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6
내가 쓴 글을 보면서 눈물이 날 때가 있다
대단히 잘 써서가 아니다
큰 감동이 있어서도 아니다
낯선 아이 하나를 보았을 뿐이다
내가 쓴 글 너머에 아이가 서 있었다
절대로 존재를 드러내지 말라며
깊숙한 곳에 꽁꽁 감춰놓았던 그 아이
억누르고 외면했던 그 아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굴레를 벗고 당당하게 서 있다
그리곤 나를 향해서 환하게 웃음짓는거다
낯설지만 친숙하고 누군지 잘 모르겠지만
어쩐지 잘 알것 같은 그 아이
그 아이가 나를 바라보며 따뜻한 눈길을 보낸다
오늘도 잠시 자유를 주어서 고맙다며
불러내주고 찾아주어서 고맙다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이내 사라져버렸다
다시 그 아이를 만나려 글을 쓴다
글을 쓸때마다 나타나는 건 아니다
자기마음대로이다
그런데 그 아이를 만나는 순간
나는 다시 살아난다
나를 살리는 글쓰기
내가 살아나는 글쓰기
그 아이가 나타날때마다 나는 이전보다 더 나를 사랑할 용기가 생겨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