너무 사랑스러워서 꼭 끌어안아주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내 입술로 새어나온 말.

“엄마도 그래. 엄마도 겁쟁이고 엄마도 참 두려움이 많아. 모르긴 몰라도 아마 우리 모두는 겁쟁이일거야.“



사사 기드온은 겁이 많고 소심한 인물이지만 사사로 선택되어 300명을 거느리고 미디안 군대를 물리친 사사로 유명하다. 두려움과 연약함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아니 나에게 특별한 교훈을 준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면 작고 연약한 자도 크고 놀라운 일을 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네! 제가 할 수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어요. 제가 해보겠습니다.” 라고 자신만만하게 고백한 성경위인은 하나도 없음을.

모두 저마다의 연약함을 고백하며 두려움을 벗삼아 하나님의 뜻에 즉각 순종하지 못했음을.

그러니까 ‘잘 할 수 있다’ 라고 고백하는 근거없는 자신감들은 어디서부터 나오는것인가?

저는 잘 못합니다. 저는 부족합니다. 저는 지극히 작은 자입니다.’ 라는 고백을 하나님께서는 기뻐하시고 하나님께서는 가끔, 아니 자주 그런 약한 자를 들어쓰시는 모습이 성경에 자주 나온다.








나는 알고 있으면서도 때때로 자주 불안해한다. 알고 있으면서 겁이 나고 두려워한다. 매 순간 자신없는 겁쟁이로, 일어나지 않을 일 들이 일어날까봐 두려워한다. 아이는 나보다 목소리도 크고 씩씩하다. 무엇보다 나는 아이의 그 솔직함에 반했다. 나는 겁쟁이라고, 나는 겁이 많다고, 나는 기드온처럼 연약하다고 당당하게 자신의 연약함을 표현할 수 있는 솔직함.


나도 어깨에 힘을 빼고, 그냥 담백하고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도 좋겠다.


나는 겁쟁이라고, 나는 연약하고 지극히 작은 자 중의 작은 자라고. 나는 너무나 연약한 겁쟁이라고!“


.



그렇다.
내가 뜻밖의 해방감을 맛본 것은 정확하게 모든 것이 끝난 순간이었다.
마치 어렵고 두려운 필연의 미로속에 있다가 자유가 구석에서 행복하게 놀고 있는 걸 발견한 것 같았다.
나는 자유의 여신과 함께 놀았다.

[그리스인 조르바]



이 문구를 읽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난 순간 뜻밖의 해방감을 맛 보았다는 문구를 읽는 순간,모든 것이 끝난 것 같은 절망의 순간이 오히려 뜻밖의 해방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희망이 떠올랐고, 생각의 전환은 진정한 해방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저런 쓸데없는 잡념과 계획과,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을까봐 두려워하는 마음, 패배의식, 불안 모든 것을 버리고 온전히 집중했다. 책 속에 나열되어 있는 텍스트를 통해 조르바의 사상과 철학에 녹아들었다. 그냥 지금은 나의 연약함과 두려움까지 다 잊고 이렇게 즐기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해방이고 그로 인해 찾아오는 자유의 여신과 뛰어놀 수 있는 행복이다.  지금 이 순간은 조르바와 함께 웃고 울면 되는 것이다.




새 길을 닦으려면 새 계획을 세워야지요!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리스인 조르바]




기드온처럼 겁쟁이일지라도 두려워하지는 말자. 실패를 통해 새로운 마음과, 새로운 치유와, 새로운 희망을 맛 보면 된다.  

내 비록  연약함 투성이, 겁쟁이일지라도 오늘 ‘니코스 카잔차스키’의 열정적인 조르바의 연대기 앞에서 주르륵 눈물을 흘렸고 가련한 인간들의 모습 속에서 연민이 흘러넘쳐나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고 그 특별한 감정을 마음에 새겼으니.

실패하면 새 길을 닦으면 된다. 새 길을 닦으며 새로운 계획을 세우면 된다.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하지 말자. 현재에 집중하자. 조르바처럼,

우리에게,

아니, 나에게 중요한 것은 그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모든 일이다.


이것을 느끼는 이 순간,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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