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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Sep 18. 2023

꽃길만 걷지 말자

(주부에세이)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자



입구에 너저분하게 세워져있는 숱한 자전거들 속에 작은 자전거 하나가 쓰러져 있다. 어쩐지 마음에 걸린다. 자꾸 일으켜세워주고 싶다. 다른 자전거가 아닌 내 아이의 자전거이기에....







아이의 자전거거 쓰러져 있는 것을 처음 발견한 건 어제였는데 어제는 손에 짐이 많았다는 핑계를 잠깐 대본다. 오늘 장을 보고 집에 들어가려는 찰나 여전히 혼자 쓰러져 있는 아이의 자전거가 왠지 아련하게 마음속을 파고든다. 쳇, 그깟 자전거가 쓰러졌을 뿐인데, 왜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것이냐.








바르게 일으켜세워주고 흐트러진 모양새를 잡아주니 마음이 편하다. 아장아장 걷고 뛰던 그 시절, 넘어진 아이의 눈물을 닦아주며 일으켜주고 바지를 털어주던 때가 생각이 난다. 여전히 아이는 넘어지고 다친다. 하지만 전보다 울음도 빨리 그친다. 나의 손길이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쓰러져있는 아이 자전거를 일으켜주면서 별 생각을 다 해본다. 훗날 아이가 지쳐 쓰러져있을때도 누군가가 이렇게 붙잡아 일으켜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미처 손을 잡아 일으켜세워주지 못할 때, 다른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 상처받은 아이를 일으켜줄 수 있다면 좋겠다. 아이가 상처를 툭툭 털어버리고 빨리 일어나서 다시 달렸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 또한 무모한 생각인 것을 안다. 아이는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거치고 실패하고 넘어져야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이런 걱정과 바람을 말로 늘어놓는다면 잔소리가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꽃길만 걷기를 바란다는 말, 함부로 하면 안 됩니다.
그보다 더 최악의 삶은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것도 배우지 못할 겁니다. 아무것도 깨닫지 못할 겁니다. 이겨낼 힘도 갖지 못할 것이고,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마음도 품지 못할 겁니다.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부딪치고 넘어지길 기도하세요. 그런 다음 반드시 다시 일어서기를 응원하십시요,.



[작가의 인생공부/이은대]




내 아이가 꽃길만 걸었으면 좋겠는 마음은 다 같은 부모마음이지만, 이 글귀를 읽으며 자세를 고쳐앉아보았다. 맞는 말이다. 실패없는 삶은 성장과 변화로 이어질 수가 없다. 실패는 언제나 쓰라린 패배감으로 얼룩져 한탄과 눈물을 쏟아내야 하는 고통스러운 시간이지만 그 한탄과 눈물을 닦아낸 후에야 새로운 변화와 다짐, 그로 인해 생각지 못한 길이 열리기도 하지 않는가.




여전히 사랑하는 내 새끼가 (헉 엄마 욕했어!!하며 놀랄 아이들 얼굴이 선하다)  아픈 시간을 거닐고 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지만 이제부터는 내 자식이 ‘꽃길만 걷기를 기도’하지 않겠다. 대신 많이 부딪치고 넘어지되 빨리 자신을 돌보고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강인함을 위해서 기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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