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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Dec 13. 2023

늙어가는 애미의 수치

그래도 엄마가 예쁘대요


오랜만에 분칠하고 마지막 립스틱으로 마무리하려는데 그런 나를 바라보며 초등학교 6학년인 큰 아이가 묻는다.


“엄마. 그건 왜 바르는거야?”

“음... 생기있어 보이려고. 나이가 들수록 생기가 얼굴에서 사라져. 그래서 밝아보이려고 바르는거야. 엄마 옛날엔 진짜 립스틱 안 발랐는데.. 저거 왜 바르는거야? 답답하게... 했는데... 이제 없으면 안 된다~~”

(아이가 잘 알아들었으리라 의심하지 않음...)


그리고 슥슥 발라내는 모습을 아이가 바라본다. 엄마의 얼굴이 립스틱 하나로 빛나는 찰나를 캐치했을거라 기대하며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이는 대답했다.


“아..엄마. 입술에 주름 없애려고 그거 바르는거구나?‘’

하하

생기라고 표현했더니 입술에 주름에 포인트를 두었나보다. 립스틱의 진한 색으로 사라져버린 엄마의 입술주름이 보이지 않자 신기했나보다.

나는 빵 터졌다.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예쁘게 분칠했지만 얼굴에 생기가 가득한 앳된 20대 여자아이가 찬양하는 모습이 앵글에 잡혔다.

‘뽀얗고 예쁘다...’ 생각하고 있는데 옆에서 아이가 말한다.


“으~~너무 하얗게 칠했어. 나는 이렇게 화장하는 거 별로인 것 같아.”

“맞아! 이 여자는 젊어서 이렇게 화장 안해도 예쁠것 같지만 그래도 화장하니까 더 뽀샤시하고 이쁘잖아~”

“그럼 뭐해. 진짜 얼굴은 점박이 투성이 일텐데....”



하...

아이는 거뭇거뭇한 내 얼굴을 말하는 것이 분명했다. 슬펐지만 웃음이 빵 터졌다. 세월을 이기지 못하는 기미와 잡티가 내 얼굴에 거뭇거뭇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그걸 없애보려고 자꾸 화장이 진해진다 요즘. 립스틱까지 발라대니 before와 after가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언제나 아이는 한결같이 화장 안한 엄마가 훨씬 예쁘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속지 말자 화장발.

지워내면 거뮈티티. 점박이 투성이다.

엄마를 계속 봐왔으니 이 녀석 여자들 화장발에는 속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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