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녀석! 두번 경고야!
형아들과 겨루어도 손색없는 좋은 운동신경을 타고난 8살 막내아이가 축구를 하다가 발목을 다쳤다며 절뚝거린다. 뼈가 부러진 것 같지는 않고, 세게 부딪혔는지 멍이 들고 퉁퉁 부어있었다. 뼈는 괜찮은 것 같아서 병원에 패스하려고 했는데 아이가 많이 아파했다. 엄살인 것 같으면서도 발을 디디지도 못하는 것이 진짜 아픈가 싶으려는 찰나.....아프다고 걷지도 못하고 절뚝 거리던 아이가 멀쩡하게 발을 땅에 디디고 걷는다.
“너~~딱 걸렸어!!!
아프다며!! 못 걷는다며~~~ 완전 잘 걷네!!!“
그러자 아이가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빠른 판단력으로 자신의 꾀병이 들통났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며 조용히 중얼거린다.
“뒤뚱,,,뒤뚱...뒤뚱....“
빵 터졌다.
아이가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동시에, 끝까지 연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불과 몇 시간만에 들통난 아이의 발연기에 웃음이 났던 것이다.‘뒤뚱,뒤뚱,뒤뚱’ 이라는 세 글자 속에 ‘끝까지 뒤뚱뒤뚱뒤뚱 했어야 했는데...’라는 아쉬운 마음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느껴져 웃음이 났다. 끝까지 연기하지 못한 아이가 너무 웃겼다.
그걸로 끝날줄 알았는데 아이는 여전히 아프다고 했다. 퉁퉁 부어있긴 했다. 이럴 땐 딱히 방법이 없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좋아진다는 것을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에 데려갔다.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뼈는 이상이 없고 근육이 조금 놀라 부은 것이라고 하신다. 그냥 보내주시면 진짜 멋진 의사선생님이라는 기억에 두고두고 남았을텐데, 역시나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모든 처방을 다 내려주셨다. 소염진통제처방과 함께 발목아대를 처방해주셨다.
하.
발목아대를 할 정도는 아닌데... 발목아대는 순전히 엄마인 내 선택이였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고이다. 그런데 아대를 착용해본 아이가 발이 훨씬 편하다고 한다. 이걸 차니 덜 아프다고 한다. 10,000원밖에 안하니 모른척 받아왔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난 어느날 아침, 아이가 갑자기 또 절뚝거리기 시작한다.
아무일도 없었는데, 아무 사고도 없었는데 갑자기 아팠던 다리가 아프다는 것이다. 순간, 지난 번 다친 곳이 잘못되었나? 싶은 생각에 한번 더 진료를 보고 왔어야 했는데 귀찮아서 못갔다온 기억이 났다. 아이는 지난번 보다 더 절뚝거렸다. 아예 발을 땅에 디디질 못하는 것이다. 아프다며 낑낑거렸다. 엄지발가락만으로 간신히 버티며 절뚝거리는 아이가 안쓰러워 아침에 차로 데려다주었고 끝나고 차로 데릴러 갔다. 여전히 아파하길래 병원에 갔다. 주차하고 병원에 들어가려는 순간, 아이가 멀쩡하게 두 발로 걷는 장면을 생생하게 목격했다.
하. 이녀석.
거짓말이였구나..
순간, 아이가 다리가 아프지 않은 것에 감사한 안도감과 동시에 거짓말을 하고 엄마를 속인 아이가 괘씸해졌다. 정말 아픈줄 알고 걱정했기 때문에 따끔하게 혼을 내주었다. 아이는 왜 이런 거짓말을 했을까... 지난번 다리가 아팠을 때, 친구들이 서로 보호자 역할을 해주며 관심과 한 없는 애정과 친절을 베풀었던 모양이다. 학교에서 친구들의 관심을 또 한몸에 받고 싶었나보다. 자기는 학교에서 ‘인싸’라고 자주 이야기했던 아이의 말이 생각났다. 다양한 종이접기로 친구들에게 주목받던 아이가 새로운 방법으로 ‘인싸’가 되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니.. 다리 아프니까.. 친구들이 다 도와주더라...그래서 이렇게 아픈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거짓말과 연기를 어찌나 잘하는지... 두 번 속아넘어갔다. 이제 3번째는 레드카드라고 엄포를 놓았으며 다시는 어떤 이유로든 속이지 말고 거짓말하지 말라고 따끔하게 혼을 내고는 헤프닝으로 끝내버렸다.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인싸‘가 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조회수를 올리려고, 유명해지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우리 아이가 반에서 ’인싸‘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그런 거짓된 행동을 하게 되었다니 마음이 씁쓸해졌다.. 순간, 주목받고 관심받으려는 마음, 그러고 싶은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그 관심과 친절이 얼마나 따뜻하고 좋았을까. 가족에게서 받는 사랑과 관심과는 또 다른 것일 것이다. 그래도 그런 연기를 했다니 너무 했다. 우리집에 양치기 소년이 나타났다. 큰일이다!
엄마와 형들이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줘야겠구나.
우리집에서 ‘인싸’ 가 되는 것으로 만족하자.
아니 우리 그냥 ‘인싸’되지 말고 그냥 평범하게 살자.
꾸미고 애쓰지 말자.
나답게! 너 답게 살자 아가야!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