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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Aug 17. 2021

공부하라고 다그치지 않고 기다려주기

결국 스스로 원하는 것을 스스로 찾는다!

 아이들을 정말 많이 놀렸다.

실컷 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즉, 공부하라고만 강요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원하지 않는 학원에 억지로 밀어 넣지 않았다.


유치원을 다니는 7세까지는 공부하지 않고 실컷 놀게 했다. 공부나 학습을 한다고 해봤자 선긋기, 미로 찾기  간단한 놀이식 학습지 다였다.  학습으로 시작한 , 아이가 흥미가 있을  시작했던 엄마표 한글이었다. 그때는 그렇게 실컷 노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조기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전문가들도 많지만, '아이의 두뇌가   단단해지고 공부할 능력이 있는 ' 있을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기다렸다.




아이가 원하지 않으면 학원에 보내지 않았다. 원하지 않는데 , 엄마의 강요와 필요와 불안으로 인해서 아이의 의지와 상관없이 학원에 가서 앉아있는 아이에게 과연 학습 효과가 있을지가 늘 의문이었다. 큰 아이 영어학원을 알아본다고 여러 학원을 둘러보던 중, 7명 남짓의 아이들이 수업 중인 모습을 보았는데, 바른 자세와 초롱초롱 눈동자를 빛내며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 아이는 단 3명뿐!'  나머지 4명은 흐트러진 자세로 누워있거나 닭장 속에 있는 병든 닭 같은 시선과 몸짓으로 바라보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 짧은 순간에 아이의 눈동자에 비친 생기 없는 모습이 너무나 충격적이었고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내 아이가 열심히 수업하고 왔을 거라고 생각하고 믿고 있을 엄마의 모습과 아이의 초점 없는 눈빛이 너무나 대조적으로 오버랩되었고, 내 아이를 학원에 보냈는데 학원에서 그런 표정으로 앉아있다 온다면, 너무나 끔찍하고 슬플 것 같아서 난 아이를 억지로 학원에 보내지 않기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하지만, 예체능엔 욕심이 많이 났다. 다양한 걸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태권도부터 시작해서 축구, 인라인 스케이트, 수영까지 다양한 예체능은 경험하게 해 주었고 현재, 피아노가 가장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는 예체능 학원이다.


큰 아이는 피아노 학원에 다니고 있도 체르니 140이 넘었지만 꾸준히 흥미를 가지고 재미있게 하고 있다. 심심하면 피아노 앞에 앉아서 능숙하게 피아노를 연주하며 심심함을 달래고 생각을 정리하기도 한다. 피아노를 배워놓으니 확실히 학교에서 배우는 악기들을 빠르게 배우고 연주한다. 오카리나, 하모니카, 리코더, 칼림바까지 수월하게 배우고 능숙하게 다룬다. 확실히 모든 악기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는 힘이 생기는 듯하다. 조금 더 크면 드럼과 베이스, 일렉 등 더 다양한 악기들을 다루며 감정을 표출하며 악기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길 바라는 작은 바람이 있을 뿐이다. 이것도 본인이 원해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1학년부터, 아니 4세부터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아이들도 많지만, 우리나라 말도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도무지 나에겐 이해가 안 된다. 교육관과 가치는 다 다르기 때문에 무엇이 맞고 틀리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스스로 공부할 의지가 있을 때, 스스로 해야겠다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있을 때, 진정한 학습효과가 일어난 다는 것은 확실하다.


아이들에게 수많은 그림책을 보여주고 읽어주었어도 아이가 깨닫고 느끼지 못했다면 아이는 수많은 드라마를 재미있게 본 것과 다름없다. 그건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많은 책을 읽어도 저자의 생각과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내 삶에 적용할 거리를 찾지 못했다면 드라마 한 편을 본 것과 같은 감정으로 끝나버리는 것이다.



집에서 영어 테이프로 영어를 많이 들려주고 노출시켜주며 책을 읽어주었다. 텔레비전을 보는 타임에도 놓치지 않고 영어로 디즈니 영화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걸로는 충분하지 못했다.


다른 아이들은 일찍 시작하는 영어를 우리 큰 아이는 4학년에 느지막이 시작했다.

실컷 놀았다. 물론 할 건 하면서, 공부습관은 길러주며 놀았다. 실컷 놀다 학원에 가서 그런지 아이가 너무 재미있어했다. 공부할 힘이 나름 생겨서 그런지 늦게 시작한 만큼 부지런히 따라가야 했지만 쉽게 습득하고 잘 따라갔다.


방학에 영어캠프가 시작되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3주간의 영어캠프였다.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원장님께서는 단기연수 수준의 효과가 있을 거라고 자신만만해하셨다. 방학의 여유를 포기하고 열심히 공부한 만큼 크게 성장할 거라고 아이에게도 많이 어필하신 것 같다. 코로나도 불안하고, 방학기간 동안 여유 있게 쉬면서 그동안 못했던 다른 일들을 하나씩 계획하며 지내고 싶어서 아이가 캠프를 안 했으면 했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하지만 아이는 이미 결심을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한 듯했고 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사실, 실컷 놀리면서 아이기 뭔가 하고 싶어 하는 게 전혀 없어서 내심 불안하기도 했다. 심심하게, 또는 신나게 놀면서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찾아나갈 거라고 믿고 기다려주면서도 불안하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원하지 않기에 내몰지 않고 기다려주었다. 그런 아이가 뭔가 스스로 하고 싶어 하는 게 생긴 것이다. 그게 3주간의 영어캠프였다.

방학의 꿀 자유를 너무나 원하고 갈망하는 아이였기에 그 시간을 포기하고 학교에 가는 것과 똑같은 하루 일과를 버틸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 안쓰럽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가 원한다.

하고 싶어 한다.

믿고 보내주었다.



캠프시간에 단원마다 15가지의 단어를 외우며 시험을 보는 시간이 있었다. 원래도 일찍 일어나는 아이여서 아침시간을 활용해보라고 조언해주었다. 아이는 바로 적용했다. 새벽 6시 30분에 일어나서 눈도 제대로 뜨지도 못하면서 교재를 펴서 단어를 외우기 시작한다. 다 외우면 나에게 시험을 내달라고 제안했다. 기꺼이 도와주었다.


15문제 중 두 세 문제를 틀렸고 틀린 문제를 다시 보며 아침을 먹었다. 아침을 먹고 준비를 마친 후 시험을 한번 더 내달란다. 기꺼이 도와주었다. 그렇게 하고 집을 나서서 9시 영어캠프에 다녀온 아이는 늘 100점을 맞은 공책을 보여주며 기뻐하고 스스로 뿌듯해했다. 그렇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3주의 과정을 끝냈다. 학원에서 큰 아이 칭찬이 자자했고 늘 1등 하는 아이"로 큰 아이를 보는 시선이 확 달라졌다. 이 모든 게 큰 아이가 계획하고 추진했기에 가능했고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땐 신나게 노는 것이 가장 좋다.

신나게 놀면서 하고 싶은 걸 찾고, 스스로 원하는 걸 찾을 때까지 기다려주며 다양한 길만 제시해준다면 엄마에게 떠밀려서 시작하는 것보다 백 배는 더 큰 효과를 맛볼 수 있다.



칼 비테는 잘 노는 사람이 공부도 더 잘한다고 믿었습니다. 마음껏 놀고 스트레스를 풀어야 공부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죠. 에너지가 방전된 상태에서는 아무리 책을 열심히 읽어도 남는 것이 없습니다. 즐겁게 놀고 나면 마음이 즐거워지고 힘이 솟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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