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에세이) 실패를 받아들이는 자세
한달 전부터 학교에서 대회가 열리는 스택스 스태킹 대회에 출전하려고 열심히 준비해왔다. 둘째아이가 처음으로 도전한 일이었다.
떠밀려서 나간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결심하고 추진한 일이어서 기특했다. 아이는 정말 밤낮없이 열심히도 연습했다. 컵을 빠르게 쌓고 무너뜨려야 하는데 나름 법칙과 룰이 있다. 규칙에 맞게 컵을 쌓아나가며 신기록을 세워야 한다. 보통 잘 하는 아이들은 12초 안에 든다. 처음 도전할 때만 해도 20초를 넘나들던 아이는 날마다 최고기록을 갈아치우며 드디어 10초라는 신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학교에서 예선전이 치루어졌다.
얼마나 긴장될지.. 무엇보다 아이가 열심히 노력한 모든 과정을 엄마인 내가 잘 알기에, 예선전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면 크게 상심할 아이의 마음이 우려 되었다. 아이는 승부욕이 강해서 지는 걸 싫어했다. 3살 위 형아랑 날마다 이길 수 없는 달리기 시합을 하다 저 멀리 달아나버린 형아의 뒷모습을 보고 주저앉아 울던 것이 4살때의 일상이었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그해 가을, 유치원에 열린 계주대회에서 대표주자로 뽑혀 릴레이 계주를 멋지게 뛰기도 했다.
학교에서 모듬별로 친구들과 겨루고 이기어 승자를 가려내는 활동들을 참 힘들었다. 그런 활동에서 지고나면 집에 돌아와 내 품에 안겨 참고 참았던 눈물을 펑펑 쏟아냈던 것이 초등학교 1학년 때의 일상이었다. 아이는 지는 것을 두려워했고 끔찍이도 싫어했다. 나는 그런 아이가 늘 안타까웠다. 최고를 추구하는 권하고 바라는 엄마가 아닌데도, 욕심없는 엄마 앞에서 욕심을 내며 아이는 승부욕을 불태우곤 했고, 지고나면 어김없이 침울해하며 혼자 어슬렁거리며 분을 삭히곤 했고, 아니면 크게 한번 울어버려야 직성이 풀렸다.
그런 아이가 대회를 나간다고 하니 내심 긴장이 되었다. 정말 열심히 연습했는데,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가끔은 노력이 배신하기도 하더라. 그 상황을 만나게 되면 아이를 어떻게 추스리고 달래주어야 할지 벌써 겁이 나기도 했기에, 아이가 도전하는 것 자체에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주며 격려하는 일에 더 열심을 쏟았다.
사실, 열심히 준비했기에, 좋은 기록을 가지고 있기에 예선전에 무난하게 붙을거라는 기대감도 있었는데, 아이는 아쉽게 탈락하고 말았다.
“아!~진짜 열심히 노력했는데 너무 속상했겠다, 그치?”
“눈물이 났어. 집에 와서 울고 싶었어.
그런데 친구들하고 놀다 보니 금새 잊어버리게 되더라.“
친구들 앞에서 부끄러워 울 수 없으니 집에 와서 울고 싶었을 아이의 마음이 애잔하게 여겨졌다. 울적한 아이의 마음을 더 달래주었을 친구들의 멋진 배려도 돋보였다. 무엇보다 아이는 자신의 패배를 순순히 인정했고 받아들였다. 가장 큰 기도제목이었는데 참 감사했다. 자신의 실수와 긴장감 넘쳤을 예선전 분위기, 아쉽게 탈락하게 된 사연을 가족들에게 설명하는데 어쩐지 아이는 신이 나 보인다. 감사하다.
“어쩔 수 없는거지.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거지.“
실패를 마주한 10살의 아이가 어록을 만들었다.
당당하게 실패를 받아들이는 아이의 모습이 참 멋지다. 이번 일을 통해서 아이가 깨달은 삶의 진리가 얼마나 귀할까.
나는 아이들의 실패가 종종 반갑다. 물론 성공하면 자신감도 향상되고 더 긍정적인 감정과 함께 더 없이 좋을 경험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실수와 실패가 있어야 더 발전할 수 있는 것은 변하지 않는 진리 아니던가. 그 실패라는 것이 달콤하기보다는 씁쓸한 것이지만, 아이가 달콤한 열매에 취해 현실에 안주하는 것 보다 쓴 열매를 맛보며 다시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과 노력으로 더 단단하고 멋진 아들이 되길, 날마다 실수하는 부족한 엄마가 기도하고 격려한다!
“엄마도 열심히 노력하고 기도하고 준비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우리 현준이처럼 담담하게 잘 받아들일게!! 우리 아들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