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에세이) 웃어넘길게 . 너의 사춘기
사춘기가 시작된 큰 아이.
두려웠다. 아이랑 시시콜콜 부딪히며 싸우고 갈등을 겪고 싶지 않았고 절대 그러지 않으리라 다짐했는데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아이의 모습이 달갑지 않았다. 자꾸 신경에 거슬렀다. 아이의 입은 아이도 모르게 거칠어지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험한 말을 자꾸 뱉어내고 싶어했다. 강한 척, 센 척 하는 남자의 본능이 강해지고 있다. 그동안 착하고 순수한 내 첫사랑이었는데..
자기 반 친구들은 정말 욕을 많이 한단다. 자기는 정말 안하는 편이라고 한다. 나도 알고있다. 많은 아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욕을 입에 담는다. 그래도 우리집 아이들은 양반이었다. 그런 환경 속에서도 굳건한 심지같이 지조를 지키길 바란 건 엄마욕심이었고, 당연히 쉽지 않았을거라 이해한다.초등학교 6학년인 큰 아이는 말 그대로 삐뚫어지고 싶어했다.
이제 내가 무섭지 않다는 말도 서슴없이 던진다. 동생들에게 한없이 젠틀하고 다정했던 모습은 점점 사라져간다. 동생들이 있어서 그런지 또래들보다 아직 순수하기도 하다. 따뜻한 모습이 본능적으로 튀어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부쩍 동생들을 구박한다. 사춘기를 마주하며 자신도 모르게 자꾸 짜증이나는 큰 형아의 울화통에 아무 잘못 없는 동생들은 동네북처럼 마구 두들겨 맞는다.
“아~ !~~~아빠는 왜 ~~~~전화를 안 받아~!
전화하라고 해 놓고! 왜 전화를 안 받는거야~!“
이유없이 짜증이 나기 시작했는지 아빠가 전화를 안 받는다고 짜증을 있는대로 내기 시작한다. 아이가 그런 변화를 겪고 있다니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하니 아이의 그런 모습이 갑자기 너무 귀여워보이기 시작했다.
“아니 아빠는 왜 전화하라 해놓고 왜 전화를 안 받고 그런대~~~”
그냥 웃음이 나서 맞장구를 쳐주니 짜증이 오래가지 않는다. 그런데 이내 학급 내에 짖궂은 친구의 무례함을 떠올리며 다시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아~00은 진짜 이상해~
진짜 짜증나!아 진짜~ 아 열받아!
개는 왜 그러는지 몰라!“
전 같았으면 친구에게 그런 말을 하기보다는 그런 행동을 하는 친구를 헤아려주고 불쌍히 여겨주라고 했을 것이다. 어른인 나도 하지 못할 고차원적인 자비를 베풀라고 아이를 어르고 달래다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면 한 바탕 대결이 펼쳐지기도 했다. 그런데 그냥 짜증이 나는 아이의 마음에 공감해주자 싶었다. 나도 모르게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가 뿜어져나왔다.
아빠에게 짜증을 낸 것으로 분이 풀리지 않아 다시 짜증을 낼 빌미를 만들어낸 것 같아 또 귀엽게 느껴졌다. 진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자기도 모르게 자꾸 짜증이 나는 큰 아이의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이그~ 00이는 왜 그랬대~ 진짜 이상한 녀석이네~“
맞장구 쳐주니 그것도 1절에서 끝났다.
“엄마, 점심을 안 먹었더니 아주 꿀맛이네!. 이럴 때 어울리는 속담이 ‘시장이 반찬이다!’ 지!
정말 아무생각없이 맛있어서 내 뱉은 내 말에 아이가 또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엄마....또 밥 안 먹었어?
또 빵 먹었어? 엄마 진짜 그러다 어쩌려고 그래. 엄마 점심에 늘 빵 먹잖아. 밥을 먹어야지 밥을!!!“
이번의 타겟은 ‘점심에 밥을 먹지 않고 빵으로 자주 떼우는 엄마’였다. 엄마에게 있는대로 짜증과 불만을 쏟아낸다. 나는 또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내가 몇번을 말했어~ 엄마 진짜 그러다.. 어휴... 엄마 몸이니까 엄마가 알아서 해라~”
“아구아구아구 이번엔 또 엄마때문에 짜증이 났어? 아구아구 엄마는 왜 밥을 안 먹고 빵을 먹고 그랬대!! 엄마가 잘못했네!
근데 00아. 엄마가 00이 딸이 된거 같네 ..송구해라..”
우스갯소리를 집어넣어 장난을 치며 맞받아주니 그것도 1절에서 끝났다.
유레카!
그래. 너의 사춘기를 지혜롭게 받아들이자.
너의 모든 짜증과 화를 귀엽게 받아줄게.
얼마든지 덤벼라.
너는 그래봤자 나의 귀여운 아들. 내 첫사랑이니까.
아니, 아니다.
너는 이제 나를 떠나 강인한 남자로 독립해나가는 중이다.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잘가. 내 첫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