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장님께 드리는 제자 아들의 편지
나는 글을 쓰고 있었다
하나님께 쓰는 신앙일기.
만년필이 사각사각 지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 생각, 은혜, 다짐 등을 적어나가며 나의 믿음을 정돈하고 돌아본다.
나는 쓰면서도 막내아이가 방 안에서 혼자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조용하게 무언가를 하고 있기에 아이가 좋아하는 종이접기를 하고 있나보다 무심결에 생각했다. 꽤 오래동안 신앙일기를 쓰고 자리에서 일어나 내심 뭐하는 지 궁금했던 막내아이에게로 갔다. 형아 책상 위에 앉아서 무언가를 쓰고 있던 아이가 황급하게 두 손을 가린다. 나도 무언가를 쓰고 왔는데 같은 시간, 아이도 조용하게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니 왠지 한 몸이 된 것 같이 기분이 좋았다. 아이는 무엇을 쓰고 있었을까.
태권도 관장님에게 쓴 편지이다. 하하
태권도 관장님이 써 주신 편지를 소중하게 품에 들고 와서는 내심 감동했다. 종알종알 이야기했던 아이가 생각이 난다.
“엄마. 감자님이 (6살 때부터 관장님을 감자님이라고 부르던 아이는 8살이 되어도 관장님이 감자님이다 ㅎㅎ) 밤새 한 숨도 못 자고 우리한테 편지를 쓰셨대”
“엄마 감자님이 내가 태권도를 잘 배워서 힘과 능력을 길러서 가족을 지켜줘야 한대”
“엄마 감자님이 내가 제일 목소리도 크고 바른 자세로 잘 한대 기합소리도 좋대”
그러던 아이가 감자님께 마음을 꼭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혼자 몰래 편지를 쓴 것이다.
편지 내용이 꽤나 진지하다.
무엇보다 놀랐던 건 관장님이 편지에서 언급했던 내용에 대한 답을 찾아가며 논리정연하게 써내려갔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제자 성운아~ 힘 있는 목소리와 강함 집중력으로 관장님을 잘 따라하는 성운이는 관장님의 행복비타민이야~~~”
로 시작한 관장님의 편지.
그리고 ’제자 성운이‘ 로 화답하는 아들
더욱 강해져서 가족을 지키는 마음으로 태권도를 더바르게 잘 배울게요.
힘 있게 더 기합소리를 잘 낼게요.
편지를 다 읽고 깨달았어요
태권도는 남을 때리는 게 아니란걸 앞으로 수련 잘할게요
자세, 힘 모두 관장님 덕분이에요
-제자 성운-
어쩜 이렇게 논리정연하게 잘 썼는지... ㅎㅎ
고슴도치 맘 가시가 마구 솟아난다.
편지를 다 읽고 깨달았다니, 자세 힘 모두 관장님 덕분이라니... 아이의 표현에 새삼 놀랐다. 이렇게 글을 통해서 아이의 마음과 생각을 읽는 것이 참 재미있다. 관장님의 따뜻한 편지 한 통에 진심으로 화답하며 자신의 속 마음을 내비치고 새로운 다짐을 하는 8살 막내아이의 편지를 읽으면서 글과 편지의 매력을 느끼며기분좋은 웃음이 입꼬리를 타고 올라간다.
글이란 것이 참 이래서 좋다.
마음을 표현할 수 있고 나눌 수 있어서.
그 마음을 확인할 수 있어서.
더 많이 쓰고 남기고 싶다
오늘 나의 마음과 생각을
내가 느끼고 바라보는 모든 것을
오늘 내가 보고 느끼고 쓰느 모든 순간이 너무 아름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